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7일 66개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와 로이터(Reuters) 통신이 보도했다.
백악관은 이들 기구의 활동이 “미국의 국익, 안보, 경제적 번영, 주권에 반한다”며 탈퇴와 함께 모든 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탈퇴 대상 66개 기구 중 31개는 유엔(UN) 산하 조직이다.
주요 탈퇴 기구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이주 및 개발에 관한 글로벌 포럼(Global Forum on Migration and Development), 유엔여성기구(UN Women), 유엔인구기금(UNFPA) 등이 포함됐다.
IPCC는 글로벌 기후 정책 연구와 방향을 제시하는 과학 기관이며, UNFCCC는 모든 주요 국제 기후 협약의 기반이 되는 협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도 이주에 관한 유엔 글로벌 협약이 주권을 침해한다며 반대한 바 있다. 또 UNFPA에 대해서는 “낙태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재정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벨기에 국제위기그룹(ICG) 유엔 담당 국장 리처드 고완(Richard Gowan)은 “미국이 국제법, 경제 발전, 환경 협력, 성평등 권리를 촉진하는 기구들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은 많은 국제기구가 “미국의 주권을 억제하는” 공동 목표를 갖고 있다며 이번 조치를 옹호했다. 지난해 미국국제개발처(USAID) 해체를 주도한 루비오 장관은 “비정부기구 복합체”와 “엘리트 네트워크”를 겨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 활동가들은 이에 반발했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미국 민주주의 이니셔티브 국장 아만다 클레이싱(Amanda Klasing)은 “미국 행정부가 인권에 대해 선택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명백히 증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클레이싱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글로벌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 탈퇴를 결정한 지 거의 1년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서 “유엔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반문하며 이 기구가 큰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결국 “공허한 말만 내놓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 2024년 정규 예산에 대한 의무 분담금 납부를 거부했고, 2025년 분담금과 평화유지 활동비로 약 10억달러를 삭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엔 관계자는 미국이 탈퇴한 기구 대부분이 현재 회원국이 아니거나 매우 제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곳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미국의 글로벌 위상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완 국장은 “누가 이익을 볼 것인가? 아마도 중국일 것”이라며 “중국은 수년간 개발 정책에 초점을 맞춘 유엔 기관에 투자해왔다. 이제 미국이 경기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다음 날 마오닝(Mao Ning)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유엔 기구들이 “글로벌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경제·사회 발전을 촉진하며 “모든 국가의 평등권을 보호”하는 데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유엔 시스템의 효과적인 실행이 ‘정글의 법칙’을 막는 방패이며, 국제 질서가 ‘힘이 곧 정의’라는 논리에 지배되지 않도록 막는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미국 하원 미·중 전략경쟁 특별위원회 고위 위원인 민주당 라자 크리슈나무르티(Raja Krishnamoorthi) 의원은 66개 국제기구 탈퇴가 “베이징에 전략적 우위를 넘겨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철수하면서 경쟁국, 특히 중국에 영향력과 리더십을 자발적으로 양보했으며,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미국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크리슈나무르티 의원은 “이는 미국 리더십에서 무모한 후퇴”라며 “우리의 안보, 경제, 글로벌 영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조치로 미국은 극단주의 공격을 막는 대테러 공조 메커니즘, 전염병 발견과 봉쇄를 돕는 공중보건 파트너십, 분쟁과 인도주의 위기가 미국으로 확산되기 전에 줄이는 안정화 노력을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구들이 개혁이 필요하다면 답은 리더십과 책임이지 회피가 아니다”라며 “세계에 등을 돌리는 것은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 아니라 미국을 고립시키는(America Alone) 것”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