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100만 관광객 시대 베트남 입국 전쟁 -‘우회 입국’ 생존 전략
베트남 호찌민 떤선녓 국제공항(Tan Son Nhat International Airport)의 입국 대기 시간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2022년 코로나19 재개방 이후 베트남을 찾는 관광객이 연간 800만명에서 2100만명으로 2.6배 증가했지만, 공항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호찌민발 한국행 항공권이 저가항공사인 비엣젯(VietJet Air)마저 가격이 급등한 반면, 다낭이나 나짱(Nha Trang), 푸꾸옥을 경유하면 더 저렴한 가격에 훨씬 수월한 입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직항이 가장 편하다’라는 상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셈이다.
24시간 내내 피크타임… “더 이상 한가한 시간대가 없다”
호찌민 공항의 가장 큰 문제는 더 이상 ‘오프피크 타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벽 시간대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터키, 일본, 중국, 호주에서 출발한 항공편들이 새벽 5시부터 쏟아져 들어온다. 입국장은 사실상 24시간 내내 북새통이다.
3년 전만 해도 오전 4~7시 사이에는 일본항공과 베트남항공(Vietnam Airlines)의 프랑크푸르트발 항공편 정도만 도착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시간대조차 저녁 10시 못지않은 혼잡도를 보인다.


▲ 호찌민 떤션녓 공항 1일 이용객 추이, 출처 구글맵

▲ 오전 4시에서 아침 6시 30분까지 도착하는 국제선 항공기 리스트, 4년전에는 JL79, VN30편만 있다가 중국,
인도, 호주노선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13편으로 늘어났다

▲ 오전 7시~9시 사이 도착 국제선 항공편
플라이트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오전 7~9시를 제외한 모든 시간대에 최소 5대에서 최대 11대 이상의 국제선 항공기가 동시에 도착한다. 그나마 한가하다는 오전 7~9시대도 한국인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이 시간대에는 싱가포르, 도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Sihanoukville)발 비행기만 도착하기 때문이다.
자동심사 제한도 한몫
베트남은 현재 자국민 중 신여권 소지자와 외국인 거주증 소지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자동입국심사를 허용한다. 외국인 관광객은 출국 시에도 자동심사대 이용이 불가능하다.
외국인 승객비중이 높은 베트남 특성상 입국시 대면 입국 심사승객이 다수를 차지 함을 의미한다. 즉 3편의 비행기가 동시에 도착하면 대기 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일본상공회와 호찌민시의 대화에서도 입국 대기 시간 단축 문제가 논의됐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연간 1300만명 처리 설계… 작년 이미 포화
호찌민 떤선녓 국제선 청사는 연간 1300만명 처리를 목표로 설계됐다. 하지만 작년에 이미 이 용량을 초과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항 당국은 시설 확충을 추진 중이지만, 관광객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많은 여행객들이 패스트트랙 입국 알선 업체를 이용하지만, 이것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입국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피크타임에는 패스트트랙조차 30분 이상 소요된다. 일반 입국 심사대와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한국 직항편, 하필 최악의 시간대만 골라 도착
한국발 항공편의 도착 시간 배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주요 한국 직항편 스케줄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동시 도착 항공편이 가장 많은 시간대에 집중돼 있다.
비엣젯항공 VJ865편(10:30 도착)은 비교적 도착편이 적은 시간대지만, 이마저도 쿠알라룸푸르, 대만 타이중(Taichung), 타이베이(Taipei) 2편, 홍콩, 광저우발 등 약 5대의 비행기가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다. 아시아나항공(Asiana Airlines) OZ731편(11:00 도착) 시간대에는 싱가포르발과 앞서 도착한 홍콩, 광저우발 항공기 승객들까지 겹친다.
대한항공(Korean Air) KE469편(12:50), 베트남항공 VN0409편(14:15), 비엣젯항공 VJ863편(14:20)은 점심 시간대 피크타임에 도착한다. 저녁 시간대는 더 심각하다. 베트남항공 VN0403편(21:25), 대한항공 KE475편(22:15), 아시아나항공 OZ735편(22:50), 대한항공 KE479편(23:20), 비엣젯항공 VJ861편(익일 0:30)이 모두 하루 중 가장 혼잡한 저녁 시간대에 몰려 있다.
이 시간대에는 같은 시간 도착하는 항공기가 6~10편에 달한다. 호찌민 도착 후 입국 심사 대기 시간에 대한 악평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다낭 경유, 시간도 절약하고 돈도 아낀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대안이 다낭 경유다. 인천~다낭 항공권은 평균 20만원대로, 30~50만원대인 호찌민 직항보다 10~30만원 저렴하다. 국내선 연결편도 풍부해 환승이 용이하다.
다낭 경유의 핵심은 항공편 시간대 선택이다. 오전 시간대 최적의 선택지는 티웨이항공(T’way Air) TW7편(인천 7:45 출발, 다낭 10:55 도착)이다. 이 시간대 다낭에 도착하는 국제선은 10시 기준 1편, 11시 기준 3편 정도에 불과하다. 지연만 없다면 여유로운 입국이 보장된다.
비엣젯 VJ879편(인천 7:00 출발, 다낭 10:00 도착)은 더욱 확실하다. 이 시간대에는 같은 비행기 탑승객들만 입국 심사줄에 서 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부산 출발은 비엣젯 VJ989편(부산 8:30 출발, 다낭 11:00 도착)이 유일한 선택지다.

