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따뜻해진 경영의 신을 만나다 –
우리는 경영자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회사에 다닌다는 것, 어떤 조직에 몸담고 있다는 것은 그곳을 운영하는 경영자의 의사 결정에 어느 정도 자신의 운명을 맞기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조직의 말단에 있다면 저 멀리 계신 사장님이나 회장님의 말씀이나 생각보다는 매일 얼굴을 마주 봐야하는 눈앞의 대리님, 과장님의 성격이나 기분이 회사생활의 행복을 좌우하겠지만, 결국 자신의 운명은 그 조직의 최고 경영자의 의사 결정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됩니다. 다음년도 사업계획에 해외투자 활성화가 결정된다는 것은 국내의 어떤 공장이 문을 닫는다는 얘기가 되고, 누군가는 원하건 원치않건 어떤 나라로 기약 없는 파견을 나가게 되는 것이 한 가지 좋은 사례가 되겠네요.
‘손오공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은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다’라는 말이 이런 의미에서 나온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경기가 좋고, 회사 실적이 좋을 때는 회사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삽겹살 회식 정도로도 풀 수 있습니다. 가끔 소고기도 먹으면 그야말로 충성심은 뿜뿜 올라갑니다. 하지만 사바나에 매년 가뭄이 오고, 한국에 12월이 되면 눈이 내리듯이 경기가 안좋아지고, 일감이 줄어들고, 실적이 빠지는 시기가 오면 조직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경영자의 마음을 잘 읽는 재주가 있는 어떤 이가 앞장서서 칼춤을 추고 망나니 일을 시작합니다.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이런 일들은 생존자들의 입을 통해 술자리를 통해 전해집니다.

입담이 좋은 임원분들을 통해 전달되면 마치 영화 ‘대부’,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헐리우드 대작 영화를 한편 본듯한 기분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경영자와 함께 운명을 같이하는 우리들 입장에서는 훌륭한 경영자를 만나는 일과, 경영자를 훌륭하게 보좌하거나, 실력을 갈고 닦아 내가 훌륭한 경영자가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됩니다.
<잭웰치의 마지막 강의>는 ‘경영의 신’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미국 기업 GE의 전설적인 경영자 ‘잭웰치’가 본인의 60년 비즈니스 노하우를 모두 정리한, 그러면서 두껍지도 않은(300page!), 알짜배기 책입니다. GE(Eeneral Electric)는 1878년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 창업한 회사로 간단히 말하면 미국의 삼성전자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잭월치는 1981년부터 2001년까지 GE의 CEO로 있으면서 재임기간동안 매출은 5배(약 27조원~130조원), 시가총액은 30배 상승시킨 전설의 경영자입니다. 무협의 세계로 비유하면 무당파 장삼봉 정도의 초절정 고수입니다.
물론 ‘중성자탄 잭’이라는 어둠의 별명으로 불리며 인수합병, 구조조정의 귀재로서의 면모를 가지고 있는데, 돌려말하면 직원을 엄청나게 잘랐다는 얘기입니다. 잭월치가 무림 절정 고수로서 추앙받던 2000년대는 한국이 IMF 이후 감원과 구조조정이 자리를 잡던 시기라, 제가 신입사원 시절에 잭웰치의 베스트셀러 <위대한 승리(2005)>는 임원들 방에 한권씩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그 책이 임원방에 있는 것의 의미를 정말로 몰랐던 순수하고 순진했던 시절 같네요. 저도 그 시절 그 책을 선물 받아 읽어봤는데 ‘ 직원의 하위 90%는 무조건 교체 해야 한다 ‘, ‘ 인생은 일, 가정, 자기 자신이라는 3개의 공을 저글링하는 것이다. 셋중 하나는 깨지기 쉽다’라는 두가지 문장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초보 관리자 시절 해외에서 어설프게 ‘잭웰치 따라하기’ 하다가 주변의 엄청난 역공으로 찌그러졌었던 트라우마 때문에 저에게 한동안 잭웰치의 책은 <금서>로 지정되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책이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경험이 부족했던 너무 이른 시기에 주변의 조언 없이 읽었던 것이 문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작 <잭웰치의 위대한 승리(2005)>가 GE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수합병, 식스시그마(품질관리)기법 등 대기업의 경영 노하우에 대해 쓴 다소 차가운 책이라면. <잭웰치의 마지막 강의(2015)>는 GE은퇴후 컨설턴트로서 40개 기업의 인수합병에 관여하고 100여개 기업의 경영 컨설팅을 한 후에 쓴 1인 기업인부터 읽을 수 있는 따뜻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부 비즈니스에 대해 알아야 할 것, 2부 팀에 대해 알아야 할 것, 3부 당신에 대해 알아야 할 것, 이렇게 ‘경영, 팀운영, 경력 관리’ 등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혼돈스럽거나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서 간단 명료하고 60년 경험에서 우러난 신뢰감 있는 단호한 말투로 정리해 줍니다. 경영학판 ‘즉문즉설(법륜 스님)’ 을 읽는 기분입니다. ‘3장 우리는 성장해야만 한다, 10장 천재와 떠돌이 그리고 도둑과 함께 일하는 법, 12장 수렁에서 벗어나라’는 특히, 우리가 회사, 조직 생활을 하며 머리속에서는 어렴풋이 맴도는데 입으로는 나오지 않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쾌감을 줍니다. 어렵고 복잡하고 껄끄러운 얘기를 꼭 장황하게 할 필요는 없이, 간단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신입사원때 OJT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실무에 투입되었으면서, 자신도 ‘끊임없이 밀려오는 일 ‘에 치여 신입사원 OJT도 제대로 안해주면서 바쁘게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과장님 이상 회사원분들께 이책을 권합니다. 다행히 이 책은 절벽에서 떨어져 우연히 들어간 동굴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구양진경’ 같은 무공비급이 아닙니다. 친구들한테 커피 한잔 살 수 있는 돈으로 전국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이죠. 책도 가볍고 여백 및 줄간격도 여유가 충분하여 반나절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이니 바쁘다는 핑계도 통하지 않습니다.
이 짧고 간결한 책 1권은 내 회사, 내 팀, 나 자신을 돌아보고 더 성장할 수 있는 나침반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을 돌아봤을 때 제일 내 자신에게 미안한 말이 ‘바빠서 못했다’라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바쁠수록 내가 ‘더 중요한 일을 놓치고 있지 않은가?’ 라는 의심을 품을 수 있는 독서인의 자세를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
장연 – 칼럼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