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발 군사 긴장 고조로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의 물류 차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베트남 석유협회(VPA) 응우옌 꾸옥 턉(Nguyen Quoc Thap) 회장이 국내 유류 업계와 정유 시설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당장의 수급은 안정적이지만, 가격 급등과 심리적 불안이 우리 경제 전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일(현지 시각) 응우옌 꾸옥 턉 회장은 최근 미국, 이스라엘, 이란 간의 갈등으로 인해 세계 석유 및 천연가스 공급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 세계 석유의 5분의 1이 지나는 통로가 막히면 운송비와 보험료 등 물류비용이 급등해 베트남과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 가혹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최대 유류 유통사인 페트로리멕스(Petrolimex)와 PVOIL은 일단 3월 수입 계약분과 재고 수준은 안정적이라고 확언했다. 그러나 턉 회장은 “싱가포르나 한국에서 수입하는 물량조차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 간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낙관론을 경계했다. 이미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20% 이상 급등한 상황에서, 수입 원가 상승은 국내 소매가 관리와 인플레이션에 막대한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다.
국내 정유 시설들도 비상이다. 응이손 정유소(Nghi Son Refinery)와 중꿕 정유소(Dung Quat Refinery)는 수입 원유 비중이 높아 국제 정세에 민감하다. 특히 중꿕 정유소는 현재 서아프리카, 미국, 지중해 등으로 원료선을 다변화해 수입 원유 비중을 30~35%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으나,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적인 원유 확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턉 회장은 “응이손의 경우 투입 원료와 공급 체계가 더 복잡해 신속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가스 부문은 비교적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베트남 가스공사(PV GAS)는 카타르와 동남아시아로부터 약 14만 톤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두 편을 미리 확보했다. 이는 현재 시장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계약된 물량으로, 발전 및 산업용 연료 수급에 숨통을 틔워줄 전망이다.
응우옌 꾸옥 턉 회장은 기업의 유연성만으로는 이번 위기를 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를 향해 에너지 안보를 위한 전략적 비축 시설 확대, 유연한 신용 매커니즘 도입, 비상시 개방적인 가격 관리 도구 마련을 제안했다. 특히 2022년 발생했던 국지적 유류 공급 중단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월간·분기별·연간 단위를 커버할 수 있는 대규모 비축 기지 건설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턉 회장은 “베트남 에너지 전략은 공급원 다변화와 자급률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며 “석유·가스 개발뿐만 아니라 해상 풍력 등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해 특정 지리적 리스크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