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2025년 베트남, ‘자연재해의 해’로 기록될까

역대 최악의 태풍·홍수 피해, 기후변화가 만든 ‘완벽한 폭풍’

베트남이 올해 기록적인 자연재해로 신음하고 있다. 역대 최다 태풍 상륙, 50년 만의 최악의 홍수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경제적 손실은 32억 달러(약 4조3000억원)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라니냐 현상과 기후변화가 결합해 만든 ‘완벽한 폭풍’이 베트남을 강타했다고 분석한다. 2017년 이후 8년 만에 재난의 해가 재현되면서 베트남의 재난 대응 체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0년 만의 최악 홍수, 모든 기록 경신

베트남 농업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자연재해로 279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피해액은 2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진짜 재앙은 11월에 찾아왔다. 11월 홍수만으로 추가로 9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돼 연간 총 피해자 수는 369명으로 늘어났다.
닥락성의 바(Ba)강은 꾸옹손(Cuong Son) 지점에서 11월 20일 오전 1시 40.99미터를 기록하며 경보 3단계보다 6.49미터 높았고, 1993년 역대 최고 기록인 39.9미터를 1.09미터나 초과했다. 푸람(Phu Lam) 지점에서는 오전 3시 5.4미터를 기록해 경보 3단계보다 1.7미터 높았고, 1993년 역대 최고치인 5.21미터를 0.19미터 넘어섰다.
칸호아(Khanh Hoa)성의 까이(Cai)강에서도 홍수가 정점에 달했다가 물러나기 시작했는데, 동짱(Dong Trang) 관측소에서 오전 5시 최고 13.14미터를 기록해 경보 3단계보다 2.14미터 높았고, 2003년 역대 최고치인 13.34미터에 0.2미터만 못 미쳤다.
끼로(Ky Lo)강(닥락), 바강, 딘닌호아(Dinh Ninh Hoa)강(칸호아)은 각각 2009년, 1993년, 1986년 기록을 넘어섰다. 베트남 기상수문청이 발표한 보고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칸호아(Khanh Hoa)성 홍수피해 이재민

“5개 유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록적 홍수가 발생한 것은 50년 이상의 모니터링 역사상 극히 드문, 거의 전례 없는 사건입니다. 3개 유역에서 동시에 대홍수가 발생하는 것조차 극히 드물며 정상적인 설계 매개변수를 벗어납니다.”
보고서는 더 나아가 “정확한 예보가 있었어도 이런 전례 없는 재난에 대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는 베트남 기상당국이 자신들의 예측과 대응 능력의 한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례적인 발언이다.

전례 없는 강우량

숫자들은 더욱 충격적이다. 11월 15일 오후 7시부터 21일 오후 7시까지 단 6일간 닥락성 동부 지역의 총 강우량은 500~1200밀리미터에 달했다. 연간 강우량의 상당 부분이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쏟아진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더욱 극단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송힌(Song Hinh)에서 1861밀리미터, 호아미타이(Hoa My Tay)에서 1575밀리미터, 손롱(Son Long)에서 1363밀리미터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의 연평균 강우량(약 1300밀리미터)을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넘어선 수치다.
자라이 (Gia Lai) 성에서는 광범위하게 300~600밀리미터가 내렸지만 최고치는 깬리엔(Canh Lien)에서 1000밀리미터였다. 칸호아성도 500~700밀리미터의 예외적으로 강한 강우를 기록했으며 다이란(Dai Lanh)에서 1071밀리미터까지 올라갔다.

자라이(Gia Lai)성 침수상황 사진

알자지라에 따르면 중부 베트남 일부 지역에서는 3일간 강우량이 150센티미터(60인치)를 초과했다. 이는 한국의 연평균 강우량에 육박하는 양이 단 3일 만에 쏟아진 것이다.
닥락성의 호아판(Hoa Phan)구에서는 홍수로 7세 소녀가 산사태에 매몰됐다. 산사태로 인한 폭우로 소녀가 머물던 집의 일부가 무너져 매몰됐다. 소녀는 1시간 반 만에 구출돼 다리 골절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닌단(Nhan Dan) 신문과 함께 게재된 사진은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흙, 바위,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에서 소녀의 손이 튀어나온 모습을 보여줬다.

