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호 컬럼

옷잘 다려주는 예쁜 누나

지난달 개인사정으로 글을 적지 못했다. 그 당시 주위에서 이번 호는 미투에 대해서 적어야 한다고 말들이 많았지만 나 역시 과거가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는지라 미투에 대해서 적으려고 생각 해 본적은 없었다. 호찌민에 있는 어떤 은행 지점장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사건이 보도된 날, 늦게 귀가하여 두 시간 동안이나 부인에게 미투 관련 교육을 받았다고도 했다. 물론 베트남은 인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다행인지 몰라도 교민이면서 남자인 사람들은 오른손과 왼손 그리고 말이 나오는 입을 조심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오늘 글을 적으려니 미투는 오간 데 없고 온 나라에 대한항공 언니들의 갑질만이 난무하다. 두려운 것은 이 언니들의 갑질 마저도 미투처럼 얼마 지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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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구정 일기

※ 2018년 10일 어제 퇴근할 때쯤 구정 보너스를 줬는데 오늘 아침 메니저인 ‘안’의 머리는 노랗게 물들여 져 있었고 구두는 한번도 보지 못한 것으로 바뀌어져 있었다.그녀는 이번 구정에 고향인 하노이에 가지 않는다고 했다. 물어 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사랑 중이다. 26살 청춘의 사랑이기에 어쩌면 난 구정이 지난 후 많은 축의금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5년전만 하드라도 내가 강의하는 대학의 학생이었지만 4년전부터 나의 직원이 되었다. 화장기 하나 없던 어린 학생인 그녀가 4년만에 노랑머리에 빨간 입술의 성숙한 숙녀가 되었지만 난 그녀가 성숙해지는 4년동안 쉬지 않고 늙어 갔기에 머리는 흰색이 되어갔고 눈 밑의 지방 살은 더 많이 생겨났다. 아침에 ‘안’에게 “머리 예쁘네” 라고 말하려다가 진심으로 받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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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는 잘 먹고 잘 살 끼라…

2016년 12월 칼럼에서 2017년에는 “닥치는 대로 살 끼라” 라고 썼지만 2017년을 닥치는 대로 살지는 못한 것 같다. 닥치는 대로 살기에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나의 행동에 대한 남의 시선 일 것이다. 어차피 모두 죽어가는 삶인지라 남을 의식 할 필요도 없을 진데 우리 모두는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난 지난해도 남들의 눈치만 보다가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지는 못한듯하다. 그래서 올해는 아무런 목표 없는 삶을 살아보기로 했지만 아무 목표도 없이 살겠다는 것도 또한 삶의 목표인듯하여 올해의 삶을 그냥 ‘잘 먹고 잘사는 것’으로 정했다. 올해 나는 정말 잘 먹고 잘 살 것이다. 그런데 잘 먹는 것은 대충 알겠는데 잘사는 것이 뭔지를 딱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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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푸미흥시

어떤 이는 한편의 글을 쓴다고 입산을 했다고도 했다. 어떤 이는 한편의 글을 쓰고 탈고를 했다고 지랄을 떨었다. 5년정도 글을 썼지만 난 X같은 글을 쓴다고 한번도 산에 간 적이 없었고 누가 나에게 탈고를 했다고 술 한잔 산 놈도 없었다. 그래서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그냥 싼 맛에 읽으면 된다.   오토바이 무리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기 시작하면 베트남의 서글픈 저녁이 시작 된다. 난 베란다에 걸쳐있는 저녁에 서서 “세마이”의 숫자를 한번도 세어보려 하지 않았다. 무리들은 느리지만 밀려 지나갔고 밀어낸 무리들은 그들의 뒤 무리에 밀려 지나 가기에 그들은 하나였다가 흩어지고 흩어졌지만 또 다른 하나다. 그들은 셀 수도 없고 세어지지도 않는다. 셀 수 없는 “세마이”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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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대한민국

세계의 인구가 팝콘을 튀기듯 불어나고 있다. 4.5일 마다 백만 명씩 불어나서 40년 후면 20억명이 더 늘어 난다.지구에는 사람들이 10년마다 지금의 중국인구의 반만큼 더 생겨나고, 20년마다 미국 인구의 두 배만큼 증가 하게 된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 속의 베트남인구는 2013년 11월 1일 9천만명을 돌파 했다고 베트남 정부가 발표 했다. 2010년 9천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1989년보고서로 전망했지만 정부의 강력한 인구 억제정책으로 그나마 3년을 늦춘 것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2020년에는 1억명을 넘어 설 것이다. 14살까지의 어린 인구가 24%나 되고, 55세이하의 노동가능인구가 69%를 차지하며, 한 개의 성 단위 인구가 1년마다 증가하고 있는 싱싱하고 젊어 있는 국가에 당신과 내가 살고 있는 것이다. 도로 어디에서나 오토바이 위에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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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개도 사는 골목길

