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온다습한 기후와 높은 건축 밀도로 몸살을 앓는 베트남 도심 주택가에 ‘녹색 생태계’를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설계가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18일 현지 보도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의 건축가들은 좁고 긴 ‘튜브 하우스(Tube House)’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건물 내부에 미세 기후를 조절하는 녹색 공간을 조성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른바 ‘집 안의 생태계’ 조성은 단순히 화분을 놓는 수준을 넘어선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뚫린 천창(Giếng trời)을 통해 빛과 바람을 끌어들이고, 이를 중심으로 작은 정원이나 수조를 배치해 자연적인 냉각 효과를 노리는 방식이다.
호찌민시의 한 5층 주택은 서향이라는 지리적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2만 5천 개의 벽돌을 엇갈려 쌓아 외벽을 만들고, 층마다 작은 정원을 배치했다. 옥상에는 45㎡ 규모의 열대 정원을 조성해 열기를 차단함과 동시에 가족들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낭의 한 3층 주택 역시 건물 앞뒤와 옥상에 녹지를 집중 배치해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시간대인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사이의 복사열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공간이 협소한 튜브 하우스의 경우, 거실과 주방 사이에 중정(Sân trong)을 두어 공기 순환을 돕는 설계가 인기다. 다낭의 한 80㎡ 규모 주택은 거실과 주방을 잇는 공간에 유리 지붕 아래 실내 정원을 조성했다. 이 공간은 집안 전체에 빛을 확산시킬 뿐만 아니라 식사가 준비되는 주방과 휴식 공간인 거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완충 지대 역할을 한다.
건축 전문가들은 이러한 ‘녹색 생태계’가 에너지 절감에도 기여한다고 분석한다. 벽돌이나 돌 같은 천연 재료와 풍부한 식물이 결합하면 실내 온도를 외부보다 2~3도 이상 낮게 유지할 수 있어 에어컨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캇 목 그룹(Cat Moc Group)의 한 관계자는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자연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녹색 설계는 이제 선택이 아닌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필수 요소가 됐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gạch kính(유리 벽돌)을 활용해 빛을 투과시키면서도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방식이나, 수경 재배를 통해 채소를 직접 기르는 정원 등 주택 내부 생태계는 더욱 다양하고 스마트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