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리랑카나 베트남 처녀들을 수입해서 농촌 총각 장가도 보내야 한다.”
이 발언은 2026년 대한민국 지방 행정을 책임지는 단체장의 입에서 나왔다. 김희수 진도군수가 지난 4일 광주·전남 행정통합 타운홀 미팅에서 인구 감소 대책을 언급하며 사용한 표현이다.
발언 직후 논란은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베트남’이라는 특정 국가가 직접적으로 언급되면서 외교적 파장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6일 주한 베트남 대사관은 공식 서한을 통해 항의 입장을 전달했고, 전남도는 사과문을 보내며 상황 수습에 나섰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한 표현 실수 여부에 있지 않다. 사람을 정책의 대상이 아닌 ‘수급 대상’처럼 묘사한 인식이 문제의 본질이다. 이주민과 국제결혼 당사자는 지역 사회 구성원이자 공동체의 동반자이지, 인구 감소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과 베트남은 지난 수십 년간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통해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출신 주민과 결혼이주민, 유학생, 노동자는 양국 관계를 이어주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국가 국민을 ‘수입’이라는 표현으로 언급한 것은 상대국 국민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김 군수는 구조적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구 정책이 지속 가능성을 갖기 위해서는 수치보다 공동체 가치가 먼저 고려돼야 한다. 지역 사회가 외국인을 어떤 존재로 받아들이는지는 정착 가능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인식이 특정 지역이나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강원 양양에서는 김진하 양양군수가 여성 민원인으로부터 민원 해결을 대가로 금품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유지됐다. 재판 과정에서는 현금과 고가 물품 수수뿐 아니라 성관계 제공이 포함된 사실이 인정되며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두 사건은 성격은 다르지만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주민과 공동체를 섬겨야 할 지방 권력이 시민과 타자를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사람을 정책의 도구나 권력 관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반복될 때, 지방자치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인구 감소는 한국 여러 지방이 직면한 현실적인 과제다. 동시에 이는 단순히 인구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성과 공존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지역 사회가 외국인을 필요 인력으로만 바라볼 것인지, 함께 살아갈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식할 것인지에 따라 정책의 방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현재 한국 내 이주·여성단체들은 오는 10일 진도군청 앞 집회를 예고하며 대응에 나선 상태다. 진도군과 김 군수가 내놓은 사과와 후속 조치가 논란을 어느 수준까지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발언 문제를 넘어, 국제 교류가 확대되는 시대에 지방 행정이 갖춰야 할 언어와 인식 수준을 돌아보게 한다.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한·베 양국은 사람과 사람이 연결하며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그 관계를 지키는 첫 출발점은 서로를 존중하는 언어에서 시작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9일 외국인 여성에 대한 비하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희수 진도군수를 제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