냐짱의 참상

냐짱은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변 관광지 중 하나다. 깨끗한 해변과 활기찬 나이트라이프로 유명한 이 도시는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그러나 11월 셋째 주, 냐짱은 물의 도시가 됐다.
AFP 통신이 촬영한 사진들은 냐짱 시내 전체 블록이 침수되고 수백 대의 차량이 물에 잠긴 모습을 보여준다. 호텔, 식당, 상점들이 1미터 이상의 물에 잠겼다. 관광객들은 보트로 대피해야 했고, 많은 이들이 공항으로 가는 길이 차단돼 발이 묶였다.
냐짱의 세라믹 판매상 응우옌반토아이(Nguyen Van Thoai·60)는 상인 가판대 사이의 통로에서 치워야 할 손상된 상품 더미를 가리키며 “정말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시장 재고를 어디에 둬야 할지조차 모르겠습니다. 한 달 동안 청소해도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냐짱 주변의 칸호아성에서는 해군 병력이 배치돼 고립된 시민들을 돕고 있다고 베트남 통신사가 보도했다. 많은 지역에서 홍수가 기록적인 높이에 도달했다.

다가온 농업 재앙

농업 부문의 타격이 특히 심각하다. 55만3417 헥타르의 벼와 농작물이 침수됐고, 거의 37만7000 헥타르의 기타 플랜테이션이 영향을 받았다. 이는 서울시 면적(605㎢)의 약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11월 홍수만으로도 닥락과 다른 4개 성에서 8만 헥타르(20만 에이커) 이상의 벼와 기타 농작물이 지난주에 피해를 입었으며, 320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나 가금류가 죽거나 홍수로 쓸려갔다. 1157헥타르의 양어장도 물에 잠겼다.
베트남의 주요 커피 재배 지역인 닥락에서는 커피 농장들이 침수돼 수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상인들은 홍수가 이 지역의 커피 수확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으로, 닥락은 전국 커피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번 홍수로 인한 커피 생산 차질은 전 세계 커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닥락의 제당 공장에서는 홍수로 20리터 통 100개의 황산이 쓸려갔다. 공안부는 대중에게 위험한 액체를 피하라고 경고했다.

태풍 19개, 2017년 기록에 육박

홍수만이 아니다. 올해 베트남을 강타한 태풍과 열대저기압은 19개로, 이 중 14개가 강력한 태풍으로 발달했다. 이는 2017년 세운 역대 최다 기록(20개)에 단 하나 모자란 수치다.
베트남 국립수문기상예보센터(NCHMF)의 응우옌 톤 꽌(Nguyen Ton Quan) 부소장은 “19개 태풍과 열대저기압이 올해 베트남을 강타했으며, 이는 2017년 기록에 하나 모자란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베트남은 연간 6~8개의 열대성 저기압의 영향을 받는다. 남중국해는 평균적으로 연간 11~13개의 열대성 저기압을 기록한다. 가장 강한 활동은 7월, 8월, 9월, 10월에 한 달 평균 약 2개의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한다. 그러나 2025년은 이러한 평균을 크게 초과했다.
알자지라는 “베트남은 지구상에서 가장 활동적인 열대성 저기압 지역 중 하나에 있으며 통상 연간 10개의 태풍이나 폭풍의 영향을 받지만, 칼매기는 2025년 13번째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8월: 태풍씨즌의 시작

올해 베트남을 강타한 주요 태풍들을 시간순으로 살펴보면, 먼저 8월 25일 태풍 까직키(Kajiki)가 응에안(Nghe An)성과 하띤(Ha Tinh)성 사이에 카테고리 2 태풍으로 상륙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 태풍으로 1명이 사망했고 응에안성의 피해액은 1조4800억 동(6369만 달러)을 초과했다. 하띤성의 피해는 2조9000억 동(1억2522만 달러)에 달했고 꽝찌(Quang Tri)성에서는 350억 동(1546만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

