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를 시작한지 거의 40년이 다 됩니다. 중간에 한 6년정도 쉰 적이 있으니 그것을 감안해도 30년은 훌쩍 넘습니다.
너무 오랜 세월을 함께 한 탓인가요? 요즘 골프 매너리즘에 빠진 듯합니다.
매너리즘의 첫번째 증상은, 골프 라운드에 대한 설렘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라운드가 있는 날 설렘으로 아침에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지는 일은 고사하고 골프클럽과 옷가지 챙기는 일이 버거워집니다.
두번째, 골프 스토어에 애착이 사라짐.
그저 한 라운드 돌면 되었다는 것에 자족하고, 스코어가 맘에 안 들어도 별로 실망이 안 생깁니다. 다음에 잘 치면 되지 하고 넘기지만 그런 마음에 다음 스코어가 좋아 질 리가 없습니다.
세번째, 연습장을 멀리 합니다.
스코어에 애착이 없는 연습장을 갈 리가 없지요. 연습장 가는 일은 골프장 가는 것 보다 더 많은 결심이 필요합니다. 오랜만에 큰맘 먹고가도 공이 잘 안 맞으면 금세 흥미를 잃고 이내 클럽을 챙겨 나옵니다.
네번째, 동반자에 대한 관심이 멀어집니다.
동반자가 잘 치건 아니건 관심이 사라집니다. 내기도 없으니 내 게임만 하고 동반자의 게임에는 관심이 적어집니다. 가끔 버디를 하면 축하를 해주지만, 나도 해야지 하는 각오를 다지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매너리즘에 빠진 원인이 뭘까요?
가장 큰 원인은 너무 오래 골프를 쳤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인물이 썩는다고, 새로움을 잃어버린 겁니다. 베트남에서 늘 같은 골프장에서 늘 같은 동반자들과 그저 뻔한 라운드를 하는 등 모든 것이 익숙한 결과가 매너리즘으로 표출되는 듯합니다.
문제는 매너리즘이 골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가 수십 년 동안 같은 일을 반복하며 “그래도 잘 돌아간다”고 자위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쇠퇴는 시작됩니다. 세상은 변하는데, 혼자 제자리에 서 있으면 결과는 뻔해집니다. 직원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해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새로운 생각 자체가 사라집니다. 삶을 지탱하는 일에 매너리즘이 스며들면 삶 자체가 지겨워집니다. 그렇다면 회사의 사장은 어떨까요?
특별한 꿈 없이 경제적 자유만을 목표로 삼은 사업가는 매너리즘에 빠지기 가장 십상입니다.
“앞으로 10년은 먹고 살겠지”라고 안주하는 순간, 그 시간은 사실상 후퇴를 허락하는 시간이 됩니다. 몇 해가 흐른 뒤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세상은 저만치 달려가 있고 자신은 한참 뒤처져 있습니다. 그때 찾아오는 현타가 새로운 도전이 되면 다행이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 앞에서 대부분은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일에서 시작된 매너리즘은 삶으로 옮겨가고, 삶의 매너리즘은 결국 전반적인 무기력으로 이어집니다. 전체적인 무기력은 죽음조차 용인하게 됩니다. 매너리즘은 모든 열정을 앗아갑니다. 은퇴 후 시니어가 급격히 늙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매너리즘은 자족을 낳고, 자족은 성장을 멈추게 합니다.
행복은 만족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대가 위인이 아니라면 그 말을 너무 쉽게 믿어서는 안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만족은 발전의 포기이기 때문입니다.
매너리즘 아주 편안한 얼굴로, 익숙함이라는 옷을 입고 다가옵니다. 더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속삭이는 말이 달콤할수록 우리는 더 깊이 잠들어 갑니다. 골프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인생도 다르지 않습니다. 설렘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면 이제 익숙함을 낯 설음으로 바꿔야 합니다.
뭔가 그동안 매너리즘에 빠져 보이지 않던 것을 찾아내면 됩니다.
샷의 이미지도 바꿔보고, 클럽도 바꿔봅니다. 골프장도 새로운 골프장을 애써 찾아가 봅니다. 그러고 그간 하지 않았던 가벼운 내기라도 해보는 것입니다. 돈 내기가 아니라도 자신이 내놓을 만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돌아보는 것도 자신을 새롭게 조명하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이는 왜 남들이 자신을 동반자로 찾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사는 어찌하나요?
새로운 클럽을 장만하듯이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지요. 새로운 동반자를 만나듯이 새로운 직원을 고용하고, 새로운 골프장을 찾듯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향해 고개를 곧추 들어야 지요. 그리고 역시 가장 원론적이지만 잊었던 질문, 왜 고객이 우리 회사를 선택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를 위하여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 낼 수 있다면 매너리즘 극복의 좋은 처방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