대한항공 오후편, 입국 심사 20분 완료
대한항공 KE457편(인천 11:00 출발, 다낭 14:15 도착)도 괜찮은 선택이다. 이 항공기 도착 45분 전에 필리핀항공(Philippine Airlines) PR585편만 먼저 도착하기 때문에, 필리핀항공이 지연하거나 대한항공이 정시 도착하면 매우 수월한 입국이 가능하다.
저녁 입국을 선호한다면 이스타항공(Eastar Jet) ZE597편(16:35 출발, 20:10 도착)과 에어프레미아(Air Premia) YP621편(17:45 출발, 21:15 도착)이 최선이다. 이 두 항공편은 도착 시간대에 다른 국제선이 하나뿐이거나 아예 없어 입국 심사가 최대 20분 내 완료된다. 오히려 짐이 늦게 나온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다.
반면 20시 40분 이후 도착하는 항공편은 피해야 한다. 이 시간대부터는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항공기들이 집중 도착해 호찌민보다는 낫지만 입국에 한 시간 가까이 소요될 수 있다.
환승 시간 배분이 성공의 열쇠
다낭 경유의 다음 단계는 국내선 연결편 선택이다. 오전 도착 항공편인 티웨이, 비엣젯, 대한항공편은 시간 여유가 충분해 하루 수십 편 운항하는 호찌민행 중 원하는 시간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편으로 저녁 19~20시에 도착하는 경우는 다르다. 환승 시간을 고려하면 선택지가 크게 줄어든다. 21시 15분 출발 비엣트래블항공(Vietravel Airlines) VU685편, 22시 30분 출발 비엣젯 VJ647편, 23시 15분 출발 비엣젯 VJ1643편 정도가 현실적인 옵션이다. 저녁 도착 시에는 환승 연결편을 미리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다낭 경유 주의사항
다낭 경유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저가항공사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짐이 많으면 불리하다. 국내 저가항공사들은 10~15kg 위탁 수하물을 허용하지만, 비엣젯은 사전 구매하지 않으면 기본 7kg 기내 수하물만 인정한다. 위탁 수하물은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항공권 예약 시 이 부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둘째, 다낭공항의 구조적 불편함이다. 국내선과 국제선 청사가 300m 떨어져 있어 환승 시 야외로 이동해야 한다. 우천 시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우산이나 우비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푸꾸옥, 새벽·저녁 노리면 최고의 선택
푸꾸옥은 비행 거리는 다소 길지만 또 다른 매력적인 우회 경로다. 호찌민과 가깝고, 인천발 하루 7편이 운항해 스케줄 선택의 폭이 넓다. 무엇보다 푸꾸옥 국제공항(Phu Quoc International Airport)은 국제선과 국내선이 통합 청사를 사용해 환승이 매우 편리하다. 다낭처럼 300m를 야외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

