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시아 관광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태국이 베트남의 가파른 인프라 성장세에 긴장하고 있다. 베트남의 숙박 시설 공급 규모와 가격 경쟁력이 이미 태국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동남아 관광 지형이 재편될지 이목이 쏠린다.
1일(현지시간) 베트남 매체 브이엔익스프레스 보도에 따르면, 호텔 컨설팅 전문 기업인 C9 호텔웍스의 빌 바넷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 관광 인프라는 이미 태국을 앞지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넷 CEO는 베트남이 지난 10년 동안 중국과 일본 등 주요 시장의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며 태국의 시장 점유율을 상당 부분 잠식했다고 분석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숙박 시설의 규모다. 현재 베트남 전역의 호텔 객실 수는 약 78만 개로, 태국의 70만 4천 개를 상회한다. 등록된 숙박 업소 수 역시 베트남이 3만 8천 개로 태국의 1만 6천 개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특히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베트남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베트남의 호텔 객실 요금은 태국보다 평균 20%가량 저렴하며, 휴양지의 경우 베트남은 평균 18달러 수준인 반면 태국 푸껫은 73달러에 달해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인프라 개발 속도 역시 베트남이 태국을 앞서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베트남 정부는 현재 12개의 신규 공항 건설과 남북 고속철도망 구축 등 대규모 교통망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태국은 기존 인프라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대형 프로젝트의 추진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저렴한 노동력과 식재료 비용, 그리고 저가 항공 시장의 활성화도 베트남 관광의 가성비를 높이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수치상으로도 이러한 변화가 감지된다. 2025년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2,120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에서 베트남이 태국을 제치고 동남아 1위 자리를 꿰찬 것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바넷 CEO는 베트남이 아직 관광 산업의 초기 단계에 있어 태국과 같은 숙련된 운영 노하우를 축적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업계 관계자들은 호찌민시와 하노이뿐만 아니라 푸꾸옥, 다낭 등 해안 도시들의 럭셔리 리조트 인프라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입을 모은다. 태국 언론들도 자국의 관광 인프라가 정체된 사이 베트남이 무섭게 추격해 오고 있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추진 중인 비자 정책 완화와 공격적인 해외 마케팅이 결실을 보면서, 2026년은 베트남 관광이 태국의 아성을 본격적으로 넘어서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