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파 아누틴 태국 새 총리, 진보 국민당과 ‘적과의 동침’ 집권

-‘4개월 내 의회해산·개헌 추진’ 약속…단명 가능성도

태국, 새 총리로 보수파 아누틴 전 부총리 선출

태국에서 건설재벌 가문 출신의 보수 인사 아누틴 찬위라꾼(59) 전 부총리가 5일(현지시간) 진보 성향 국민당과 손잡는 ‘적과의 동침’을 통해 집권의 꿈을 이뤘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아누틴 당선인은 이날 하원 총리 선출 투표에서 당선에 필요한 247표를 훌쩍 넘는 311표를 얻어 연립내각 제1당 프아타이당의 경쟁 후보인 차이까셈 니띠시리(77) 전 법무부 장관(152표)을 압도했다.

하원 제3당 품짜이타이당(69석) 지도자인 그의 압승에는 하원 1당인 국민당(143석)의 지지를 얻어낸 것이 결정적이었다.

아누틴 당선인은 국민당이 제시한 집권 4개월 이내 의회 해산, 개헌 추진 등의 조건을 수용하고 국민당 지지를 얻어냈다.

진보파인 국민당은 아누틴 당선인과 정치 성향 면에서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국민당은 프아타이당의 재집권을 막고 숙원인 개헌을 끌어내기 위해 아누틴 당선인과 거래했고, 그는 이를 기회로 살려 끝내 집권에 성공했다.

태국 제2 건설회사 시노-타이 엔지니어링·건설(스테콘 그룹)의 오너가 출신인 그는 뉴욕 호프스트라대에서 산업공학 학위를 받고 스테콘 그룹을 물려받아 운영했다.

그러다가 2004년 탁신 친나왓 당시 총리 내각에서 공중보건부 차관을 맡아 정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그는 탁신 전 총리가 만든 타이락타이당에 입당했다가 타이락타이당이 2007년 헌법재판소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해산 판결을 받으면서 자신도 5년간 정치 활동이 금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정치 활동을 재개, 품짜이타이당을 이끌면서 선거에서 차츰 의석을 늘려 정치권 기반을 넓혀갔다.

로이터 통신은 기민한 협상가인 아누틴 당선인이 태국 정치 엘리트들의 복잡한 권력 다툼 속에서 전략적으로 움직이면서 핵심 인물로 활약했다고 설명했다.

2019∼2023년 쁘라윳 짠오차 전 총리 내각에서는 보건부 장관으로 봉쇄, 백신 조달, 치료 등 코로나19 대응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서양인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렸다고 비난했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태국 핵심 산업인 외국인 관광을 재개한 공로를 인정받았으며, 의료 목적의 대마 합법화 정책을 주도하면서 인지도를 한층 높였다.

2023년 5월 총선에서 품짜이타이당이 국민당 전신인 전진당(MFP), 프아타이당에 이은 제3당이 되면서 그는 보수파 ‘킹메이커’로서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전진당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가 총리직에 도전하자 아누틴 당선인은 왕실모독죄 개정을 내세운 피타 대표를 총리로 지지하지 않고 군주제를 보호하겠다고 선언, 전진당 집권을 막았다.

이후 프아타이당과 함께 연립내각을 수립, 자신은 부총리 겸 내무부 장관을 맡았다.

그러나 지난 5월 말 패통탄 친나왓 당시 총리가 캄보디아 실권자 훈 센 상원의장 상대로 저자세로 통화한 내용이 유출되자 그는 다시 기민하게 움직였다.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패통탄 총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이는 가운데 아누틴 당선인은 신속히 연정에서 이탈했다.

이를 통해 보수층에게 자신을 어필하고 연정 권력 기반을 허물어뜨린 끝에 이번에 집권까지 성공했다.

다만 국민당과 한 약속대로면 그는 내년 초 의회를 해산하고 이후 60일 안에 총선을 치러야 해 그의 총리직이 약 반년 만에 끝날 가능성도 있다.

아누틴 당선인은 불교 부적을 수집하고, 80∼90년대 태국 음악에 맞춰 피아노를 연주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

또 개인 비행기를 조종해 기증 장기를 운반하는 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그가 2014∼2024년에 응급 장기이식 수술을 돕기 위해 한 비행 횟수는 최소 44차례에 이른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반면 지난 20여년간 태국 정치를 주도해온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세력은 세타 타위신 전 총리와 패통탄 전 총리가 잇따라 재임 약 1년 만에 헌재 판결로 물러난 데 이어 이날 투표에서 패배, 2023년 재집권 이후 약 2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2001년 탁신 전 총리가 집권한 이후 현 프아타이당으로 이어지는 탁신계 정당은 포퓰리즘 정책을 무기로 ‘레드 셔츠’로 불리는 지방 농민·도시 빈민층의 표를 쓸어 담으면서 선거마다 연전연승했다.

하지만 2023년 5월 열린 지난 총선에서 프아타이당이 전진당에 1당 자리를 내주면서 탁신계의 ‘선거 무패신화’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후 전진당이 보수파의 반발로 집권에 실패한 틈을 타 프아타이당은 보수 세력과 손잡고 2014년 군사 쿠데타로 잃은 정권을 되찾았다.

그러나 20여년 간 대립해온 보수파와 손을 잡은 데 따른 기존 지지층의 반발에 경제 침체 등이 겹치면서 프아타이당과 연립정부 지지율은 임기 내내 부진을 보였다.

여기에 최근 패통탄 총리-훈 센 의장 통화 유출이라는 패착이 터지면서 지지율은 추락했고, 결국 헌재의 위헌 판결로 패통탄 총리가 쫓겨나면서 탁신 가문은 일단 야당으로 물러나게 됐다.

연합뉴스 202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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