똥개 두 마리 우리 회사 바로 옆집에는 개 두 마리가 산다. 항상 밖에 묶여 있기에 키우는 것인지 그냥 크도록 두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대문을 열어 놓고 재봉 질만 하는 할머니라 부르기가 애매한 늙은 아주머니가 가끔 호스로 물도 뿌려 주고, 목욕도 시켜주기에 방치는 아닌듯하고 그렇다고 요즘의 애완견처럼 상전 대접을 받는 것도 아닌 듯하다. 개에 대한 지식이 없어 어떤 종류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내 어릴 때 촌 집에서 키우던 똥개하고 크기와 생김새가 비슷하기에 나는 그 둘을 그냥 똥개라 부른다. 한 마리는 흰색이고 한 마리는 검은색인데 사무실을 옮기고 첫 출근 할 때, 유독 검정색 똥개가 입술 사이로 흰 송곳니를 밖으로 드러내고는 “어르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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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들의 소풍과 쓰레기들의 휴가

그는 ‘천장 매립형 제습기’를 베트남에 판매한다고 했습니다. 한국에 공장이 있다고도 했고 1년 전 전시회에도 참가했다고 했으며 ‘노바랜드’ 고위직도 만났다고도 했으며 그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 샘플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만남은 1년전에도 했었고 올해도 몇 번인가 했지만 아직도 한 건의 오더도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나는 개인이 하기에는 “너무 멀고도 험한 길인 것 같다” 고 말했지만 그는 너무나 멀리 깊게 왔기에 돌아갈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의 긴 한숨은 술잔 속으로 깊게 녹아 들었고 술은 오랫동안 썩고 있을 그의 속으로 녹아 들어 갔습니다. 그의 썩어 있을 속들이 알코올에 풀려 갈쯤 공장은 그의 것이 아니라고도 했고 회사 다닐 때 출장 온 적이 있는 베트남이 사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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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에 살지 말입니다!

6개월 정도 글을 게재하지 못했다. 편집실로부터 몇 번인가 “휴가를 그만 즐기시지요~”라는 압력을 받았지만, 늙은 몸뚱어리가 편하지 않았고, 편하지 않은 몸뚱어리가 맘을 편하게 두지 않았기에 글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맘 먹고 책이라도속 깊이 읽어보려 했지만 언제부턴가 스마트폰 속의 흥미기사만 흩는 눈깔들이, 오랫동안 책속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먹지 못한 야윈 창자에서 배설 할 것이 없듯이 책 읽지 않는 텅빈 대가리는 아무 글도 토해내지 못했다. 그렇지만 다시는 글을 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책을 읽지 않아 감정이 없을 것 같은 텅빈 대가리를 책상 앞에 잡아 두고, 위기감 때문에 가장 긴 손가락을 입속에 집어넣어 글 같지도 않은 것을 토해본다. 나는 경북 고령군 고령읍의 어느 시골마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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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닥치는대로살리라.

2015년도의 마지막이 한인회장 선거로 교민 사회가 시끌벅적 하다. 여러 교민 소식지의 칼럼에서 이 선거 판을 지적하고 있기에 나까지 선거 판에 훈수를 두고 싶은 맘은 전혀 없다. 다만 능력은 있지만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을 대표로 모실 것이냐, 도덕성은 높지만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대표로 할 것이냐, 아니면 도덕성도 있고 능력도 있는 후보를 대표로 할 것이냐를 두고 검증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잘 못 선택하고 난 뒤에 교민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뒷다마 까는 것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독한 맘 먹고 술은 줄이고, 베트남 말은 열심히 배우고, 담배는 매몰차게 끊을 것을 결심하며 2015년도를 시작한 것이 어제 인 것 같은데, 벌써 달력의 뒷장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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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두렵다

