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베트남 전역의 국가 핵심 기간시설 공사 현장이 ‘기름 부족’으로 멈춰설 위기에 처했다. 건설 업계와 사업 관리 당국은 공기 지연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극도의 긴장감 속에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건설업계와 미투언(My Thuan) 프로젝트 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서부 권역의 핵심 도로인 미투언-껀터 고속도로 건설 현장은 최근 디젤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 유가가 한때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고 국내 경유 가격이 리터당 3만 5,000동까지 치솟았으나, 그마저도 물량이 없어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유소와 공급업체들이 가격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물량을 잠그는 ‘버티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202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푸꾸옥(Phu Quoc)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푸꾸옥 국제공항 확장 공사와 주요 간선도로(DT975) 현장은 중장비 가동을 위한 연료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푸꾸옥 공항 활주로 공사를 맡은 ACC 건설의 레 부 민 꽝 현장소장은 “하루에만 3,000~3,500리터의 기름이 필요한데, 지금은 사방으로 뛰며 겨우 몇 리터씩 사 오고 있다”며 “6월 30일까지 완공해야 하는 일정이 코앞인데 기름이 없으면 장비는 멈추고 숙련된 기술자들은 다른 현장으로 떠나버릴 것”이라고 토로했다. APEC 준비를 위한 인프라 사업은 행사 3~6개월 전까지 시운전을 마쳐야 하는 만큼 1분 1초가 급한 상황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안장(An Giang)성과 푸꾸옥 특구 당국은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푸꾸옥 특구는 지난 7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산업통상부 및 관리당국과 함께 합동 점검반을 구성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문을 닫거나 매점매석 행위가 적발되는 주유소는 즉시 영업허가를 취소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또한 APEC 관련 핵심 사업에는 연료를 우선 배정하는 ‘그린 레인(Luồng xanh)’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국가 신뢰도와 직결된 문제로 보고 있다. 쩐 호앙 응언(Tran Hoang Ngan) 국회의원은 “APEC 2027 관련 사업은 베트남의 국격이자 전 세계에 보여주는 국가의 얼굴”이라며 “정부는 예산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유가 보조금을 투입해 가격을 안정시켜야 하며, 건설 비용 지수도 현실에 맞게 즉각 업데이트해 시공사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