9월: 라가사와 부알로이

9월에는 태풍 라가사(Ragasa)가 올해 첫 슈퍼 태풍으로 발달해 카테고리 5에 도달했다. 가이 카펜터(Guy Carpenter)의 사후 보고서에 따르면 슈퍼 태풍 라가사는 2025년 서북태평양의 18번째 명명된 열대성 저기압으로, 최대 지속 풍속 시속 270킬로미터(145노트)의 카테고리 5에 도달한 올해 가장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이었다.
라가사는 필리핀 동쪽 약 1000킬로미터 지점의 저기압 시스템에서 발생했다. 이 시스템은 9월 18일 열대성 폭풍 상태를 달성해 일본 기상청(JMA)에 의해 명명됐다. 형성 후 이 시스템은 필리핀해와 남중국해 북부를 가로질러 서북서 방향으로 이동했다.

태풍은 홍콩 남쪽 약 120킬로미터를 통과했다

9월 21일, 라가사는 섭씨 29도를 초과하는 따뜻한 해수와 약한 수직 바람 시어 환경을 가로지르면서 사피르-심슨 허리케인 풍속 등급의 카테고리 5 태풍 또는 중국 분류를 사용하는 슈퍼 태풍이 됐다. 태풍은 9월 22일 루손 해협을 통과했고, 그 광범위한 순환이 루손과 타이완에 폭우를 발생시켰다.
9월 23일부터 라가사가 육지에 가까워지면서 점차 약화됐다. 9월 24일 이른 아침 태풍은 홍콩 남쪽 약 120킬로미터를 통과했다. 시속 120킬로미터 이상의 바람과 폭우가 도시 일부에서 기록됐다. 라가사는 나중에 같은 날 오후 5시(중국 표준시) 광둥성 양장(Yangjiang) 근처에 상륙했으며, 추정 최대 풍속은 시속 145킬로미터였다.
양장 국가기상관측소는 초속 54.5미터(시속 196킬로미터)의 새로운 최강 돌풍을 기록해 2020년 태풍 하구핏(Hagupit)이 세운 이전 기록을 넘어섰다. 인근 해상 기상관측소들도 초속 60미터(시속 215킬로미터)를 초과하는 돌풍을 보고했다.
홍콩에서는 총 101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그 중 3명은 홍콩섬 동쪽에서 태풍과 관련된 파도에 바다로 쓸려갔다. 해안 지역은 거친 바다와 높은 파도의 영향을 받아 일부 해안 부동산에 피해를 입혔다.
마카오에서는 저지대가 최대 1.5미터 높이의 물로 침수됐고,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3000명 이상이 대피했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광둥성 양장시는 태풍이 직접 강타하면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양식 판자와 떠다니는 상자가 해체됐고, 귀중한 심해 어류 제품이 하이링섬(Hailing Island)의 바다로 쓸려갔다. 한 양식 회사는 태풍 동안 거의 1600에이커의 창고가 피해를 입었으며, 일부 농부의 판자집이 직접 날아가고 매트리스가 들어 올려져 창고 연못으로 날아갔다.
9월 29일에는 태풍 부알로이(Bualoi)가 하띤성에 잠시 카테고리 2 태풍으로 상륙한 후 다음 날 소멸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 폭풍으로 최소 57명이 사망했고 18조8000억 동(7억4800만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