미국에 223만명의 동포가 살고 있고, 일본에는 86만명의 교민이 살고 있다. 캐나다에는 22만명의 한인이 살고 있고 러시아에만 16만명이 살고 있다. 이들 국가는 나름 선진국 반열에 올라 방귀를 ‘뽕뽕” 끼고 있으며 이민의 역사가 깊고 넓기에 벌써 교포 2세, 3세 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교민의 역사가 20년도 되지 않고 아직도 10만의 교민밖에는 살고 있지 않으면서, 이민이 전혀 허락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을 별로 반가워 하지도 않을 것 같은 베트남에 살고 있다. 매번 거주 비자 때문에 고민을 해야 하고 몇 개월 마다 한 번씩 ‘땀주’라는 이상한 거주증을 발급 받아야 하며 때로는 영문도 모르는 돈을 누군지도 모르는 이에게 지불해야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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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내리기 ep.2

김사장이 과거에 은행 지점장을 했건, 노가다 판에서 십장을 했건, 현시점에서 그것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 하지는 못한다. 그의 직장동료와 학교 동기들이 과거의 흔적이 되어 현재를 잠깐이나마 먹여 살려 줄 수도 있겠지만 그의 신용은 이미 은행을 나온 후 몇 년 동안 정수기와 보험을 팔면서 다 이용해버렸기에 동료들도 그들의 전화기에 김사장의 이름이 뜨면 받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가 한국에 살면서 더 이상 동료나 동기들의 도움을 받아 무엇을 하기란 불가능 하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베트남을 선택한 이유는 이런 궁핍하고 비젼 없을 것 같은 중년의 한국 삶이 한 몫 하기도 했지만 더 결정적인 것은 직장시절 베트남에 잠깐 여행 갔을 때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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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내리기 ep.1

관절 마디 마디가 바늘로 찌르듯 아팠지만 기침은 없었다. 열은 밤새도록 있었지만 몸은 시리도록 추웠고, 침을 넘길 때 목젖이 아팠다. 통역에게 카툭으로 “열이 있음, 기침 없음, 온몸이 아픔” 이란 단어를 SOS로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사말이 없는 짧은 베트남 말이 카툭에 적혀 왔다. 그리고 카툭에 적혀있는 암호를 약국 안쪽에 서 있는 젊은 처자에게 보여주고 받은 약을 먹고, 하루의 낮과 밤이 다 가도록 더러 누워 있었다. 밥 먹지 않은 약 때문에 새벽에 속이 쓰렸고, 식은땀은 새벽까지 이불을 적셨다. 어제 낮에 헬스를 조금 심하게 했고, 토요일이라 약간의 술과 최근의 스트레스를 바꾼 것뿐인데 늙어 가고 있는 몸뚱어리가 이젠 이마저도 견디기가 싫은가 보다. 내 연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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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베~한민국

20분이나 기다렸지만 자리가 나지 않는다. 토요일이라 빈 테이블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 했기에 약속시간보다 일찍 와서 기다렸지만, 쇼핑몰내의 푸드코너에는 빈 테이블은 생기지 않고 대기하는 손님만 늘어간다. ‘짱’과 그의 학과에서 친한 친구들은 애인을 동반하여 2주에 한번 정도 토요일 저녁에 만나 같이 식사를 하고 수다를 떤다. 취업을 하기 전까지 에어컨이 있는 실내 식당이나 까페에서 만난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지만, 지금은 보통 대형 쇼핑몰의 푸드코너나 브랜드가 있는 까페로 약속을 정한다. ‘짱’은 동나이에서도 깊은 시골이 고향이지만 4년전부터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기 위해 호찌민에 살고 있다.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은 모두 한 학기와 영어 졸업시험을 남겨 놓았지만 대부분 취업에 성공 했고, 어떤 친구는 그의 판단에 따라 4개월사이에 직장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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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짧은 하룻밤

“언제 오노?” 늙어있는 여자의 목소리가 익숙하다. “낼 간다고 했는데?” 짧고 딱딱한 의문형 대답이다. 한국 간다고 그리고 모레쯤 갈 끄라고, 맑지 않은 국제전화로 전달했지만 벌써부터 삽작 거리를 서성이다 전화를 한다. 보통 서울에서 일을 보고 가기에 한국 도착 보다는 며칠 늦게 그녀에게 가게 된다. 그녀는 한국에 온 나만 기다리지만 난 그녀만 보러 한국에 온 것이 아니기에 여유가 생길 때 그녀의 집에 들린다. 그것도 대부분 짧은 하룻밤이다. 똥개가 한 마리 있지만 나를 보고 짖지 않는다. 지난번 그녀는, 그가 나를 알고 짖지 않는다고 똥개를 자랑했지만 난 그가 짖는 소리를 한번도 듣지 못했기에 귀찮아서 짖지 않는 것이라고 그녀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가 나를 보고도 나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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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구정 일기2

