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호 컬럼

싫은놈 나쁜놈 죽일놈

싫다는 것은 상대적 감정일지 모르지만 나쁘다는 것은 일반적인 감정이다. 나쁜 놈은 정의롭지 못하기에 일반적인 사람은 공통적으로 나쁜 놈을 싫어한다. 나쁜 놈은 정의롭지 못한 행동 때문에 양지보다는 음지를 지향하고 밝음 보다는 어둠을 추구하기에 그가 체류하고 떠난 자리에는 항상 구질구질한 뒤끝이 남아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내가 알고 있는 이놈은 그와 그들의 가족 먹거리를 위하여 교활한 속임수와 간교한 술수로 수 많은 사람들을 피해자로 만들었으며 나도 그 수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에 속하여 그에게 분노하고 있지만 정작 이놈은 그가 가해자 인지를 인식하지 않으며 그에 대한 진실을 숨기기 위하여 교활한 술수를 동원하여 그의 죄를 덮으려 시도 한다. 나쁜 놈은 보통, 그의 명석한 두뇌를 이용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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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학과 여대생

내 학부의 전공은 경영학이다. 당시에 나에게 깊은 철학 같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장래희망 같은 것을 가지고 젊은 시절을 보낸 것도 아니었기에 학과의 이름도 그럴듯하고 졸업하면 취업도 잘될 것 같아 경영학과를 지망했던 것 같다. 교양과정에는 무역이나 경제학 등 상경학부에서 이루어지는 원리 수준의 전 과정을 두루 듣게 되는 데 그때 당시의 기억으로는 경영학 쪽보다는 경제학이 나에게 더 재미가 있은 듯하다. 그렇다고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었다는 것은 아니고 다만 경제학과에는 우리 과에는 없는 예쁜 여학생이 두 명이나 있었던 기억이 난다. 경영학은 재미가 없다. 당시 생산원가를 가르치는 어떤 교수가 경영학은 ‘엿장수가 엿을 얼마에 만들어서 얼마를 받고,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답을 구하는 것이다’ 라고 요약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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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은 전임을 씹는다

푸미흥 사무실에서 두 시간 반 정도를 쉬지 않고 가야만 도착할 수 있는 이 회사를 방문하는 날이면 아침 미팅만 마치고 곧장 출발한다. 누군가 나에게 베트남에 대한 느낌을 한마디로 정리해 보라기에 ‘베트남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음’이라고 짧게 말한 적이 있었다. 바뀐 지 1년이나 된 운전기사의 뒷머리는 언제나처럼 구겨진 채 정비되지 않고 있었고 뒷머리가 정비되지 않은 기사는 차 대가리를 오토바이 대가리보다 먼저 밀어 넣기 위하여 커락션을 쉼 없이울리고 오토바이 위의 꽁가이는 오토바이 대가리를 차 보다 먼저 밀어 넣기 위하여 커락션을 앙칼지게 울린다. 먼저 밀어 넣어야 임자가 되는 도로는 대가리 때문에 빈틈이 없고, 없는 빈틈 사이로 또 다른 오토바이 대가리가 백미러를 스치며 잽싸게 지나친다. 그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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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그리고 귀국

귀퉁이에 있는 점방 앞에는 호빵 통이 연탄불의 홧김에 못 이겨 김을 내뿜고 바닥 위에 따닥따닥 붙어 있는 껌딱지는 사람들의 신발에 밟혀 까맣게 멍이 들어간다. 매표소 창살 안쪽의 누나와 창살 바깥쪽의 아저씨는 유리칸막이에 뚫린 콧구멍보다 작을 것 같은 구멍의 안과 밖에서 아리랑 성냥보다 작은 표 한 장을 사이에 두고 고막이 터지듯 소리를 지르고 뒤쪽에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는 사람들의 줄은 지칠 대로 지쳐 고개를 내밀어 보지만 앞사람이 내민 뒤통수만 확인하고 고개를 집어넣는다. 내 어린 유학시절 부모님이 있는 고향에 가려면 이런 시외버스 정류장 풍경을 지나 소달구지보다 느린 버스를 타고 시루에서 자라지 못한 콩나물처럼 끼여서 오랫동안 너무나 오랫동안 갔던 기억이 난다. 그곳은 내가 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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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자 누나