태풍 부알로이(Bualoi)의 하띤성 상륙후 모습

10월: 연이은 태풍

10월에는 태풍 맛모(Matmo), 할롱(Halong), 낙리(Nakri), 펑션(Fengshen)이 형성됐으며, 이 중 하나는 매우 강력한 태풍으로 발달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태풍 맛모는 필리핀과 태국에 광범위한 홍수를 일으켜 최소 39명이 사망하고 22억4000만 달러(2025년 기준)의 피해를 입혔다. 맛모는 10월의 첫 번째 태풍으로 필리핀, 중국 남부, 홍콩, 마카오, 베트남, 라오스, 태국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10월 말에는 이미 중부 베트남에 심각한 홍수가 발생했었다. 10월 28일 폭우로 최소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정부 재난관리청에 따르면 이 홍수로 1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환경부는 비로 인해 150건 이상의 산사태가 발생하고 2200헥타르(5400에이커)의 농작물이 침수되고 10만3525채의 주택이 침수됐다고 밝혔다. 정부 재난관리청의 별도 보고서에 따르면 침수된 주택의 대부분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던 수요일에 관광지인 후에(Hue)와 호이안(Hoi An)에 있었다.
후에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옛 제국 수도로, 40개 코뮌 중 32개가 홍수로 잠겨 3만5000가구에 영향을 미쳤다. 다낭(Da Nang)과 고대 도시 호이안에서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11월: 칼매기의 파괴

11월 6일 상륙한 태풍 칼매기(Kalmaegi)는 빈딘(Binh Dinh)성에 상륙하며 수십 년 만에 중부 베트남을 강타한 가장 강력한 폭풍 중 하나로 기록됐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칼매기는 최대 지속 풍속 시속 125마일(약 201킬로미터)로 베트남 해안을 강타했다.
CNN은 “칼매기는 베트남을 강타한 가장 강력한 태풍 중 하나로, 이미 기록적 강우로 인한 홍수로 포화 상태인 지역에 폭우와 파괴적인 바람을 가져왔다”고 보도했다. 태풍은 지난주 역사적 유적지인 고대 도시 호이안과 옛 제국 수도 후에를 침수시킨 파괴적인 홍수에서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에 강타했다.
칼매기가 가져온 폭우는 닥락성의 해안 지역사회들도 침수시켰는데, 이 지역은 약 6시간 동안 354밀리미터(1피트)의 비를 기록했다고 베트남 뉴스가 보도했다. 50만 명 이상이 대피했으며, 많은 이들이 보트로 대피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10월 홍수 동안 10명 이상이 사망했고 11만6000채 이상의 주택과 5000헥타르의 농작물이 침수됐다.
11월에는 7번째 태풍 인싱(Yinxing)이 금요일 아침 베트남 동해(남중국해)의 동쪽 해역에 진입해 2025년 베트남에 영향을 미친 7번째 태풍이 됐다고 VietnamNet이 보도했다. 오전 4시, 태풍은 최대 지속 풍속 레벨 14(시속 150~166킬로미터)로 레벨 17(시속 202~220킬로미터)의 돌풍을 기록했다. 시속 약 15킬로미터의 속도로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11월 25일에는 태풍 꼬또(Koto)가 오전 1시 북서태평양에서 형성됐으며 초기 풍속은 시속 29마일이었다. 폭풍 시스템은 처음에 시속 17마일로 북서 방향으로 이동했고, 그 사이에 직경 460마일에 도달했다. 폭풍은 11월 25일 오전 10시에 꼬또로 명명됐으며, 이미 베트남의 영향권 내에 있었다. 기압은 일시적으로 975밀리바로 떨어졌다. 11월 27일 오전 7시, 현재까지 최고 풍속인 시속 92마일에 도달했다.

