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하나 제대로 못 대고 마이크도 고장·여야 “총체적 난국”… 적색수배 총책, 여권 연장하러 왔는데 자수 권유만

지난 2년간 캄보디아에서 납치·감금 신고를 받은 한국인 550명 중 약 100명의 행방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프놈펜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장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대사관의 안일한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연합뉴스가 22일 보도했다.
김현수 주캄보디아 대사 대리는 이날 국감에서 “2023년 신고는 20명에 못 미쳤으나 지난해 220명, 올해 8월까지 330명으로 폭증했다”며 “지난 2년간 신고된 550건 중 450건은 해결됐다”고 밝혔다.
‘해결됐다’는 것은 현지 경찰에 구조되거나 스스로 탈출해 소재가 파악된 경우다. 나머지 100명은 여전히 행방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캄보디아 납치·감금 신고는 2021년 4건, 2022년 1건에 불과했으나 2023년 17건을 기록한 뒤 지난해 220건으로 급증했다.
국감장에서는 마이크가 자꾸 고장 나 의원들의 발언이 끊겼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국감 리허설(예행연습)도 제대로 안 했느냐”고 질타했다.
대사관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통계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김기웅 의원이 “캄보디아로 들어오고 나가는 우리 국민이 몇 명이냐”고 묻자 김 대사 대리는 “입국자 수는 캄보디아 당국 자료를 받고 있고, 출국 인원은 공표된 자료가 없어 요청해 둔 상태”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우리 국민이 얼마나 있는지는 기초적인 건데 왜 협조가 안 됐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캄보디아 스캠(사기) 조직에 한국인이 최소 1천명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대사관은 얼마로 보냐”고 묻자 김 대사 대리는 “정확한 숫자는 저희가 파악하기 힘들고 캄보디아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국민의힘 김석기 위원장은 “대사 대리가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자료 하나도 못 받아낸다”며 “우리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으로 한국에서 120억원대 피해를 낸 한국인 총책 부부 사건도 도마에 올랐다.
김준형 의원은 “지난해 11월 한국인 총책이 여권 연장하러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 왔는데 적색 수배자인 것을 알고도 자수 권유만 했다”며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었냐”고 따졌다.
그는 “당시 경찰 영사는 ‘우리 국민을 잡아가라고 현지 경찰에 연락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자수만 권유했다”며 “이후 총책 부부는 잠적해서 또 범죄를 저질렀고 피해자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김 대사 대리는 “당시 경찰 영사는 즉각 체포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듯하다”며 “총책 부부는 현재 캄보디아 경찰에 구금돼 있다”고 답했다.
김준형 의원은 “지난 8월 박찬대 의원이 한국인 14명을 구출해 송환한 적이 있다”며 “대사관이 ‘구출해도 또 캄보디아로 올 거다’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니 제대로 대처가 안 됐다”고 비판했다.
김 대사 대리가 “당시 신고를 접수하고 가족과 이미 연락하던 상황이었다”고 해명하자, 김 의원은 “대사관이 열심히 했는데 박 의원이 성과를 가로챘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지난 8월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 감금된 20대 한국인 대학생 피살 사건의 초기 보고 내용도 논란이 됐다.
김기웅 의원은 “외교부 영사국장은 사인이 없었다고 했는데, 대사관 보고서에는 ‘구타당해 심장마비로 사망’이라고 적었느냐”고 따졌고, 김 대사 대리는 “그렇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8월 11일 대사관이 작성한 첫 보고서에 ‘고문으로 인해 심한 통증을 겪은 후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적혀 있다”며 “외교부 장관과 영사국장의 답변과 상반되고 이는 분명히 위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다른 사람을 유인해 납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법 최고 수위로 처벌해야 한다”며 “피해자 행세하며 돌아온 가해자들이 정의의 심판을 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정부와 여당의 대응에 대해 “전세기 호송을 자랑하는 게 국가 전략인가. 일부 정치인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기 홍보를 위해 범죄 혐의자들을 구출한다고 자랑했다”며 “선거용 소음만 남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 18일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가담했다가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4명을 전세기로 국내에 송환했고, 검경은 23일까지 49명을 구속했다.
연합뉴스 202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