추석 연휴가 끝나는 날 동네 앞에는 보따리 같은 가방이 하나 있었고 어린 은자 누나 만큼이나 큰 네모난 가방도 하나 있었다. 은자 누나는 길태의 손을 잡고 소리 없이 울었고 길태는 은자 누나의 손을 잡고 소리 나게 울었고 길태 엄마는 소리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게 울었다. 자전거 위에 짐을 실어놓은 길태 아버지는 울지 않았지만 입에 물고 있는 담배 연기가 대신 울고 있었다. 그렇게 어린 은자 누나는 울면서 동네의 또 다른 누나를 따라서 동네를 떠나 버렸고 그날 이후로 길태와 나의 유년기 추억 속에 은자 누나는 나타나지 않았다. 은자 누나는 옆집에 사는 친구 길태의 세 살 많은 누나였고 그녀가 길태의 누나였기에 그녀 또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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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3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친원파’가 파 놓은 함정은 깊숙했고 깊숙한 함정은 그의 눈에 보이지 않았기에 적의 칼 또한 보이지 않고 깊숙하게 들어 왔다. ‘친명파’ 인 ‘삼봉은’ 그의 나이 35살에 친원파의 보이지 않는 칼을 깊숙하게 받고 전남 나주에 있는 거평 부곡에 버려져 눈과 바람만 바라 보았고 눈과 바람만 바라보고 있는 그를 구한 것은 그의 둘도 없는 친구이지만 조직이 다른 ‘친원파’의 ‘달가’였다. 달가는 경북 영천의 어느 뽀대나는 관직의 집안에서 600여년 전에 태어났고 삼봉은 경북 영주에서 뼈대있는 어느 관료 집안의 맏아들로 600여 년 전에 태어났다. 그들의 고향은 달랐지만, 서로가 명석하였고 총명하여 개경에 있는 가장 유명한 학교에서 동기 동창으로 만났으며 그들은 서로의 총명함을 서로가 알았기에 서로를 칭송하며 빠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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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합니다. 그리고 쪽 팔립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가는 듬직한 아들의 등짝 을 영원히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야자 수업을 하고 늦게 들어오는 딸을 위하여 정류장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딸은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늦게 들어와도 자지 않고 기다려 주던 예쁜 딸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이제는 딸의 방문을 갑자기 열어도 “아빠! 왜 노크하지 않아!” 하고 화를 내지도 않을 것입니다. 아들과 딸의 방은 영원히 텅 비어 있을 것입니다. 상상만 해도 두려운 이 현실이 우리 옆의 학부모들에게 일어났습니다. 수업 중 단어를 찾기 위해 검색한 스마트 폰에서 이 믿을 수 없는 사건을 처음 접했습니다. 아들이 고3이라 놀란 마음에 한국에 전화하니 수학여행은 고2때 간답니다. 그래서 안도했습니다. 그렇지만 내 아들이 그 배를 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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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사장의 화려한 귀국

학기 중 잦은 한국 출장으로 인해 법정 수업시간을 맞추지 못해 얼마 전에야 학기말 시험을 치렀다. 시험기간이 길어짐으로 인해 벼락치기 하는 학생들의 불만이야 상상이 간다. 불만에 따른 학생 봉기를 막기 위해 객관식 문제로 쉽게 출제했지만 마지막 문제를 “미래에 당신의 꿈은 무엇이고 그 꿈을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150자 이내로 적어라.” 라는 문제를 출제하였는데 학생들의 답이 너무나 일률적인 것에 깜짝 놀랐다. 9할이 넘는 학생이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돈을 많이 벌어 어쩌고저쩌고 이다.” 요즘 대학생들의 사고가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돈”이란 단어가 빠져 있는 답안지는 없다. 허기사 세월에 맛이 간 나도 엄격하게 말하면 돈을 벌기 위해 베트남까지 왔으니 한국 사람이나 베트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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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장과 꽁가이

