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찌민시 떤선(Tan Son) 동에 사는 레티중(Le Thi Chung·65) 씨가 37년간 간직해온 딸의 퇴원증명서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다. 1988년 출산 당시 발급받은 누렇게 바랜 서류 사진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세월을 견딘 모정(母情)에 깊은 감동을 표했다.
1988년 11월, 병원비 2,060동… 당시 한 달 생활비의 10배
퇴원증명서는 호찌민시 3군(옛 행정구역) 보건소에서 발급한 것이다. 당시 28세였던 레티중 씨는 1988년 11월 2일 입원해 11월 10일 퇴원했으며, 모녀 모두 건강했다. 딸은 자연분만으로 태어났고 체중은 2.9kg이었다. 당시 병원비는 총 2,060동이었다.
레티중 씨에 따르면, 1985년 화폐개혁 이후 200동이면 한 사람이 한 달을 생활할 수 있었다. 따라서 2,000동이 넘는 출산 비용은 당시 그녀의 월급에 비하면 상당한 금액이었다.
세월에 바랜 종이, 손으로 쓴 글씨, 빛바랜 도장을 본 누리꾼들은 “마치 역사책을 보는 것 같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끈 같다”며 감회에 젖었다.
“커피 다 마시기도 전에 딸이 태어났죠”
출산 당일을 회상하며 레티중 씨는 “남편이 새벽 5시에 자전거로 저를 3군 산부인과에 데려다줬어요. 남편은 저를 분만실에 들여보낸 뒤 병원 앞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기다렸는데, 커피를 다 마시기도 전에 딸이 태어났답니다”라고 말했다.
출산 후 레티중 씨는 태반 잔류 합병증으로 복통과 발열 증상이 나타나 8일간 입원해야 했다. 퇴원 시 병원비 총액이 2,060동이었다.
“이 종이는 딸을 세상에 데려온 티켓이에요”
레티중 씨는 “이 서류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에요. 제게는 딸을 세상에 데려온 티켓 같은 거예요. 37년간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저는 이 종이를 반듯하게 펴서 보관해왔어요. 딸이 태어난 그 신성한 순간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기 위해서요”라고 말했다.
딸 “어머니는 ‘기억의 서랍’을 지키는 분”
레티중 씨의 딸 호앙레낌응안(Hoang Le Kim Ngan·37) 씨는 현재 호찌민시에서 마케팅 이사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어머니는 호찌민시 아동영양센터에서 근무하셨기 때문에 과학적이고 꼼꼼하게 저희를 키우셨어요. 부모님은 공무원의 박봉으로 어려운 시기에 저와 오빠를 키우셨죠”라고 회상했다.
“최근에야 어머니가 메시지로 이 사진을 보내주셨어요. 아름다운 사진을 많이 봤지만, 누렇게 바랜 종이와 손글씨, 오래된 도장을 보는 순간 말문이 막혔어요. 어머니 품에 안긴 작은 제 모습이 보이고, 눈앞에 역사가 펼쳐지는 것 같았어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끈 같았죠”라고 응안 씨는 말했다.
“저에게 이 종이는 어떤 물질적 선물보다 소중해요. 제 첫 숨결부터 어머니가 주신 보호와 사랑이 담겨 있거든요.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어머니의 희생과 정성이 있었다는 걸 일깨워줘요.”
“어머니는 제 거울…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응안 씨는 어머니를 “묵묵히 헌신하는 강인한 여성”이라고 표현했다. “어머니는 소셜미디어를 잘 안 쓰시지만, 늘 조용하고 꾸준하게 사랑을 전달하는 방법을 알고 계세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온갖 일을 하며 저희 남매를 가르치시는 걸 봤어요. ‘공부만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늘 말씀하셨죠.”
응안 씨는 “배움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이라며 “저는 늘 어머니를 거울삼아 매일 더 노력해요. 어머니가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고,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사시길 바랄 뿐이에요”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