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terview – Joyme Catering

2006년 어느 날, 빈증성의 한 신발공장 구내식당.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8천 명의 노동자들이 몰려들었고, 식당 앞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또 배탈이다”, “이걸 어떻게 먹으라는 거냐.”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4,500동짜리 식판 위에는 밥 한 공기와 묽은 국, 닭고기 두어 점이 전부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관리이사 한 사람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차라리 내가 직접 해보면 어떨까.’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그날의 ‘차라리’는 어엿한 현실이 되었다. 하루 12만 5천 식, 70여 개 사업장, 임직원 1천여 명. 베트남 전역 일만 여개의 급식업체 가운데 당당히 Top 10에 이름을 올린 조이미(Joyme) 단체급식. 라이프브릿지베트남의 정대열 대표를 만나, ‘밥 한 끼’에 20년 세월을 바친 한 기업인의 여정을 들어보았다.

“한국에는 조 단위 급식기업이 있는데, 이곳엔 왜 없을까”

정대열 대표가 베트남 땅을 처음 밟은 것은 2001년이었다. 파견 근무 형태로 베트남에 처음 들어온 수 년 후에 베트남에서 2번째 직장인 빈증성 신발공장 관리이사로 부임해 8천 명 직원들의 복지를 책임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책상 위에는 매일 급식 관련 민원이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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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베트남에는 프랑스, 독일, 일본계 급식업체 서너 곳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고, 나머지는 공장의 인근 식당 주인들이 공장 구내식당을 비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다반사 이었습니다. 한국 기업들조차 공장 인근 식당 사장님께 ‘급식 좀 맡아달라’고 부탁하던 시절이었죠.”

그는 문득 한국의 단체급식 시장을 떠올렸다. 1980년대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전문 급식 시스템을 도입했고,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같은 전문 기업들의 매출액은 조 단위를 넘어서고 있었다. ” 한국은 이미 단체급식이 하나의 전문 산업으로 자리 잡았는데, 베트남 인구는 한국의 두 배가 넘잖아요. 그런데, 이곳에는 체계적인 급식 시스템이 전무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기회라고 확신했습니다.”

2006년 1월, 그는 회사 오너에게 과감한 제안을 올렸다. “제가 급식회사를 설립하겠습니다. 한국에서 검증된 급식 전문가를 영입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한국계 단체급식 회사로서는 최초로 베트남 정부에 급식 사업 허가를 받고 영업을 시작했다. 그땐 외국인의 급식사업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단순히 등록하는 것이 아니었다. 조이미(Joyme Catering)의 탄생이었다. 첫 번째 고객사는 다름 아닌 그가 몸담고 있던 바로 그 신발공장이었다.

북부 삼성전자와 중부 두산중공업을 놓치다 경영자의 시선과 고용인의 시선

조이미는 출발부터 베트남 유일의 한국계 급식업체였다. 베트남 남부 호치민 인근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예외 없이 조이미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뼈아픈 판단 착오가 있었다.

“삼성전자가 하노이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두산중공업이 중부지역에 진출할 때 저희가 진출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법인장이 ‘원거리 서비스는 리스크가 크다’며 진출을 만류했습니다.” 정 대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오너와 고용 경영인의 관점 차이였던 셈이죠. 거대한 시장이 눈앞에 펼쳐져 있으면 당연히 뛰어들어야 하는데, 고용인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과 업무 부담만 늘어나니까요.”

그 결과는 뼈저렸다. 후발주자들이 삼성전자와 그 협력 회사 들이 형성한 북부의 거대 시장을 선점했다. 시장의 질적 차이도 컸다. 호치민의 봉제·신발 업계가 한 끼 1만 2천~1만 5천 동 수준에 머물러 있을 때, 하노이 전자업계는 2만 2천 동부터 시작하는 프리미엄 시장이었다.

“시장도 놓쳤고, 결과적으로 경쟁자까지 불러들인 셈이었습니다.” “몇 년 사이에 시장의 선발주자였던 조이미가 거대한 북부시장을 놓치고 초라한 회사가 되어 버렸어요” 정 대표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2012년부터 직접 경영에 뛰어들어 2013년에 하노이에 진출하고 2016년에는 다낭까지 진출했다.

“커미션을 주지 않아 계약을 잃는다 해도” 흔들리지 않는 원칙

경영 철학을 묻는 질문에 정 대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위생과 안전입니다. 창업 첫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것만은 결코 타협하지 않습니다.” 조이미의 슬로건 ‘안전해서 행복합니다’는 빈말이 아니다.

조이미 출신으로 독립해 자신의 급식회사를 창업한 베트남 직원이 어느 날 찾아왔다. “사장님, 조이미가 단체급식을 잘하면서도 왜 계약이 자꾸 끊기는지 아십니까?” 돌아온 대답이 의미심장했다. “조이미는 위생과 안전 면에서 확실하다는 평판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 임원들에게, 베트남인 중간관리자들에게 커미션을 줘야 하는데 그걸 안 하시잖아요.”

정 대표가 되물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위생과 안전 부문에서 만큼은 확실히 인정받고 있다는 뜻인가?” 대답은 단호했다. “그건 틀림없습니다.” 정 대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오히려 확신이 생겼습니다. 우리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구나 하고요.”