새벽 도착편, 입국보다 짐 찾기가 더 오래 걸려
푸꾸옥 경유의 베스트 선택은 새벽 도착편이다. 비엣젯 VJ975편(인천 1:45 출발, 푸꾸옥 5:35 도착)과 VJ979편(인천 2:20 출발, 푸꾸옥 6:00 도착)이 대표적이다. 이 시간대에는 러시아나 유럽발 전세기가 없으면 이 두 편만 도착한다. 입국 심사 시간보다 수하물 찾는 시간이 더 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쾌적하다.
새벽 도착 후 오전 7시 1분 출발 비엣젯 VJ332편이나 7시 11분 출발 베트남항공 VN1820편을 이용하면 8시 5분 호찌민 도착이 가능하다. 9~10시경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어 출근이나 업무 일정에 지장이 없다.
주간 도착은 피해야… 동남아·러시아편과 겹쳐
반대로 주간 10시 이후 도착 편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인천 오전 출발 항공편들은 대부분 동남아, 러시아, 중앙아시아발 비행기들과 도착 시간이 겹친다. 이 시간대에 푸꾸옥에 도착하면 오히려 호찌민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저녁 시간대에는 티웨이항공 TW55편(20:15 도착)이 최적이다. 이 시간대에는 화·목·금·일요일에만 운항하는 중국동방항공(China Eastern Airlines) MU861편만 함께 도착한다. 월·수·토요일에는 아예 유일한 항공편이어서 입국 심사줄이 매우 짧다. 이 역시 짐 찾는 시간이 입국 심사보다 긴 희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20시 15분 이후 도착편은 절대 금물
푸꾸옥 경유에서 가장 중요한 주의사항은 20시 15분 이후 도착 항공편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간대가 푸꾸옥 공항의 피크타임이다. 게다가 호찌민행 연결편도 문제다. 푸꾸옥에서 호찌민으로 가는 마지막 항공편이 22시 5분 출발이기 때문에, 늦게 도착하면 연결편을 놓칠 위험이 크다.
호찌민 연결편 풍부… 당일 이동 가능
푸꾸옥의 가장 큰 장점은 호찌민 연결편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비행 시간도 1시간 정도로 짧다. 새벽 5~6시 도착 후 오전 7시대 국내선을 이용하면 출근 시간에 맞춰 호찌민 시내에 도착할 수 있다.
저녁 도착 시에는 22시 5분 출발 베트남항공 VN1834편을 이용하면 된다. 다만 이 항공편이 푸꾸옥발 호찌민행 당일 마지막 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좌석 확보가 어려울 수 있으니 사전 예약이 필수다.

푸꾸옥의 치명적 약점, 항공권 가격
푸꾸옥의 가장 큰 장점은 호찌민 연결편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비행 시간도 1시간 정도로 짧다. 새벽 5~6시 도착 후 오전 7시대 국내선을 이용하면 출근 시간에 맞춰 호찌민 시내에 도착할 수 있다.
저녁 도착 시에는 22시 5분 출발 베트남항공 VN1834편을 이용하면 된다. 다만 이 항공편이 푸꾸옥발 호찌민행 당일 마지막 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좌석 확보가 어려울 수 있으니 사전 예약이 필수다.

‘직항=최선’이라는 공식의 종말
베트남 입국 전략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오랫동안 여행업계의 상식으로 통했던 ‘직항이 가장 빠르고 편하다’는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베트남 관광객 폭증이라는 외부 환경 변화가 이 공식을 무력화시켰다.
호찌민 직항은 여전히 비행 시간 면에서는 최단 루트다. 하지만 공항 도착 후 2시간 가까이 입국 심사대 앞에서 소모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경유편은 비행 시간은 길지만, 입국 심사를 20분 내 통과한다. 총 소요 시간을 계산하면 경유가 오히려 빠를 수 있다.
비용 면에서도 경유가 유리한 경우가 많다. 다낭 경유는 호찌민 직항보다 10~30만원 저렴하다. 국내선 추가 비용을 감안해도 여전히 경제적이다. 푸꾸옥은 항공권 가격이 비싸 비용 절감 효과는 크지 않지만, 시간 절약 측면에서는 여전히 메리트가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선 여행자들
이제 여행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직항으로 편하게 가는 줄 알았다가 입국 심사대에서 최소 1시간 30분을 허비할 것인가. 아니면 환승이라는 다소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되, 입국 심사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스무스한 여행을 시작할 것인가.
약간의 사전 조사만으로도 2시간 넘는 입국 대기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다낭과 푸꾸옥 경유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핵심이다. 항공편 시간대, 동시 도착 항공기 수, 환승 연결편, 청사 구조, 수하물 규정 등을 꼼꼼히 확인하면 된다. 복잡해 보이지만, 한 번만 제대로 공부하면 이후 베트남 여행이 훨씬 수월해진다.
베트남 여행의 새로운 공식은 명확하다. 무조건 직항을 고집하는 시대는 끝났다. 상황에 따라 경유가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보다. 제대로 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일정과 예산에 맞는 최적의 루트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2025년 베트남 여행의 핵심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