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국방과 무역 분야에서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4년 만에 뉴델리를 찾았다.
AFP 통신과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4일 저녁(현지 시간) 1박 2일 일정으로 인도 수도 뉴델리를 국빈 방문했다.
그의 인도 방문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하기 직전인 2021년 12월 이후 4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모디 총리는 이날 이례적으로 뉴델리 팔람 공군기지에 나가 오후 7시 20분께 전용기에서 내린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맞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인도 방문 전 현지 매체 인디아투데이 TV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모디 총리를 친구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나타냈다. 그는 “내 친구 모디 총리를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그와는 업무적 관계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유대도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 등을 이유로 지난 8월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국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받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인디아투데이는 푸틴 대통령이 “미국은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을 계속 구매하는 데 왜 인도가 러시아에서 원유를 구매하는 것을 막느냐”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를 받으면서 고립될 위기에 몰렸지만, 인도가 저렴한 가격의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구매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인도는 미국과 올해 연말까지 1단계 관세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동시에 러시아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이날 저녁 푸틴 대통령을 위한 비공식 만찬을 주최할 예정이며, 오는 5일에는 제23차 양국 정상회담이 이어진다. 이 회담이 끝난 후 두 정상은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 성명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4일 저녁 뉴델리에 도착하는 푸틴 대통령이 모디 총리와 그의 관저에서 비공식적으로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만남은 일대일 형식으로 비공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국방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첨단 지대공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S-400 공급 확대 논의가 중요한 의제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자국산 수호이(Su)-57 전투기의 공동 생산 제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국빈 방문 기간 동안 Su-57 전투기와 S-500 지대공 미사일 등 러시아산 최신 무기를 구매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되었다.
국방 분야뿐만 아니라 양국 무역도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양국은 앞으로 교역 규모를 늘리고 거래 품목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양국 교역 규모는 2021년 130억 달러에서 2022년에는 690억 달러로 급증하였다.
양국은 2030년에는 1천억 달러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막심 오레쉬킨 크렘린궁 부비서실장은 소비재, 식품, 농산물, 의약품, 통신 장비 등의 인도산 제품 수입을 늘리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뉴델리에서 열린 기업 회의에서 “러시아 대표단과 기업인들은 매우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인도에 왔으며, 우리는 인도 상품과 서비스의 구매를 크게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도 자동차, 전자제품, 중장비, 식품 등 다양한 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하길 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