조이미는 HACCP CODEX 2020, ISO 22000 등 국제 기준을 충족하는 위생안전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115억 동 규모의 사고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 만일의 사고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른바 ‘기준-예방-대비’의 3중 안전장치다. 위생안전 기준을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현지 직원 교육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365일 24시간, 멈추지 않는 현장

현재 조이미 단체급식은 호치민 본사와 하노이 그리고 다낭 3개 지사에서 약 1천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하루 12만식 이상, 70여개 사업장. 기업체는 물론 학교, 병원 등 다양한 분야에 한식, 중국식, 베트남식, 건강식, 임산부식 등 맞춤형 메뉴를 제공한다.

“365일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습니다. 설 연휴에도 가동되는 사업장이 있고, 하루에 네 끼를 제공하는 곳도 있어요.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야식까지. 2교대 근무 공장들은 대부분 그렇습니다.” 정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20년 동안 전 임직원이 한자리에 모여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언제 어디선가는 반드시 누군가가 일하고 있으니까요.”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는 것” 기본에 충실한 경영

1천여 명의 임직원을 이끄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정 대표가 노무 관리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4대 보험은 반드시 적용합니다. 높은 급여를 주는 것보다 사회보험 정상 가입, 적법한 근로계약 체결이 우선입니다. 외국 기업이 그런 일로 문제가 생기면 안 되지 않습니까.”

“5년 내 Top 5, 10년 내 5천억” – 멈추지 않는 도전

조이미는 현재 베트남 전체 급식업계 Top 10에 자리하고 있다. 20년간 연평균 24% 성장. 맨손으로 시작한 기업치고는 놀라운 성과다.

“올해 목표는 매출액 1조 동 돌파입니다. 기존 거래처만으로도 8,500억 동 이상이 예상되니 1조 2천억 동까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연말이면 하루 17~18만 식 규모로 확대되어 Top 5에 진입할 것입니다.”

5년 후 목표는 2조 동, 한화로 약 1천억 원이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는 베트남 증시 상장이다. ” 상장 자금을 개인 호주머니에 넣으려는 게 아닙니다. 상장 자금으로 M&A등을 추진해 급식회사에서 식품회사로 성장하여 가는 제2의 도약을 하겠다는 전략입니다. 10년 후에는 3천억, 5천억 원 대 베트남에서 성공한 한국기업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가 전망하는 베트남 급식 시장의 미래도 밝다. “5년 후면 학교 급식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입니다. 현재 베트남 학교들은 급식의 사각지대나 다름없어요. 도시락을 싸오거나, 제대로 된 구내식당이 없죠. 그러나 국민 의식 수준과 경제 사정이 높아지면 자녀 먹거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구내식당이 들어서게 됩니다. 그 시장 규모가 현재 산업계 급식 시장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다음은 대형 빌딩 중심의 도시형 급식 시장이죠.”

창립 20주년,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라이프브릿지베트남 (브랜드: 조이미 단체급식)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한다. 이를 기념해 오는 3월 15일(일) 하노이 소재 피닉스골프장 드래곤 코스에서 ‘창립 20주년 기념 감사 골프대회’를 개최한다. 20년간 함께해온 고객사와 파트너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정 대표는 초대장에 이렇게 적었다. “20년간 함께 걸어온 모든 발걸음이 저희에게는 큰 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신뢰와 동반성장을 이어가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적자만 나지 않으면 됩니다” 고객과의 약속

마지막으로 고객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청했다. 정 대표는 최근 있었던 일을 꺼내 들었다.

“어제 있었던 일입니다. 독일 고객사인데, 저희가 한 달에 5천만 동씩 적자를 감수하며 서비스를 유지해왔어요. 1년 동안 가격 인상을 요청했지만 계속 거절당했습니다. 결국 공식 서한을 보냈죠. ‘가격 인상이 어려우시다면, 한 달간 서비스를 유지할 테니 다른 업체를 알아봐 주십시오.'”

그러자 고객사에서 미팅을 요청했다. “그쪽에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귀사의 서비스가 매우 만족스럽고, 직원들의 전문성도 높이 평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급식회사를 변경하고 싶지 않습니다. 서비스 구조를 조정해서 적자가 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는 폭리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적자만 나지 않으면 됩니다. 대신 고객과의 약속, 그 신뢰를 끝까지 지킵니다. 그것이 저희 회사의 핵심 가치인 중의 하나인 고객과의 ‘Two-way constructive communication’ 과 그것을 통한 ‘Reliability’의 실현입니다.”

한 끼의 무게, 20년의 신뢰

인터뷰 내내 정대열 대표의 입에서 가장 자주 나온 단어는 ‘신뢰’였다. 커미션을 거부해 계약을 잃더라도, 적자를 감수하며 품질을 유지하더라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그가 20년간 쌓아온 가치였다.

“사업을 개인의 치부(致富) 수단으로 삼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베트남에서 진정으로 신뢰받는 식품 전문 기업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서 고객을 속이지 않습니다. 믿음이 가는 회사를 만들어야 미래의 비전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We serve you happier times.” 단순한 식사가 아닌 행복한 시간을 드립니다. 조이미의 모토다. 하루 12만 명이 받아 드는 밥 한 끼. 그 한 끼 안에 20년의 세월과 흔들리지 않는 신뢰가 담겨 있다. 한 끼의 식사에 진심을 담아온 사람, 정대열. 그의 다음 10년 그리고 20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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