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명씩 죽어나간다”…캄보디아 ‘웬치’의 공포

-與 특위 설치·경찰 코리안데스크 추진…광주·제주·경남까지 실종·감금 신고 잇따라, “장기매매·소각장 처형” 증언도

캄보디아 검찰에 기소된 한국인 대학생 살해 혐의 중국인 3명

캄보디아 한 범죄단지의 내부 모습. 남성의 손이 철제 침대에 묶인 것으로 추정된다. [독자 제공]

“폭행당해서 숨지는 일이 드문 일은 아니다. 하루에 한 명꼴로 죽는다. 캄보디아는 그런 곳이다.”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고문당해 숨진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전국에서 캄보디아 관련 실종·감금 신고가 쇄도하고 있다. 이른바 ‘웬치(园区·범죄단지)’로 불리는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실체가 판결문과 증언을 통해 드러나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13일 보도했다.

與, 특위 설치 검토…영사조력법 개정 추진

더불어민주당은 13일 당내에 ‘해외 취업 사기 대책 특별위원회’ 설치를 검토하고 입법 등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브리핑에서 박찬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사조력법을 언급하며 “특위 설치를 검토하고 실태 점검과 입법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실종사건 발생 시 가족의 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공관장이 확인 즉시 조치할 수 있게 하고, 공관 인력·예산을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청래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도 총력 대응을 지시한 만큼 외교부는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민주당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재외국민 보호 시스템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영사조력법 개정 등 법 제도적 정비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쇠파이프로 구타, 손가락 자르고 안구 적출”

14일 연합뉴스가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일한 경험이 있거나 이들의 지인을 취재한 결과, 범죄단지에서는 손톱을 뽑거나 손가락을 자르는 등 고문이 자행되며, 돈을 받고 다른 단지로 팔아넘기는 인신매매가 빈번하게 이뤄진다고 입을 모았다.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B씨는 “폭행당해서 숨지는 일이 드문 일은 아니다. 하루에 한 명꼴로 죽는다”며 “한국인만 표적이 되는 건 아니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등 국적은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계속 맞다가 몸이 안 좋아져서 숨지기도 하고 일을 시키다가 실적을 못 내면 때리기도 한다. 통장을 팔러 왔는데 그 통장이 잠기면 손가락을 모두 잘라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단지에 감금된 경험이 있는 C씨는 “관리자들의 텔레그램 방이 있는데 거기에 고문, 시체 사진이 참 많다. 그런 걸 자랑으로 생각하고 얘기하고, 나에게도 보여주며 ‘너도 말 안 들으면 이렇게 된다’고 했었다”고 회상했다.

A씨는 “빚을 졌는데 성과가 안 나면 장기를 파는 수밖에 없는데, 일단 안구부터 적출한다”며 “다른 장기는 이식자를 찾는 과정이 까다로운데 각막은 비교적 이식이 쉽고 단가도 꽤 비싸다”고 주장했다.

폭행을 당하다 숨진 이들을 단지 내 소각장에 넣는다는 증언도 있었다. A씨는 “시체 처리할 일이 많다. 돈 사고 내는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니니까. 일을 시켜도 성과가 없고 장기매매도 못하면 그냥 소각장으로 넣는 것”이라고 했다.

판결문으로 드러난 범죄조직 실체

지난달 선고된 부산지법 형사3단독(심재남 부장판사)의 판결문에는 캄보디아 현지 ‘로맨스스캠(연애 빙자 사기) 콜센터’의 활동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심 판사는 콜센터 직원으로 활동했던 20~30대 한국인 A씨 등 3명에게 범죄단체 활동, 사기 등 혐의로 징역 2년 4개월~3년 2개월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범죄 조직은 중국인 ‘총책’이 범행을 총괄하며 캄보디아 바벳(Bavet)과 라오스(Laos) 비엔티안(Vientiane)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콜센터 직원들은 자신의 컴퓨터 화면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곳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근무를 해야 했다. 지각이나 조퇴 시 벌금을 내야 하고 실적이 부진할 경우 오후 11시까지 야근을 해야 했다.

사무실 건물 입구에는 현지인 경비원 5~6명이, 사무실 각층에는 경비원 2~3명이 총을 들고 경계를 서며 이탈을 방지했다. 탈퇴 의사를 밝힌 조직원에게 미화 1만 달러(한화 1,300만원가량)를 벌금으로 내도록 강제했다.

광주·제주·경남까지 피해 확산

광주 광산경찰서에는 지난 8월 20세 남성 A씨가 연락되지 않는다며 가족으로부터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A씨가 두 달 전 태국(Thailand)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하고 행방을 쫓고 있다.

가족들에게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 와 ‘살려달라’고 말한 뒤 전화가 끊기자 범죄 연루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광주 북부경찰서도 지난 4월 캄보디아로 출국한 20대 남성 B씨가 연락되지 않는다는 가족 신고를 받고 수사 중이다.

제주에서는 캄보디아로 출국한 20대 청년이 현지 범죄 조직에 감금됐다가 수천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주고 풀려나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지난 7월 9일 “신원불상자로부터 20대 A씨를 데리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가족 신고가 제주서부경찰서에 접수됐다. A씨 부모는 경찰에 “A씨 몸값으로 3,5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요구받았고, 이를 지불해 풀려나게 됐다”고 진술했다.

경남경찰청에도 올해 캄보디아에서 가족 또는 지인 등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총 11건 접수됐다. 14일에는 경남 함안에서도 “캄보디아로 출국한 아들 A가 연락이 되질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달에만 2명 고속도로서 탈출”

캄보디아에서 20년째 사는 오창수(58) 시아누크빌(Sihanoukville) 한인회장은 13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에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Phnom Penh)에 온 젊은 한국인 2명이 시아누크빌에 있는 중국인 범죄 단지로 팔려 가던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극적으로 탈출했다”고 말했다.

선교사로도 활동하는 오 회장은 “3년 전부터 캄보디아에서 구조한 한국인이 200명을 넘는다”며 “지난 8월에 숨진 한국인 대학생의 구조 요청도 제가 받았다면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동남아시아인들에 비해 몸값이 비싼 한국인들을 캄보디아로 데려와 중국인 범죄 단지에 넘기면 많은 돈을 받는다”며 “보이스피싱 등 사기 범행도 소득 수준이 낮은 동남아보다 한국을 상대로 많은 수익을 벌 수 있어 한국인들이 범행에 많이 동원된다”고 설명했다.

경찰 “캄보디아 협조 원활치 않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1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범죄 피해 사망자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캄보디아는 다른 동남아국에 비해 경찰 간 협조 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외교부 등 관계 당국과 협조해서 계속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은 올해 1~8월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을 통해 캄보디아에 20건의 국제공조를 요청했지만, 실제 회신은 6건(30%)에 그쳤다.

경찰은 다음 주 캄보디아 경찰청 차장과의 양자 회담에서 ‘코리안 데스크’ 설치 및 현지 경찰의 강력 대응을 요구할 방침이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작년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행안부는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작년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피살 대학생 통장서 수천만원 인출

경북경찰청은 14일 숨진 대학생 박모(22)씨의 통장에 있던 자금 수천만원이 국내 대포통장 범죄 조직에 의해 인출된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과 자금인출 연루자들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자금 인출에 연루된 관계자가 최소 3명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금 인출과 이체 등 여러 단계의 세탁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익금을 나눠 가졌다면 공범으로 볼 수 있기에 이 돈이 누구에게 흘러갔는지 유통 경로를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 7월 17일 “현지 박람회를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지난 8월 8일 깜폿(Kampot) 보꼬산 인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2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현장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현지 수사당국의 브리핑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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