2015년 2월 18일 수요일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내일 때문에 씨엠릿의 저녁자리에서는 소주잔이 돌아다닌 만큼이나 많은 의견들이 테이블 위를 돌아 다녔다. 여행 계획은 모든 국가를 두루 다녀본 최선배가 주도 했지만 여행이 지속되면서 가방을 3개나 들고 와서 우리 모두에게 오이마사지팩을 선사한 김사장 쪽으로 파워가 쏠리는 듯했다. 김사장은 너무 피곤한 관계로 곧바로 방콕으로 가는 코스를 고집 했고 선배는 처음 계획대로 라오스의 정적인 분위기를 느껴보고 방콕으로 가자고 했고. 나는 ‘이제 그만하고 호찌민으로 돌아갑시다’라고 말했지만 아무도 듣지는 않은 것 같았다. 물론 이때도 법의 보호를 받아야 살아 갈 수 있을듯한 이사장은 ‘난 어떤 의견이라도 따를 꺼야’ 라고 말끝이 조금 올라가는 서울말 투를 한 번 사용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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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구정 일기

2015년 2월 14일 토요일 직원들은 10시부터 핫바지에 바람 새듯 한 명씩 한 명씩 회사에서 새 나갔다. 띤은 고객 집을 방문한다고 나갔고, 회계직원은 토요일인데도 세무서를 방문한다고 했고, 허우는 이미 휴무를 시작한 회사에 수리가 있다고 오토바이를 타고 휑하니 나가 버렸다. 출근한지 얼마 되지 않아 비워지기 시작하는 회사는 구정연휴가 끝날 때까지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회사를 일찍 비워 줘야겠다는 생각에 푸미흥으로 들어왔다. 푸미흥은 아직도 비울게 많은지 계속 비워지고 있었고 비워진 빈자리 때문에 가게의 문들은 잘 열리지 않았고, 도로는 막히지 않았고 오토바이가 토해내는 매연도 줄어들고 있었다. 태식이와 이사장은 오늘 2시 비행기로 한국에 간다고 했고, 맞은 편의 한국인 부부는 밤 비행기로 간다고 했다. 오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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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툭 까툭

‘밤이 어둡고 낮이 밝은 것은 본시 그러함이다. 자식이 아비를 정성으로 섬겨야 하고 백성이 임금을 충으로 섬겨야 함도 본래 그러함이다. 조선의 땅과 하늘의 주인이 하나인 것도 본래 그러함인데 어찌하여 사학을 섬기고 그를 아버지라 하는가.. 내가 명하고 또 명하여도 따르지 않고 스스로 죽기를 청하는 사학의 종자는 박멸하여 씨를 말려야 할 것이며 이의 수괴를 잡아 찌끄러기가 남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급박하고 앙칼진 대비의 교지를 싣고 가는 말의 목에는 방울이 세 개씩이나 달려 있었고 방울이 세 개가 달린 말 위에 타고 가는 마부는 그의 말에서 나는 ‘딸랑 딸랑’ 소리 때문에 더욱 바빴다. 대비의 교지는 사방으로 출발하였고 밤을 새워 달린 말들은 다음날 관청에 닿았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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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뱅기를 돌렸는가?

2014년도의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어저께쯤 직원들과 2014년도 열심히 살아보자고 “목, 하이, 바, 짬지!”를 외친 듯 한데, 벌써 직원들이 망년회를 어떻게 할건지 물어 봅니다. 계절의 변화가 없는 곳이라 잊고 지내는 세월의 속절없음을, 잦아지는 망년회 술자리만이 내가 또 한 살 만큼 더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오래된 일이겠지만 아주 낯선 고등학교에서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르기 위하여, 새벽이 어둑한 시간에 온몸을 꽁꽁 싸매고 집을 나선 기억이 어제인 것처럼 뚜렷하게 기억 납니다. 그런데 내 아들놈이 벌써 대학 입학시험을 치른답니다. 그것도 내가 시험을 치른 같은 고등학교에서 말입니다. 그 놈이 젊어 가는 세월이나, 내가 늙어가는 세월이나, 같은 세월의 길이겠지만, 그 놈이 파릇하게 젊어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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