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을의 얼룩

아직 맵싸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여름날의 후줄근한 공기는 완연히 바꿨다.
원래 하늘이 저렇게 높고 푸르렀던가?
마치 그 동안 감춰졌던 본 모습이 드러난듯한 날 푸른 가을하늘이 목 감기에 잠긴 맹맹한 코끝을 시리게 자극한다. 푸르던 나무들은 이제 동면을 준비하듯 울긋불긋한 잠 옷을 챙기며 분주했던 여름날의 추억을 재잘거린다. 서서히 노란 물이 들어가는 은행 나무 아래에 검붉은 머플러를 걸친 여인의 붉은 머리가 반가운 듯, 아쉬운 듯, 뜻 모를 너울을 넘실대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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