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억 채워야 풀어준다” 협박


지난 10월 2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Sihanoukville)의 한 호텔에 감금됐던 한국인 남성 A씨와 B씨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의 도움으로 160여 일 만에 구조됐다.
A씨는 IT 관련 업무를 하면 월 800만~1,500만원의 고수익을 보장하고 1인 1실 호텔 숙소와 식사를 제공한다는 온라인 구인 글을 보고 캄보디아로 향했다. 텔레그램으로 대화해보니 비행기 표를 끊어준다고 해 ‘갔다가 아니면 다시 돌아오면 되지’라는 생각이었다.
막상 캄보디아에 도착하니 회사는 공무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을 시키는 범죄단지(웬치·园区)였다. A씨가 “보이스피싱 회사라고 듣고 온 것이 아니니 일을 못 하겠다”고 하자 조선족이 전기충격기를 들고 와 대본을 주며 “하지 않으면 매일같이 고문당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말다툼 끝에 이들은 A씨를 다시 한국으로 데려다주겠다며 짐을 싸게 했다. 하지만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공항이 아닌 캄보디아 포이펫(Poipet)의 또 다른 범죄단지였다.
그곳에서 100여 일간 가혹한 폭행이 이어졌다. 도착하자마자 짐을 빼앗기고 수갑을 찬 채 쇠파이프와 전기충격기로 구타당했다. 기절하면 얼굴에 물을 뿌려 정신을 차리게 한 뒤 다시 폭행했다.
A씨와 같은 방을 쓰던 B씨가 텔레그램으로 구조 요청을 보냈지만 신고 사실이 발각돼 탈출이 무산됐다. 두 사람은 머리에 봉지가 씌워진 채 차량 트렁크에 넣어져 시아누크빌로 보내졌다.
그곳에서도 일할 때는 발목에,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침대에 수갑으로 묶인 채 감금됐다. “매출 10억원을 달성하면 돌려보내 주겠다”는 범죄 가담 강요도 이어졌다. “현지 경찰에 작업이 돼 있으니 (신고하면) 죽이겠다”는 중국인 관리자의 위협도 뒤따랐다.
A씨가 다시 구조 요청을 하면서 현지 경찰이 호텔에 찾아왔고, 감시하던 중국인과 조선족에게 수갑을 채우면서 160여 일간의 감금 생활이 끝났다.
A씨는 “바로 옆 방에도 한국인 3명이 있었다”며 “저희는 의원님 등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운이 좋아 구조된 것이고 다른 한국인들은 아직도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캄보디아 경찰과 양자회담을 열고 ‘코리안 데스크’ 설치를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과 경찰관 파견 등을 논의한다고 12일 밝혔다.
코리안 데스크는 해외 경찰에 직접 파견 가 한인 대상 범죄를 전담하는 경찰관이다. 현재 캄보디아 대사관 인력 15명 중 사건·사고를 담당하는 경찰은 3명으로, 밀려드는 범죄에 대응하기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왔다.
경찰은 캄보디아 내 범죄조직이 다국적 범죄자로 구성된 점을 고려해 올해 안에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중국과 일본 등이 참여하는 ‘국제공조 협의체’를 만들 계획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경찰의 국제공조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11일 보도설명 자료를 내고 “캄보디아의 온라인 스캠센터에서 일하는 한국인이 늘어나고 있는데, ‘취업사기’ 피해자 외에 온라인 스캠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국내 가족에게는 비밀로 한 채 자발적으로 가담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구출’된 후 대사관의 영사조력을 거부하고, 한국 귀국 후 다시 캄보디아에 입국해 온라인 스캠센터로 복귀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며 “이러한 자발적 가담자들은 국내 우리 일반 국민에 대한 잠재적인 보이스피싱 가해자로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찬대 의원실이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캄보디아에서 취업 사기 후 감금을 당했다며 공관에 신고한 사례는 330건에 이른다.
캄보디아 당국은 과거 제3자가 신고해 출동해보니 정작 당사자들이 감금 사실을 부인하고 스캠센터 잔류를 희망하는 사례가 지속 발생했기 때문에 복잡한 직접 신고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외교부는 캄보디아 깜폿주 보꼬산 지역에서 지난 8월 사망한 대학생의 시신과 관련해 “빠른 시일 내에 부검과 국내 시신 운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캄보디아 측과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2025.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