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 클린턴(Bill Clinton)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 사건 관련 하원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면서 의회모독죄 기소 위기에 놓였다.
13일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전 국무장관은 하원 감독위원회가 발부한 소환장에 불응하겠다고 밝혔다.

소환장은 2019년 감옥에서 자살한 억만장자 엡스타인의 아동 성범죄·성폭행·성매매 조직 혐의 사건과 관련해 클린턴 부부의 관계를 질문하기 위해 발부됐다.
클린턴 부부는 제임스 코머(James Comer) 감독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모든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정하고 나라와 원칙, 국민을 위해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며 “우리에게 그 순간이 지금”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감독위의 조사를 “법적 가치가 없다”고 비판하며, 코머 위원장과 공화당이 “우리를 감옥에 보내려는 계획을 명백히 실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3일 청문회에 불참했으며, 힐러리 전 국무장관도 14일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코머 위원장은 출석 거부에 대해 다음 주 의회모독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클린턴 부부를 어떤 잘못으로도 고발하지 않았다”며 “단지 답변이 필요한 질문들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소환장은 최근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저택과 전용기에 여러 차례 등장한 것이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공개된 사진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온수 욕조에서 상의를 벗고 있는 모습과 엡스타인의 연인이자 공범인 기슬렌 맥스웰(Ghislaine Maxwell) 옆 수영장에 있는 장면이 담겼다.
하원 감독위는 엡스타인이 감옥에서 사망하기 전 수십 년간 엡스타인의 범죄와 정치인·유명인사들과의 관계를 조사해왔다. 최근 수개월간 법무부가 수집한 ‘엡스타인 파일’에서 수천 건의 문서와 이미지를 공개했다.
시러큐스(Syracuse)대 법학저널 전문가들에 따르면 의회는 의회 업무를 방해하는 개인에 대해 의회모독죄를 적용할 권한이 있다.
의회모독죄는 통상 청문회나 조사에서 출석을 거부하거나 증언을 제공하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는 데 사용된다.
시러큐스대 전문가들은 “의회 양원 중 한 곳에서 과반수 찬성만 있으면 의회모독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화당은 하원 218석, 민주당은 213석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 주 감독위 회의 후 공화당 지도부는 클린턴 부부에 대한 의회모독 혐의에 대해 본회의 표결을 상정할 수 있다. 가결되면 법무부로 이송돼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법무부가 기소를 결정하면 클린턴 부부는 형사 고발에 직면하게 된다. 시러큐스대 전문가들은 “의회모독죄 기소는 드물지만, 위반자는 벌금형이나 최대 1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전 고문 스티브 배넌(Steve Bannon)은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 조사 청문회 불출석으로 2022년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에릭 홀더(Eric Holder) 전 법무장관도 2012년 자료 제출 거부로 의회모독 혐의를 받았으나 기소되지 않았다.
코머 위원장은 “엡스타인이 클린턴 재임 시절 백악관에 17차례 방문했고, 클린턴도 퇴임 후 엡스타인 전용기에 약 27차례 탑승했다”며 소환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엡스타인에 대한 질문에 답변한 적이 없다”며 “재임 중과 퇴임 후 모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은 분명하기에 의문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엡스타인 관련 어떤 위법 행위로도 기소된 적이 없다. 클린턴 대변인은 여러 차례 “2019년 엡스타인이 연방 혐의로 체포되기 전 관계를 끊었으며 엡스타인의 범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켄터키(Kentucky)대 조너선 샤우브(Jonathan Shaub) 법학교수는 “의회 소환장은 핵심적인 감독 도구지만, 최근 수십 년간 실제 입법에 필요한 정보 수집보다는 정치적 목적이나 상대방에게 불리한 자료 공개에 활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무부가 하원 결의에 따라 클린턴 부부를 기소할 경우 “의회모독 관련 판례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더 광범위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법적 분쟁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