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시아의 울창한 정글과 고풍스러운 도시를 가로지르는 초호화 열차가 부유층 여행객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잇는 ‘달리는 5성급 호텔’, 이스턴 앤 오리엔탈 익스프레스가 그 주인공이다. 단순히 목적지로 이동하는 수단을 넘어 여행의 과정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이 열차의 내부가 최근 베트남 매체 브이엔익스프레스를 통해 공개됐다.
싱가포르 우드랜즈역에서 출발해 말레이 반도를 관통하는 이 열차는 총 12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승객들을 위한 8량의 객차를 비롯해 두 곳의 식당 칸, 바, 그리고 주변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야외 전망 칸까지 갖췄다. 열차 내부의 벽면은 고급스러운 체리 나무로 마감되어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모든 객실에는 24시간 대기하는 전담 집사 서비스와 에어컨, 고전적인 스타일의 샤워 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객실 안에 TV나 전화기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복잡한 현대 사회의 기술에서 벗어나 온전히 여행과 풍경에만 집중하라는 ‘디지털 디톡스’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대신 승객들은 열차 내 피아노 바에서 라이브 음악을 감상하거나, 유명 패션 브랜드와 협업한 스파 시설에서 휴식을 취하며 지루할 틈 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식사 역시 미슐랭 스타 셰프인 안드레 장이 기획한 최고급 동남아시아 코스 요리가 제공되어 미식가들의 입맛까지 사로잡는다.
가격은 그 명성만큼이나 압도적이다. 가장 대중적인 풀먼 등급 객실이 3박 일정 기준으로 1인당 약 4,650달러(약 620만 원)부터 시작하며, 가장 높은 등급인 프레지덴셜 스위트의 경우 1만 2,000달러(약 1,600만 원)를 훌쩍 넘는다. 웬만한 고급 호텔 숙박비를 훨씬 상회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객실 수가 한정되어 있어 황금 시간대 예약은 수개월 전부터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관광 업계 전문가들은 이 열차의 인기가 단순히 사치스러운 시설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항공기로 이동할 때 놓치기 쉬운 말레이시아의 작은 마을과 야생 정글의 속살을 가장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 희소 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스턴 앤 오리엔탈 익스프레스는 현재 공식 웹사이트와 고급 여행사들을 통해서만 예약을 받고 있으며, 특별한 기념일을 맞이한 부유층 부부나 이색적인 경험을 원하는 전 세계 여행가들의 ‘버킷 리스트’로 자리 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