50대 중반쯤, 헌칠한 키를 가졌지만 앞머리가 뒤로 조금 밀려있고 귓볼은 도톰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되 눈과 눈썹의 거리가 멀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부귀영화를 누려보진 못했지만 인고의 세월 또한 보내 본적 없이 그저 그렇게 세월을 따라 흐르다보니 평범한 중년이 되었으리라. 목소리에 까칠함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직까지 가족에게는 큰소리 한번 치지 않았을 착한 가장 이었으리라. 사람을 볼 때 몇 초 내로 그 사람의 인생을 스캔 하는 버릇에 따라 5년 전 하숙집 현관문에서 처음 본 김사장을 스캔 한 첫인상이다. 하숙생활의 무료함을 달래주려 한 것인지 아니면 팬티가 보일 듯 말듯한 짧은 치마를 입고 서빙을 하고 있는 동네의 허름한 하이산 집의 꽁가이를 보러 가려는 것인지는 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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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아! 나는 안녕하단다.

독자 분께 누차 말씀 드렸지만 저의 글은 “씬짜오 베트남”의 편집 방향과는 x도 상관 없습니다. 글이 독자 분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 하여 “씬짜오 베트남”에 댓글을 달거나 가스통 메고 가드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한국의 많은 청춘들이 나 에게도 “안녕 하야”고 물어 보는 것 같다. 청춘들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안녕 하다” 라고 답 할 수밖엔 없구나. 무엇이 안녕이고 무엇이 안녕하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시절인지라 쉽게 답하기 곤란 하지만 “안녕하지 않다”라고 답변하는 순간 종복이니 좌파니 반정부세력 같은 기타 등등의 치명적 분자로 몰릴 수 있는 분위기인지라 무조건 “안녕 하다”고 답변 할 수밖에 없구나. 그렇다고 해서 안녕하지 않은데 안녕하다고 억지 답을 하는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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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의 이방인

눈은 떠지지 않았고 침대는 그를 놓아 주지 않았다. 몸은 어제의 피곤함을 그대로 담고 있었고 어제의 어둠은 오늘의 새벽에 밀려가지 않았지만 스마트폰의 알람 소리를 그의 귀가 들었다. 매일 보는 정 여사가 어제처럼 그의 옆에 누워 있었지만 그녀는 어제처럼 그의 미동을 아는 체 하지 않는다. 김부장의 몸이 습관적이면서도 음밀하게 큰방을 빠져 나와 욕실로 향한다. 물기를 두 번이나 먹은 나선 얼굴이 세면대위의 거울속에 들어 있었지만 항상 다 떠지지 않는 눈 때문에 그를 확인한지가 너무나 오래된 듯 하다. 또다시 왼쪽 뒷머리가 쥐가 나듯이 당겨 오는 것을 느낀다. 6개월 전부터 가끔씩 밀려오는 뒷머리의 통증이 최근에는 주기가 빨라지고 있었지만 통증은 짧았고 병원은 멀리 있었기에 통증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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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오빠들

베트남 항공 747편 부산행 부기장은 친절하게도 2개국어 로 안내 방송을 해주었다.하지만 2개 국어 모두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한국말이 아닌지라 난 어느것도 완벽하게 알아 들을 수 가 없었다. 몇 개 알아 들은 단어와 여유 있는 목소리 등을 감안할 때 추락 한다는 소리는 아닌 것 같았고“ 이제 다 왔으니 의자 등받이 당기고 안전띠 메고 조용히 기다렸다가 다음에도 자기들 뱅기타주면 안전하게 내려 주겠다” 머 이런 내용인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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