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 Out – 호찌민에 상륙한 정통 타이 플레이버

콴부이 그룹의 신작 ‘스티키 라이스(Sticky Rice)’

베트남 외식 시장에서 타이 레스토랑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정작 방콕 거리에서 맛보던 그 강렬하고 복합적인 풍미를 재현하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현지화라는 이름 아래 매운맛은 순해지고, 향신료 는 단순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베트남 전통 음식으로 명성을 쌓아온 콴부이 그룹(Quan Bui Group)이 야심 차게 론칭한 스티키 라이스(Sticky Rice)는 다르다. 이곳은 ‘베트남식 타이 푸드’가 아닌, ‘베트남에서 만나는 타이 푸드’ 그 자체를 지향한다.

콴부이에서 스티키 라이스까지, 16년의 여정

2009년 카페 한 곳에서 시작해 현재 4개 브랜드 12개 매장을 운영하는 외식 그룹으로 성장한 콴부이. 창업자 다잉 쩐(Danh Tran)이 일관되게 추구해온 가치는 명확하다. MSG 없는 정통성과 현대적 감각의 조화. 2011년 론칭한 베트남 가정식 브랜드 ‘콴부이(Quan Bui)’가 이 철학으로 성공을 거둔 후, 그룹은 모던 아시안 퀴진 ‘라앙 사이공(Laang Saigon)’, 카페 ‘카페인(Cafe’In)’을 차례로 선보이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왔다.
2024년, 그룹의 네 번째 브랜드로 등장한 스티키 라이스는 쩐 대표의 새로운 도전장이다. 베트남 음식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엔 타이 퀴진 시장에 정면으로 뛰어든 것이다. 타오디엔(Thao Dien) 14Q 꾸옥흐엉(Quoc Huong) 거리에 자리한 스티키 라이스는 오픈 6개월 만에 호찌민 타이 레스토랑의 새로운 기준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방콕 스트리트의 감성을 담다

2층 규모의 공간은 일단 시각적으로 압도한다. 입구부터 눈에 띄는 빈티지 툭툭(Tuk-tuk)은 방콕 거리를 연상케 하는 상징적 오브제다. 파스텔 그린과 화이트를 기조로 한 인테리어는 타이 레스토랑의 전형적인 화려함 대신 미니멀하면서도 세련된 감각을 보여준다.

천장이 높고 통창이 넓어 채광이 좋다. 점심 시간, 자연광이 쏟아지는 1층 테이블에 앉으니 방콕의 힙한 카페 거리 탕러(Thonglor)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좌석 간격도 넉넉해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며, 2층에는 단체 손님을 위한 별도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타이 컨템퍼러리의 정수

메뉴 구성은 클래식과 컨템퍼러리의 균형이 돋보인다. 팟타이(Pad Thai), 솜땀(Som Tum), 톰얌꿍(Tom Yum Kung) 같은 국민 메뉴부터, 최근 방콕에서 유행하는 크랩 오믈렛(Crab Omelette)과 돼지등뼈 냄비까지. 타이 퀴진의 스펙트럼을 폭넓게 아우른다. 가격대는 메인 디쉬 기준 30만~50만 동(약 1만5000~2만5000원)으로, 호찌민 프리미엄 다이닝 시장의 적정선이다.

Tasting Note

바질 볶음 돼지고기

타이 바질(Holy Basil)의 강렬한 아로마가 코를 찌르는 순간부터 기대감이 증폭된다. 다진 돼지고기는 과하게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육즙을 머금고 있다. 마늘과 생고추, 피쉬소스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감칠맛은 단순하지만 중독적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웤 에그(Wok Egg), 즉 높은 화력의 웍에 튀기듯 구운 계란 후라이다. 가장자리는 바삭하게 카라멜라이즈되고 노른자는 반숙 상태를 유지한 이 계란은 베트남의 타이 레스토랑에서 보기 드문 디테일이다. 밥 위에 볶음을 올리고 계란 노른자를 터뜨려 비비면, 매운맛이 크리미하게 중화되며 완벽한 밸런스를 찾는다.

구운 돼지고기 샐러드

이날의 베스트 디쉬. 숯불에 구운 돼지 목살은 겉은 캐러멜라이제이션으로 스모키한 풍미를 입히고, 속은 분홍빛 육즙을 간직한 채 슬라이스된다. 여기에 민트, 고수, 적양파, 라임 잎이 어우러지며 타이 샐러드 특유의 허브 폭탄이 터진다.
드레싱은 라임, 피쉬소스, 팜 슈가, 타이 칠리의 4박자. 신맛-짠맛-단맛-매운맛의 조화가 정확하다. 베트남식으로 현지화하려 했다면 단맛을 강화하고 라임을 줄였겠지만, 이곳은 과감하게 타이 오리지널 레시피를 고수한다. 그 결과 이산(Isan) 지방의 저력 있는 풍미가 살아난다. 1인분이지만 양은 2~3인이 나눠 먹기 충분하다.

망고 찹쌀밥

스티키 라이스라는 이름값을 하는 시그니처 디저트. 찹쌀은 코코넛 밀크와 팜 슈가에 충분히 불려져 각 알갱이가 윤기를 머금고 있다. 망고는 남까오(Nam Dok Mai) 품종으로 추정되는 태국산으로, 과육이 단단하면서도 당도와 산도의 균형이 좋다.
위에 뿌려진 고소한 뭉빈(Mung Bean) 크럼블이 텍스처의 변주를 주고, 별도로 제공되는 코코넛 크림을 추가로 부으면 리치함이 배가된다. 디저트치곤 양이 상당한데, 식사를 가볍게 했다면 2인이 나눠 먹기 적당하다.

정통성에 대한 집념

스티키 라이스의 차별점은 타이인 헤드셰프가 주방을 총괄한다는 점이다. 메뉴 개발부터 식재료 소싱, 조리 프로세스까지 타이 본토의 스탠다드를 그대로 적용한다. 향신료는 타이에서 직수입하고, 특히 타이 바질과 카피르 라임 잎 같은 핵심 허브는 신선도가 생명이기에 주 2~3회 공수한다.
서비스 스타일도 콴부이 그룹의 DNA를 이어받았다. 직원들은 메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처음 방문한 손님에게는 매운 정도를 세심하게 확인한다. 다만 피크 타임엔 주문 후 음식이 나오는 시간이 다소 지연되는 점은 아쉽다. 이는 오픈 초기의 오퍼레이션 미세 조정 과정으로 보인다.

Final Verdict

스티키 라이스는 타이 퀴진의 정통성을 베트남 시장에 그대로 이식하는 데 성공한 보기 드문 케이스다. 현지화의 유혹을 뿌리치고 오리지널 레시피를 고수한 용기가, 오히려 차별화된 경쟁력이 됐다. 콴부이 그룹이 16년간 쌓아온 F&B 운영 노하우와 타이 셰프의 정통 조리법이 만나 시너지를 낸 결과다.
아직 오픈 6개월, 메뉴 확장과 오퍼레이션 고도화의 여지는 충분하다. 하지만 현재 완성도만으로도 호찌민 최고 수준의 타이 다이닝임은 분명하다. 방콕이 그리운 날, 비행기표 대신 이곳을 찾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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