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잘 치려면 어떤 스윙에 집중해야 할 까요? 물론 모든 스윙을 다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골프가 힘든 것은 이렇게 다양한 스윙을 다 익혀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골프 비기너에게 중요한 것은 먼저 롱 스윙을 제대로 익혀야 합니다. 스토어에 관계없이 일단 공을 앞으로 제대로 보낼 수 있어야 필드를 누빌 자격이 생기니까요.
여러 팀들의 티 오프가 순서대로 진행되는데, 다음 팀의 기대보다 앞 팀이 시야에 오랫동안 남아 있다면 뒷팀은 “오늘은 길고 긴 날이 되겠구나” 하며 그날의 불운을 원망할 것입니다. 그러니 일단 롱 게임을 익혀서 골프장에서의 민폐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이 비기너의 숙제입니다.
그리고, 보기 플레이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보기 플레이어는 일단 드라이버를 포함한 롱 게임은 어느정도 한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보기 플레이어들은 연습장에서도 드라이버를 포함한 롱 스윙 연습에 주력합니다. 이해가 됩니다. 당연한 과정입니다. 그런데 그 수준부터는 연습방식이 점차 바꿔야 합니다. 이제는 스코어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스코어를 만드는 것은 온전히 숏 게임이 됩니다.
아무리 긴 홀이라고 해도 파 4인 경우 반복되는 실수가 없다면 3번이면 온 그린이 가능하지요. 그리고 2펏을 하면 보기 플레이는 보장됩니다. 그런데 한번 돌아보세요, 더블 보기 이상을 기록하는 홀에서는 어떤 스윙에서 미스가 생겼는지 말입니다. 대부분 어프로치 미스로 대량 실점이 일어납니다.
그러니 기본적인 어프로치 기량만 갖추면 보기 이상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정교한 숏 게임으로 파세이브 비율(파 온이 안되었을 때 파 이하는 하는 비율)을 높여야 합니다. 얼핏 보면 숏 게임은 단순히 방어적 무기인 듯 보입니다.
파온만 잘 시키면 쓸 일이 없는 무기, 맞는 말이긴 한데, 불가측의 운동인 골프에서 파온은 보기 플레이 실력의 아마추어에게는 20% 정도도 안됩니다. 거의 모든 홀을 다 어프로치 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니 이미 방어적 무기가 아니라 아주 중요한 일상의 공격 무기입니다. 이미 온그린을 시켜놓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상대에게 그린 주변에서 홀로 향하는 예리한 어프로치는 상대의 기를 꺾어 넣습니다. 그래서 골프 게임에서는 실력이 비슷하다면, 장타자는 별로 무섭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리한 숏 게임을 구사하는 사람이 더욱 위험한 인물이 됩니다.
골프 역사에서 이 말이 증명된 사례가 있습니다.
1938년 7월 1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쇼니 컨트리클럽(현 Shawnee Inn & Golf Resort)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에서 나왔는데, 그 당시 파이널 라운드가 36홀 매치 플레이 방식이었고, 최종 결승전에 오른 선수는 당시 엄청난 장타와 완벽한 스윙으로 골프계를 주름잡던 샘 시드니와 리틀 포이즌(작은 독약) 이라는 별명으로 숏 게임 달인으로 불리었던 폴 런언 (Paul Runyan, 1908–2002) 이었습니다. 폴 런언은 키가 17cm밖에 안되는 단신에 드라이버 거리도 고작 200야드가 전부였지만 정교한 숏 게임으로 메이저 우승 2회를 비롯하여 30회의 우승을 기록한 선수입니다.
하지만 82승이라는 골프 역사상 최고의 우승 기록을 갖는 위대한 샘 스니드의 화려한 명성에는 미치지 못했지요. 당연히 그 게임의 전망은 샘 시드니의 승리가 예견되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시작되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드라이버 거리가 샘 시니드에 비해 평균 70야드가 모자라는 폴 런언은 70야드 뒤에서 먼저 정확히 그린을 공략합니다.
뒤에서 먼저 핀 근처에 올린 공을 본 샘 스니드의 스윙에는 잔뜩 힘이 들어갑니다. 비슷한 거리의 퍼트 성공율에서 숏 게임의 달인이 앞서갑니다. 오전 18홀을 마치자 폴이 5홀을 앞섭니다. 그리고 오후 라운드가 시작되는 11홀이 끝나자, 7홀을 남기고 8홀을 이긴 폴이 승부를 일찍 마감합니다. 36홀 게임이 29홀 만에 끝난 것입니다. 이날 샘 스니드는 29홀 중 단 한 홀에서 승리를 거두고 폴은 무려 9홀에서 승리한 것입니다.
골프 승부에 중요한 것은 화려한 드라이버가 아닙니다. 홀에 가까워질수록 샷의 중요도가 높아갑니다. 그렇다면 승부는 숏 어프로치와 퍼트에서 좌우됨이 분명합니다. 누가 더 핀에 가깝게 접근하느냐의 게임이지요. 물론 가깝게 붙여도 퍼트가 홀을 외면하면 그날은 마음을 내려놔야 합니다. 퍼팅은 그야말로 흐름이 있는 듯 하더라구요. 아무리 집중을 해도 안되는 날은 안됩니다. 안되는 것을 억지로 하려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요. 그날은 접어야 합니다. 퍼팅의 기대를 내려놓고 아예 숏 게임으로 기브를 받는 것이 더 현명한 노릇일 수 있습니다.
10미티 정도의 숏 어프로치에 대한 팁을 하나 올리면, 귀로 듣는 방법입니다. 일찍 머리를 들거나 척추각이 무너질 때 뒷땅이나 탑볼이 나옵니다. 귀로 공이 맞는 소리를 들은 후에 눈으로 확인하는 방법은 머리를 일찍 들어서 일어나는 많은 실수를 줄여줍니다. 특히 숏 어프로치 리듬이 정립되지 않은 분에게는 아주 유용한 팁이 되기도 하지만 퍼트를 포함한 모든 골프 샷에서 응용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골프를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