침수된 베트남 옛수도 후에의 모습

21번째 태풍

11월 말에는 21번째 열대성 저기압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됐다. VietnamNet은 “드문 열대저기압이 앞으로 24시간 내에 동해로 진입할 예정이며, 잠재적으로 2025년 이 지역에 형성된 21번째 열대성 저기압이 될 것 – 새로운 기록”이라고 보도했다.
“이 저기압이 예보대로 동해로 진입하면 올해 이 지역의 21번째 열대성 폭풍 시스템(15개 태풍 포함)이 돼 2017년 세운 20개 기록을 경신하며, 2025년을 사이클론 활동의 기록적인 해로 만들 것입니다.”
더욱 특이한 것은 그 기원과 경로다. 국립수문기상예보센터(NCHMF)에 따르면 11월 28일 오후 7시까지 저기압의 중심은 말레이시아 동부 해안에 위치했다. 지속 풍속 레벨 6~7(시속 39~61킬로미터)과 최대 레벨 9의 돌풍을 동반했다. 이 시스템은 약 시속 15킬로미터로 북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 저기압이 인도양에서 형성돼 말레이시아를 가로질러 이동한 후 북서태평양 분지로 이동한 폭풍 센야르(Senyar)의 잔해라고 설명했다 – 매우 이례적인 패턴이다.
센야르는 2025년 11월 22일 저기압대에서 발달해 11월 26일 밤 인도네시아 북부 수마트라에 상륙한 폭풍이 됐다. 나중에 약화됐지만 수마트라 해안선을 따라 계속 이동한 후 말레이시아 반도에 두 번째 상륙을 했다.
풍속 면에서 특별히 강하지는 않았지만, 센야르는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전역에 폭우를 가져와 심각한 홍수와 산사태를 촉발했다. 재난으로 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기상 시스템이 서태평양에서 인도양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그 반대 시나리오인인도양에서 태평양으로 이동은 기상학 역사상 전례가 없다.

라니냐 현상이 촉발한 재앙

왜 2025년 베트남은 이토록 재난에 시달렸을까? 전문가들은 라니냐 현상과 기후변화의 결합을 주범으로 지목한다.
베트남 국립수문기상예보센터의 호앙푹람 (Hoang Phuc Lam) 부소장은 “2025년 초 엘니뇨남방진동(ENSO) 현상이 라니냐 단계에 머물렀으며, 중앙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편차가 장기 평균보다 섭씨 영하 0.7도 낮았다”고 설명했다. 라니냐는 55~65% 확률로 2025년 2월부터 4월까지 지속된 후 ENSO 조건이 5월까지 중립 상태로 전환되어 연중 나머지 기간 동안 이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라니냐는 따뜻한 해수를 서태평양으로 이동시켜 이 지역에 더 많은 강우량을 가져온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베트남 열대성 저기압에 대한 연구는 라니냐 시즌 동안 강우량과 열대성 저기압이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베트남은 2024년 9월부터 11월까지 라니냐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며, 이는 중부 지역의 태풍 시즌과 일치했다. 베트남 국립수문기상예보센터의 마이반키엠(Mai Van Khiem) 소장은 “라니냐는 9월부터 11월까지 베트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중부 지역의 태풍 시즌과 일치한다. 이는 복잡한 비, 폭풍, 홍수 패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평년보다 높은 강우량으로 홍수와 도시 침수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이 카펜터의 보고서는 “2025년 평균 이상의 태풍 시즌은 북반구 여름 내내 라니냐와 유사한 기상 패턴에 기인할 수 있다”며 “서태평양의 평년보다 따뜻한 해수가 열대성 저기압 형성을 촉진했고, 북남중국해와 필리핀해를 가로지르는 지속적인 동풍이 폭풍을 중국 남부 해안 쪽으로 몰고 갔다”고 분석했다.
홍콩기상대에 따르면 “10월 8일 기준 10개의 명명된 열대성 저기압이 중국 남부 해안과 베트남 북부에 영향을 미쳤는데, 이는 연평균 5~6개를 훨씬 초과하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강도를 높이다

