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부동산 시장의 한파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본업인 아파트 분양 대신 주식 투자 등 금융 활동을 통해 가까스로 적자를 면한 부동산 기업들이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부동산 경기는 얼어붙었지만 증시가 호조를 보이면서 금융 수익이 실적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1일(현지시간) 베트남 매체 브이엔익스프레스가 주요 상장 부동산 업체들의 실적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 기업이 영업 이익에서의 손실을 금융 활동 수익으로 메우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동산 개발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남는 자금을 증권 시장으로 돌려 수익 다각화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일부 대형 부동산 개발사들은 지난해 핵심 사업 부문에서 수천억 동의 손실을 기록했으나, 보유 주식 매각 대금과 배당금 수익이 이를 상회하면서 당기순이익은 플러스로 돌아섰다. 특히 하노이와 호찌민시 등 대도시의 신규 프로젝트 승인이 지연되면서 제때 투입되지 못한 자본이 대거 증시로 흘러 들어간 점이 이러한 깜짝 실적의 배경이 됐다.
현지 금융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진통제가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실적이 널뛰기할 수 있는 데다, 부동산 기업의 본질인 개발 역량 강화보다는 단기 시세 차익에 치중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 경제 분석가는 “본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주식 투자로 연명하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다”며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인 회복 없이는 이러한 흑자 구조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트남 정부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금리 인하와 행정 절차 간소화 등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 심리 위축과 미분양 물량 적체로 인해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회복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베트남 부동산 업체들의 외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기업의 본업 경쟁력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