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IT 산업의 상징인 FPT 주가가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며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6일 호찌민증권거래소(HOSE)에서 FPT는 전 거래일 대비 3.3% 하락한 8만 1,600동으로 장을 마쳤으며,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한때 베트남 증시를 호령하던 FPT의 시가총액은 139조 동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FPT의 하락세는 올해 초부터 두드러져 연초 대비 약 15%, 지난 1월 중순 고점 대비로는 무려 23%나 폭락했다. 특히 과거 외국인 투자자들이 프리미엄까지 얹어주며 사들였던 ‘품절주’의 위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현재 외국인이 더 살 수 있는 잔여 한도(Room)는 2억 5,000만 주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외국인들이 더 이상 FPT 주식을 보유하려 하지 않고 대거 내다 팔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6일 하루에만 외국인은 약 6,000억 동어치의 FPT 주식을 순매도했으며, 올해 누적 순매도액은 8조 5,000억 동에 육박한다.
이러한 급락 배경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FPT의 핵심 사업인 소프트웨어 아웃소싱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특히 앤스로픽(Anthropic)의 AI 모델 ‘클로드(Claude)’가 스스로 코드를 작성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능력을 보이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 사이에서 AI가 인간 프로그래머를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됐다. 과거 FPT 비중을 13.6%까지 높였던 핀 엘리트 펀드(Pyn Elite Fund) 등 주요 외인 펀드들도 이러한 ‘기술 거품’ 논란과 실적 우려 속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FPT 경영진은 지난 2월 투자자 회의에서 AI를 ‘위협’이 아닌 ‘재편’의 기회로 규정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전통적인 업무량은 줄어들 수 있지만, AI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IT 서비스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는 논리다. FPT는 2025년 AI 및 데이터 분석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35% 성장한 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2026년에도 AI 내부 도구 및 플랫폼 개발에 대한 투자를 전년 대비 10% 이상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의 냉랭한 시선을 돌리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