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교육훈련부가 2026학년도 고등학교 졸업 및 대입 시험(수능)을 앞두고 예년과 달리 별도의 ‘예비 문항(샘플 문제)’을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시험을 불과 몇 달 앞둔 수험생들에게 “기존의 유형 암기식 공부에서 벗어나 진짜 역량을 기르라”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27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와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훈련부는 2026년 시험 구조를 전년도와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확정하고 새로운 예비 문항은 제작하지 않기로 했다. 2025년에는 ‘2018 일반교육 프로그램’이 처음 적용됨에 따라 변화된 체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두 차례 예비 문항을 공개했으나, 체제가 안착한 올해부터는 이를 생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베트남의 시험 문화는 예비 문항이 발표되면 사교육 시장이 이를 분석해 ‘문제 은행’과 ‘예상 문제’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미리 보기 없이는 준비가 막막하다”는 것이 수험생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그러나 교육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교육의 본질을 찾는 과정이라고 분석한다. 한 교육 전문가는 “역량이란 익숙한 문제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처음 마주하는 상황을 해결하는 능력”이라며 “단순히 ‘무엇이 나오느냐’가 아니라 ‘지식과 기술을 얼마나 숙달했느냐’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싱가포르, 영국(GCSE, A-Level), 미국(SAT, AP) 등 교육 선진국들도 교육과정이 개편되는 전환기에만 예시 모델을 제공할 뿐, 체제가 안정된 이후에는 기출 문제와 채점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 교육당국은 2026년 시험에서도 지식(40%), 이해(30%), 응용(30%)의 비율을 유지하고, 국어(문학)는 서술형, 나머지 과목은 다양한 유형의 객관식으로 출제할 계획이다. 특히 암기 위주의 학습을 방지하기 위해 교과서 밖 지문을 활용한 문제 비중을 높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 세 가지 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시험 구조의 일관성 유지, 둘째, 명확하고 투명한 채점 기준 공개, 셋째, 매 시험 후 공식 문제와 모범 답안의 완전한 공개다.
교육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지식을 외우는 것보다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이번 조치가 학부모들이 자녀의 실제 능력에 관심을 갖고, 교사들이 시험 적중률이 아닌 과목 목표에 충실하게 가르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