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Column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 독서의 기능 –

우리는 독서를 합니다.
일단 책을 읽는 것이 ‘선’으로 여겨집니다.

올해도 어느 해와 마찬가지로 새해가 밝았고, 많은 분들의 새해 목표, 새해 결심 목록에 ‘금연’, ‘운동’과 함께 ‘독서’가 리스트의 상부에 자리를 잡았을 것입니다. 빌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워렌버핏 같은 부와 명예를 손에 넣은 현대의 위인들이 한결 같이 독서를 권합니다. 정주영, 이병철, 김우중 회장님 같은 한국 기업사의 거인들도 본인들의 성공 비결중 하나로 독서를 꼽았으며 그들을 우러러 삶의 모델로 삼았던 젊은이들에게 독서를 권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책을 별로 읽지 않았지만 자수성가하신 기업 오너분도 만나봤고, 책을 읽지 않고도 기업내에서 승승장구하는 임원분도 본적이 있으며, 책을 읽지 않고도 집도 사고, 땅도 사고, 월세 받으며 잘 살고 계신 부러운 어른들도 주변에 있습니다. 현대의 영웅들인 스포츠 스타, 가수, 인플루언서들 중에는 책을 많이 있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고, 안읽는 친구, 심지어 ‘못읽는’ 친구들도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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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와 유튜브가 전통적인 신문과 뉴스, 책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는 지금의 사회에서 독서는 어쩌면 과거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 일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많은 책을 읽었지만 아직 경제적 성공을 이루지 못한 많은 지인들도 주변에 있고, 심지어 많은 책을 읽은 그들이 남들보다 뛰어난 인품, 평범한 사람이 도달하지 못한 득도의 경지, 월등한 마음의 평정에 이르지 못했다는 증거도 여럿 갖고 있습니다. 근대 철학의 두 줄기로 불리우는, 대륙의 합리론적 사고방법인 연역법을 써도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은 성공한다’라는 명제는 증명되지 않고, 영국의 경험론적 사고방법인 귀납법을 써도 책은 결코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증거는 차고도 넘칩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로 유명한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 (1596~1650), 모든 것을 회의했던 데카르트처럼 ‘독서’자체에 대한 회의와 불안감이 몰려옵니다. 과연 독서는 우리 삶에 필요한 걸까요, 필요하지 않은 걸까요?

일본의 한 컨설턴트가 쓴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라는 책은 독서와 성공적인 삶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고 생각이 듭니다.

저자인 ‘야마구치 슈’의 이력이 재미있습니다. 일본 최대 광고 회사 덴츠, 보스턴 컨설팅 그룹, AT 커니에서 조직개발, 혁신, 인재 육성, 리더쉽 분야의 전문 컨설턴트로서의 경력을 쌓고, 여러 비즈니스 스쿨에서 ‘지적 생산 기술’, ‘지적 전략’을 가르쳤고, 이 책을 쓸 당시 (2018년) 에는 콘페이라 그룹의 시니어 파트너와 히토쓰바시 대학교 경영관리연구과 겸임 교수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컨설턴트라는 직업적 배경에 맞게 그는 50가지 철학 사상을 1장 사람(왜 이사람은 이렇게 행동할까?), 2장, 조직(왜 이 조직은 바뀌지 않는걸까?), 3장 사회(지금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4장 사고 (어떻게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주제에 맞추어 소개합니다.

50명이나 되는 고대와 현대의 철학자와 사상가들이 소개되니 아는 이름, 이름은 들어봤으나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이름, 처음 들어보는 이름도 나옵니다. 약간의 지적 호기심을 갖고 읽다 보면 아는 인물의 또 다른 면모를 아는 기회가 되고, 알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 사람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기회, 이런 생각을 했던 사람도 있었구나하며 내 머리속의 흩어진 지식들을 정리하고,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위인과 유명 철학자들의 지식을 전달하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학자가 아니라 기업과 생활 전선에서 고객, 윗사람, 아랫사람, 동료들과 부딪치며 성과를 내야 삶을 지탱해 나갈 수 있는 평범한 독자들의 눈에서 필요하다 생각되는 부분만 현대적인 관점에서 정리해 준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소 한 마리를 던져주며 알아서 드시라고 하는 정육점 주인이 아니라, 각 부위의 식감에 따라 고른 고기를 적절한 소스를 치고 불조절을 한 후에 접시에 담아 주는 호텔 쉐프 같은 저자의 글쓰기가 독자에게 감동을 선사합니다. 또한, 100년전, 500년전의 철학자들의 사상을 소개하며 그 당시의 상식과 사회적 배경을 함께 설명해 줌으로써, 현대의 독자들이 현재의 관점에서 그들의 생각에 거부감을 갖는 부분도 적절히 조절해 줍니다.

독서를 좀 했다 하는 독자들에게는 헤겔과 마르크스의 관계, 마르틴 루터와 장칼뱅 그리고 막스베버로 이어지는 종교개혁의 의미 등 각 사상가들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 사상들이 현대의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유명 사상가들의 지적 연쇄 고리를 확인하는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물론 대사상가들의 사상을 3~5페이지에 달하는 글만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구글검색이나 Chat GPT로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나 더 알고 싶은 부분을 검색하며 읽는다면 이 책을 읽는 즐거움과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얻어야 할 가장 큰 교훈은 ‘책에서 얻은 지식을 단 1개라 할지라도 내 삶의 배경속에서 해석하고, 내 삶의 현장에서 써먹고, 남들과 공유하는 정신’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야마구치 슈’는 이 책을 통해 독서인의 좋은 모델을 보여줬고, 독서가 그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좋은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그가 첫번째 근무했던 ‘덴츠’는 2015년 24살의 신입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으로 과로사( 조사결과 월 100시간 이상의 잔업이 확인됨) 문제를 일본의 사회 이슈로 만들었던 회사로도 유명합니다. 2000년대에 서울에서 신입사원 시절을 보낼때, 야근과 회식을 매일 반복하며 가끔씩 회사 주변 찜질방에서 잠도 자곤 했던 개인적인 경험이 기억이 납니다. 월 100시간 야근에 대해 ‘이게 그렇게 심각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드는 것 자체가 지금 생각해 보면 ‘과로’의 큰 문제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렇게 과로하며 살 때에는 책을 읽을 시간, 친구를 만날 시간,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죠. 사무실의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니, 나도 그게 당연한 줄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신문에 나오거나 역사에 남을 만한 크게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라는 씁쓸함도 밀려옵니다. 사회인으로서 열심히 살고, 생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성숙한 어른으로서 격려받고 칭송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을 시간’, ‘친구를 만날 시간’, ‘가족을 돌볼 시간’ 조차 없다면 그것은 어쩌면 인생이 보내는 어떤 경고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들에게 주는 ‘독서’의 또 한가지 기능이 아닐까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

장연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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