그러나 라니냐만으로는 올해의 극단적인 재난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기후변화가 태풍의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지구관측소(Earth Observatory of Singapore)의 벤자민 호튼(Benjamin Horton) 소장은 블룸버그에 “열대성 저기압이 더 강해지고 있는데, 그 근본 이론은 해수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바다가 따뜻할수록 열대성 저기압이 커지고 더 커지고 더 커질 에너지가 많아지며, 타이완이나 베트남 같은 곳은 더 많은 슈퍼 태풍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롱베이럭스크루즈의 분석에 따르면 남중국해의 해수면 온도는 2000년 이후 0.9도 상승해 발달하는 폭풍 시스템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작은 수치처럼 보이지만, 바다의 열용량을 고려하면 막대한 에너지 증가를 의미한다.
기상회사(The Weather Company)의 예보 운영 책임자 타카히사 니시카와(Takahisa Nishikawa)는 블룸버그에 “베트남은 4월까지 평년보다 많은 수의 열대성 폭풍을 볼 수 있으며, 강풍으로 인한 홍수, 산사태, 건물 붕괴 위험이 있는 폭우를 생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폭풍과 강우와 같은 극한 기상을 더 치명적이고 파괴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경고한다. CNN은 “기후 위기가 칼매기와 같은 강우 사건을 과급하고 있다. 더 따뜻한 공기가 더 많은 수분을 보유할 수 있어 도시와 지역사회에 쏟아낸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은 세계에서 가장 홍수에 취약한 국가 중 하나로, 1억 인구의 거의 절반이 고위험 지역에 살고 있다.

경제적 타격과 복구 과제

경제적 피해 규모는 베트남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11월 홍수만으로 약 5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환경부는 5개 성의 경제적 손실을 3억4300만 달러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전체 2025년 경제 손실은 32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베트남 2023년 GDP의 약 0.5%에 해당하는 규모다. 33만7000채가 넘는 가옥이 붕괴되거나 쓸려가거나 다양한 수준의 피해를 입었다.

베트남 팜민칭(Pham Minh Chinh) 총리는 닥락성에 5000억 동(1900만 달러)을 지원해 주민들이 집을 재건하고 “공공 자산을 복원”하도록 명령했다. 그는 람동성에 3000억 동(1140만 달러), 자라이성과 칸호아성에 각각 1500억 동(570만 달러)을 추가로 명령했다.
총리는 또한 당국에 11월 20일 이전에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주택 수리를 완료하고 1월 말까지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짓도록 지원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음력 설 연휴 전에 이재민들이 최소한의 거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수만 명의 인력을 배치해 의류, 정수 정제, 즉석 라면 및 기타 물자를 피해 지역에 전달하고 있다. 일부 홍수 피해 지역과 고지대에 구호물자를 제공하기 위해 헬리콥터가 투입됐다. 정부는 현금 지원과 4000톤의 쌀을 홍수 피해자들에게 지급했다.
베트남 정부는 공식적으로 국제 원조를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국제기구와 NGO들이 자발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이는 베트남이 중진국으로서 자체 재난 대응 능력을 보여주려는 의지와 실제로 필요한 지원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보여준다.

기후변화 시대의 경고

2025년은 베트남에 기후변화의 현실을 각인시킨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라니냐와 온난화가 만든 ‘완벽한 폭풍’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 위기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 국가통계청에 따르면 1월부터 10월까지 자연재해로 인한 총 사망자와 실종자는 279명에 달하며, 경제적 손실은 20억 달러를 기록했다. 11월 홍수까지 포함하면 총 사망·실종자는 369명, 경제적 손실은 32억 달러를 넘어선다.
19개의 태풍과 열대저기압, 50년 만의 최악의 홍수, 그리고 1993년을 넘어선 수위 기록들. 이 모든 것이 2025년 한 해에 집중됐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정상(new normal)’일 수 있다.
닥락의 농부 마흐반시가 양철 지붕 위에서 보낸 이틀 밤, 냐짱의 사업가 부이꾸옥빈이 무력하게 지켜본 침수된 식당, 투이호아 시장 상인들이 진흙 속에서 건져 올린 상품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기후변화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 전체의 미래를 암시한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다. 긴 해안선, 저지대가 많은 지형, 그리고 태풍 경로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이 그 이유다. 그러나 이는 베트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2025년 베트남의 재난은 전 세계에 보내는 경고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올해 베트남에서 일어난 일이 내일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을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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