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화내고 싶지 않았는데,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
“기분이 이상해. 아까는 좋았다가 지금은 짜증나.”
요즘 아이와의 대화에서 이런 말들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감정기복이 심하고,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금세 기분이 바뀌는 청소년의 모습에 당황하고 걱정하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버릇’ 이나 ‘성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로 청소년기의 감정 기복은 뇌의 발달 과정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있습니다.
청소년기의 뇌는 마치 ‘공사 중’인 상태입니다. 이 시기의 전두엽은 감정을 억제하고 충동을 조절하며, 사회적 판단과 계획을 세우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전두엽이 뇌의 여러 영역 중 가장 늦게 성숙하는 부분이라는 점입니다. 전두엽은 일반적으로 20대 중반까지 천천히 발달하기 때문에,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아직 이 기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잡한 감정을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에 놓이게 됩니다.
반면,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특히 편도체)는 사춘기 초기에 급속히 활성화됩니다. 즉, 감정의 강도는 이미 성인 수준에 도달했지만, 이를 조절할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전두엽은 아직 미완성인 셈입니다. 이로 인해 청소년은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기 쉽고, 때로는 격한 분노, 슬픔, 흥분 등을 조절하지 못하고 표출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전두엽의 미성숙으로 인해 청소년은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고, 기분 변화도 하루에도 여러 번 오락가락합니다. 후회를 하면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감정적 습관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요. 이처럼 감정적 반응이 과도하게 튀어나오는 것은 아직 전두엽이 충분히 조절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시기의 아이들의 반응을 ‘문제 행동’ 으로 보기보다는 ‘발달 중인 뇌의 자연스러운 과정’ 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전두엽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관계, 경험을 통해 성장합니다. 따라서 부모와 보호자는 아이가 감정조절 능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훈련의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 어떻게 키워줄수 있을까요?
1. 감정을 ‘이해’ 받는 경험
“그럴 수 있지”, “화날 만했겠다”와 같은 공감의 말은 아이의 전두엽을 자극하고 감정과 생각을 연결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2. 충동을 기다려주는 시간, 선택의 기회 제공
“생각하고 말해도 괜찮아”, “이건 네가 결정해봐”와 같은 말은 감정을 즉시 분출하는 대신, 스스로 조절해보는 연습의 기회를 줍니다.
3. 일관된 규칙과 구조화된 환경 제공
예측 가능한 일상과 명확한 규칙은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을 줄여주고, 뇌에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이는 전두엽의 발달을 돕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감정조절 능력은 결국 ‘관계’ 속에서 자란다는 것입니다. 아이 혼자서는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기 어렵습니다. 기다려주는 어른, 감정을 받아주는 관계,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환경이야말로 전두엽을 건강하게 키우는 최고의 양육입니다.
아이의 감정적 반응이 심하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이 아이가 전두엽을 발달시키는 중이구나” 하고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이 시기는 훈육보다 훈련이, 지적보다 관계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우리 아이의 감정기복은 뇌 발달의 한 과정입니다. 감정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 시기에 어른들이 안전한 관계로 버팀목이 되어 준다면, 아이는 점차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의 ‘지금’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기다려주고, 관계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