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베트남의 설맞이 풍경](https://chaovietnam.co.kr/wp-content/uploads/2026/02/설특집-베트남의-설맞이-풍경.png)
2월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간의 설 연휴, 베트남의 뗏(Tet) 연휴는 14일부터 22일까지로 한국보다 나흘을 더 쉰다. 한 해의 시작인 음력 1월 1일이 중심인 것은 양국이 같지만, 베트남은 설 전일부터 5일을 연휴로 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베트남의 뗏은 공식 휴무로 끝나는 경우가 드물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부터 거래처는 출고를 앞당기고, 공장은 라인을 비우기 시작하며, 동네 식당과 개인 상점은 ‘언제부터 쉬냐’가 자연스럽게 화제가 된다. 9일 연휴는 기준선일 뿐, 실제 체감은 앞뒤로 더 긴 편이다.
붉은 말의 해인 병오년(丙午年) 올해 설 연휴는 주말로 인해 닷새간으로 정해졌다. 반면 베트남 정부가 확정한 뗏 연휴는 2월 14일부터 22일까지로 총 9일이다.
베트남의 뗏 연휴가 한국보다 긴 것은 명절이 사회를 멈추게 하는 방식, 특히 전국 단위의 민족 대이동과 맞닿아 있다. 동남아에서 공휴일이 가장 적기로 손꼽히는 베트남, 연중 최대 명절인 뗏 연휴 마저 짧다면, 위아래로 길쭉한 국토에서 귀향과 복귀가 한꺼번에 폭발하고, 가족 방문과 제례·인사 일정이 압축되면서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연휴를 넓게 깔아 이동과 일정을 분산시키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해석이 자연스럽다. 정부도 9일 휴무를 확정 공표하면서 주말을 포함한 연속 휴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연휴가 가까워지면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올해의 경우 호치민시의 서부버스터미널에 귀향 인파가 몰려 승객들이 출발까지 4~5시간을 기다리는 모습이 등장했고, 탑승 구역 앞 복도까지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는 날도 있었다.
도로도 예외가 아니다. 호치민에서 중부 방향으로 이어지는 일부 고속도로 구간은 연휴 직전 차량이 몰리며 주요 연결부에서 정체가 심해졌고, 도시를 벗어나는 데만 몇 시간이 걸린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뗏을 설명할 때 많은 현지인들이 먼저 떠올리는 건 ‘새해 첫날’이 아니라 ‘새해를 맞는 방식’이다. 베트남에서는 통상 두 달전부터 뗏 맞이 준비에 돌입하며, 연휴가 다가오면 집집마다 대청소로,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은 가족들이 모여 ‘떳니엔(Tat nien)’이라 불리는 송년 만찬을 즐긴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의식이다.
정월 초하루는 한 해의 시작으로, 뗏 기간 중 가장 중요한 날로 여겨져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되도록 조용히 보내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아이들과 젊은이들은 전통 복장인 아오자이(Ao Dai)를 차려입고, 오과쟁반(5가지 과일)을 차려 웃어른께 인사를 올린다. 인사를 받은 어른들은 덕담과 함께 행운의 돈 ‘리씨’(Li xi)를 건네며 한 해의 안녕을 빈다. 빨간 봉투에 든 리씨는 뗏연휴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고 행복을 바라는 의미에서 웃어른이 손아래 사람에게 건네는 것이나, 요즘에는 손아래 사람들도 어르신들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며 리씨를 주고 받기도 한다.
뗏 연휴 기간에는 청소가 금기시되는 것도 재미있는 풍습이다. 곧 뗏은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날인데 이때 청소를 해버리면 애써 들어온 행운을 비질하듯 모두 쓸어내버려 오히려 재앙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이발이나 손발톱 정리도 뗏 전에 모두 끝내고, 뗏 기간에는 가급적 개인 위생관리를 멀리한다.
뗏 자정에 집을 방문한 첫 손님을 중요시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뗏을 앞두고 미리 집 구석구석을 대청소하고, 나무와 꽃 등으로 집안을 행운맞이로 장식을 한다.
뗏은 많은 업종에 대목이기도 하다. 연휴 전에는 선물을 구매하려는 수요 외에도 미용실이나 네일샵 등이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손님으로 북적인다. 이 중에는 예약이 꽉 차 일반 손님을 받기 어려운 곳도 생기는데 최근 하노이에서는 평소 30명 안팎이던 미용실 손님이 뗏을 앞두고 하루 70~80명까지 늘어나 입이 귀에 걸린 한 자영업자의 사례가 소개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연중 아오자이 판매량이 가장 많은 시기도 이때쯤인데, 젊은이들 사이 아오자이를 입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게 하나의 전통처럼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년 이맘때면 대도시의 일부 랜드마크는 아오자이 사진을 찍으러 온 젊은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특히 호치민시 벤탄시장은 최근 새단장을 마치고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베트남 뗏의 의미는 가족과 귀향에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명절을 지내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베트남 여행객의 국제선 수요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는데, 하노이발 방콕 항공권이 800만~1,000만 동으로 평소의 두 배까지 올랐다니, 몇 년뒤면 뗏이면 해외 여행을 떠나는게 트렌드가 될 지도 모르겠다.
연중 최대 대목인 뗏, 올해는 빠듯한 주머니 사정에 서민들의 표정은 다소 어두워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생필품 소비는 늘었지만, 의류와 가전 같은 소비재 구매는 상대적으로 힘이 빠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매년 뗏이면 볼 수 있었던 ‘통 큰 소비’ 분위기는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뗏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가장 기다려지는 명절이다. 지출의 무게 중심은 ‘체면’에서 ‘실용’으로 옮겨갔지만, 가족이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덕담을 나누는 시간의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
“뗏인데 가족들 보러 안가요?”
베트남에서 몇 차례 설을 지냈지만, 이때쯤 베트남 친구들의 내게 물어보곤 하는 인사에는 뗏이란 가족들이 한 데 모여 음식을 나눠먹고, 리씨를 주고받으며, 반가운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이라는 뜻이 숨겨져 있다. 시간이 지나며 뗏을 보내는 모습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뗏이란 여전히 설렘의 순간임을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