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아 외교2차관·국수본부장 출국, 대학생 피살 공동조사…경찰 “한국인 속이려면 한국인 필요”
!['천마'의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온 캄보디아 깜폿주 보코산의 한 범죄단지 사무실. [텔레그램 캡처]](https://img4.yna.co.kr/etc/inner/KR/2025/10/14/AKR20251014175000004_02_i_P4.jpg)
![동남아의 한 범죄단지 내부 모습. 수갑이 채워진 남성의 손이 철제 침대에 묶여 있다. [독자 제공]](https://img7.yna.co.kr/etc/inner/KR/2025/10/14/AKR20251014175000004_05_i_P4.jpg)
정부가 캄보디아(Cambodia)에서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이 이어지는 사태와 관련해 15일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 합동 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한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14일 오전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고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대응팀에는 외교부 외에도 경찰청과 국정원 등이 참여한다.
특히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도 대응팀의 일원으로 함께 출국해 캄보디아 당국과 구금된 한국인 송환 계획을 협의하고, 앞서 현지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학생 고문 사망사건에 대한 공동 조사에도 나선다.
최근 캄보디아에 탐문 수사를 다녀온 오영훈 부산 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은 15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를 벌이려면 조직원으로 한국인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인을 납치하거나 감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해당 조직을 추적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방문했던 오 과장은 이들의 근거지를 직접 확인했다. 현지 범죄단지를 목격한 오 과장은 당시의 삼엄한 분위기를 전했다.
큰 호텔이나 리조트에 마련된 범죄단지에는 4~5m 높이의 담벼락이 빙 둘러 있었으며, 입구는 경비병이 지키고 있었다.
현재 이러한 형태의 범죄 단지는 현지에 약 50곳이 있고, 이곳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약 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총책은 대부분 자본력을 가진 중국 범죄조직이 맡으며 그 아래에는 한국인 팀장을 거느린다”며 “한국인을 포섭하는 한국인 브로커가 사이버 도박, 피싱, 투자 리딩 사기 등을 알선한다”고 말했다.
15일 연합뉴스가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일한 경험이 있거나 단지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범죄단지는 이른바 ‘장집'(대포통장 모집책)을 통해 자금 세탁을 위한 ‘장'(통장)을 모집하고 있다.
한국인 대상 보이스피싱·로맨스 스캠 등으로 얻은 범죄 자금을 세탁하기 위해서인데, 한 통장을 오래 사용할 수 없는 돈세탁 범죄의 특성상 많은 통장이 필요하다.
본인 명의 통장으로 범죄자금을 세탁하고 무사히 빠져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에서 돈을 가로채는, 이른바 ‘누르는’ 사고가 일어나면 비극이 시작된다는 게 관련자들의 설명이다.
범죄단지 근무자의 지인 A씨는 연합뉴스에 “통장을 팔러 가면 한국에 있던 장집이 보고 있다가 돈이 쌓였을 때 채가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현지에서 통장 명의자에게 ‘네 통장이니 네가 책임져’라며 협박이 시작된다”고 했다.
지난 8월 캄보디아 깜폿(Kampot)주 보꼬(Bokor)산의 범죄단지에 갇혀 고문받다가 숨진 채 발견된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 박모(22)씨도 이와 같은 이유로 폭행을 당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와 연동된 은행 계좌는 한도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통상 1,000만~2,000만원에 거래된다. 명의자에게 세탁 자금의 1~3%를 떼어주기도 한다.
대포통장 모집책 B씨는 연합뉴스에 “통장 팔러 오는 사람들은 당장 돈 1,000만~2,000만원이 없으면 살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든 사람들”이라며 “사업에 실패하거나 부모님·자녀 수술비가 필요한 사람, 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고 했다.
캄보디아에서 20년 넘게 산 사업가 김모씨는 14일 수도 프놈펜(Phnom Penh)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한국 언론 보도로 캄보디아 교민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 걱정하는 쪽과 이번 기회에 캄보디아에서 각종 범죄를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엇갈린다”고 토로했다.
재캄보디아 한인회는 올해 현지 범죄 단지인 이른바 ‘웬치(园区)’에서 탈출해 귀국한 한국인이 대략 4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연말까지 아직 2개월 넘게 남았는데도 이미 지난해 200명가량의 2배 수준이다.
한인회는 성명서를 통해 “일부 언론의 무차별적 보도로 캄보디아 전체가 납치와 감금이 만연한 나라로 오인될 수 있다”며 “교민 사회의 정상적 경제 활동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캄보디아 수사 당국에 의해 구금된 한국인 현황에 대해 “오늘 기준으로는 63명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인원수는 유동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들의 귀국을 위해 특별항공편을 투입하는 방안을 캄보디아 정부와 긴밀히 협의할 계획으로, 이들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국내 송환 뒤 수사해 법에 따라 조치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 내에서 발생하는 우리 국민의 납치·감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 공조협의체를 주도적으로 출범시켜 합동작전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국과 캄보디아 정부는 양국의 경찰 등 수사당국이 참여하는 ‘스캠 합동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에도 합의했다.
정부는 캄보디아 내 주요 범죄 지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4단계(여행 금지 지역)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주캄보디아 대사관에도 외교부 본부 대사가 신임대사 부임 전까지 체류하고 경찰 주재관을 증원하는 등 인력을 보강키로 했다.
연합뉴스 202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