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영화, 왜 오스카 문턱을 넘지 못하나?

베트남 영화, 왜 오스카 문턱을 넘지 못하나?

출처: VnExpress VN
날짜: 2025. 12. 29.

지난 20여년간 베트남에서 다수의 영화가 오스카상에 출품됐지만, 국제장편영화상 본선 진출에 번번이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영화적 스토리텔링의 보편성 부족과 글로벌 마케팅 전략 부재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30일 베트남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수직의 여름'(The Vertical Summer, 2000년), ‘물소의 여름'(The Buffalo’s Summer, 2005년), ‘파오 이야기'(Pao’s Story, 2006년), ‘하노이 아오자이'(Hanoi Silk Dress, 2007년), ‘태우지 마라'(Don’t Burn, 2008년), ‘불타는 풀의 향기'(The Scent of Burning Grass, 2012년), ‘복숭아, 쌀국수, 피아노'(Peach, Pho and Piano, 2024년) 등 다수의 베트남 영화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에 출품됐다.
가장 최근에는 꽝찌(Quang Tri) 성채 전투를 다룬 ‘붉은 비'(Red Rain)가 2026년 오스카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베트남 대표작으로 출품됐으나, 최종 15개 후보작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간 베트남 영화 중 오스카 본선에 오른 작품은 하 레 지엠(Ha Le Diem) 감독의 다큐멘터리 ‘안개 속의 아이들'(Children in the Mist)이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 15개 후보에 포함된 것이 유일하다.

판 당 지(Phan Dang Di) 감독은 “오스카 국제장편영화상 심사 기준은 문화적 정체성을 지닌 작품, 내적 갈등을 가진 캐릭터, 국제적 대화 능력”이라며 “영화는 국내 상황을 반영할 뿐 아니라 전 세계 관객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작팀은 공통의 인간적 가치를 공유하는 주제, 상황, 감정 또는 갈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오스카는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 특히 인간 비극이나 사회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 영화들을 우대해왔다. 수상작이나 후보작 대부분은 칸(Cannes), 베니스(Venice), 베를린(Berlin), 토론토(Toronto) 등 주요 영화제에서 먼저 주목받은 작품들이다.
2021년 오스카를 수상한 덴마크 영화 ‘어나더 라운드'(Another Round)는 중년의 위기를, 2023년 수상작인 독일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는 제1차 세계대전을, 2024년 수상작 ‘관심 구역'(The Zone of Interest)은 폴란드 아우슈비츠(Auschwitz) 수용소 사령관 가족을 다뤘다.
이들 영화는 개인적 경험이나 역사적 기억에서 출발해 정체성 위기, 도덕적 갈등, 생존 욕구 등 전 세계인이 직면한 보편적 문제로 승화시켰다. 감독들은 간결하고 절제된 영화 언어로 이야기를 풀어내 관객이 별다른 설명 없이도 캐릭터와 교감할 수 있도록 했다.
판 당 지 감독은 “오스카에 출품된 많은 베트남 영화가 감동적이고 가치 있지만, 접근 방식이 여전히 국내 맥락에 국한돼 있다”며 “많은 작품이 국내 배경, 관습, 문제에 집중하고 있으며, 감정을 행동, 영상, 사운드 디자인이 아닌 대사나 내레이션으로 전달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C) 회원인 응우옌 레(Nguyen Le) 영화평론가는 “영화의 메시지는 시나리오와 표현에 자연스럽게 통합될 때 가장 효과적”이라며 “베트남 영화는 정체성이 풍부한 이야기가 부족하지 않지만, 시나리오 구조, 감정 전개, 영화 템포, 관객 몰입 능력 면에서 표현과 서사 리듬이 국제 기준에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적 완성도 외에도 마케팅 전략이 결정적 요인으로 지적됐다. 영화제는 오스카 같은 주요 상 후보에 오르기 위한 중요한 발판으로 여겨진다.
우디네 극동영화제(Udine Far East Film Festival) 창립 회원이자 회장인 사브리나 바라체티(Sabrina Baracetti)는 “정기적으로 15개 후보에 오르는 국가의 영화 산업은 칸, 베니스, 베를린, 토론토, 로카르노(Locarno) 영화제 참가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들 영화제 수상은 예술적 완성도를 보증하며, 영화가 아카데미의 주목을 받는 ‘여권’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영화는 이러한 전략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붉은 비’, ‘복숭아, 쌀국수, 피아노’, ‘푸른 눈'(Blue Eyes) 같은 영화들은 주요 영화제에서 상영되지 않은 채 오스카에 출품됐으며, 세계 비평가들에게 알려지지도 않았다.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하거나 경쟁한 베트남 영화는 매우 적어 국제 무대에서 일관된 흐름을 만들지 못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몇몇 작품으로는 ‘비, 두려워하지 마!'(Bi, Don’t Be Afraid!, 판 당 지, 2015년 베를린영화제), ‘롬'(Rom, 짠 타인 후이,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황금 고치 속'(Inside the Golden Cocoon, 팜 티엔 안, 2023년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쿨리는 울지 않는다'(The Coolie Never Cries, 팜 응옥 란, 2024년 베를린영화제 최우수 신인작품상) 등이 있다.

오스카 후보에 오른 국가들은 통상 수십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를 캠페인에 투자한다. 아카데미 회원을 위한 시사회 개최, 전문지 광고, 인터뷰 및 행사 주선, 경험 많은 홍보대행사 고용 등이 포함된다.
반면 베트남 영화는 장기 캠페인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 경험, 강력한 배급 네트워크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2020년 오스카를 수상한 ‘기생충'(Parasite)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인디와이어(IndieWire)에 따르면 홍보 전문가 마라 벅스바움(Mara Buxbaum)은 2019년 칸영화제 초연에서 영화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시상 시즌 동안 협력하기 위해 제작팀에 적극 연락했다.
칸영화제 이후 그녀와 팀은 봉준호 감독을 수많은 주요 영화제에 데려갔고, 많은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으며, 네온(Neon) 및 다른 에이전시들과 협력해 언론 보도를 확대했다.
다년간 베트남에서 활동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마우리시오 오사키(Mauricio Osaki)는 “국내 영화가 오스카 후보에 오를 기회를 얻으려면 캠페인이 제작 단계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는 세계 3대 영화제(베를린, 칸, 베니스) 중 하나에서 초연하고 상을 받아 주목받아야 하며, 이후 미국 주요 영화제로 캠페인을 확대하고 비평가, 큐레이터, 아카데미 회원과 관계를 구축한 뒤 후보 선정 단계에 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스카 후보 지명은 예술에 대한 인정이자 국가의 문화 산업과 그 배후의 제작 및 배급 시스템에 대한 확인”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영화국 당 짠 꾸엉(Dang Tran Cuong) 국장은 “베트남 영화 산업은 장기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국제적 관점을 가진 프로젝트 개발에 집중하고, 베트남 정체성을 반영하되 현대적이고 보편적인 영화 언어로 표현된 이야기를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련 기관이 국제 협력, 교육, 멘토링을 통해 유망 프로젝트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외국 파트너와의 공동 제작 활동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 짠 꾸엉 국장은 또 “베트남 오스카 출품작에 대한 전문적인 국제 배급 및 홍보 전략 개발이 중요하다”며 “경쟁력 강화는 고급 인력 양성, 법적 틀 완성, 전문 영화 생태계 구축을 포함한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과 연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세대의 젊은 영화제작자들은 영화제, 프로젝트 마켓,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통합되고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주요 영화상의 기준과 취향을 이해하면 창작 스타일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당 짠 꾸엉 국장은 “국내 제작팀이 공식이나 단기 트렌드를 쫓지 않고 지속적인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 구축에 집중하면서 헌신, 창의성, 끈기를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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