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Column – 기업도 변화하는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진화해야 한다

– 생존을 넘어 진화가 필요한 세상 –

우리는 안전을 추구합니다. 위험 대신 안전을 택하는 것은 우리 유전자에 각인된 명령입니다. 산길을 걷다가 호랑이를 만나거나, 교실 앞으로 나가서 발표를 하거나,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임명이 되면, 몸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심장이 빨리 뛰고 얼굴이 빨개지며 손에서 땀이 납니다.

등을 돌리고 안전한 곳으로 뛰어서 도망치라는 유전자의 명령입니다. 인류 20만년의 역사를 돌아 봤을때 호랑이의 밥이 되거나, 교실에서 웃음거리가 되거나, 회사에서 일찍 해고 당한 사람들의 유전자가 후세에 전해질 확률이 적었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위험보다는 안전을 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호랑이가 있을 만한 산은 아예 가지 않고, 교실에서 모르는 것이 있어도 질문 같은 것을 하지 않으며 주목을 피하는 방법을 택하고, 회사에서는 후배 사원들의 새로운 제안을 묵살하며 문제 발생의 여지를 없애 버립니다. 그런데 과연 이 안전한 방법이 진정한 안전을 보장할까요?

이 책의 원제는 ‘Survival is not enough (생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입니다. 많은 기업과 조직원들의 안전 추구 성향에 대해 고찰하고, 혼돈과 불확실성이 가득찬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존의 성공 공식만을 맹신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태도는 그 기업과 개인을 도태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생물학 분야에서 필독서가 되어버린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에서 영감을 받은 저자는, 그 책에 나오는 진화생물학적 개념을 기업과 그 기업속에서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회사원들에게 적용한 설득력있는 성공전략을 제시합니다.

자연계에서 생명체의 기본 구성 요소이자 유전이 되는 기능단위를 ‘유전자’라고 한다면 비즈니스 생태계에서는 조직의 성공전략과 전술의 기본 구성요소이자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기본단위는 ‘밈(memes)’ 입니다. 유전자가 DNA를 통해 묶음으로 전달되듯이, 비즈니스 생태계에서는 밈DNA(mDNA)를 통해 인력, 자산, 규칙, 프로세스, 방침 등이 학습되고 전달이 됩니다. 우수하고 환경에 적합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생존하고 경쟁 끝에 번식에 성공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하듯이, 우수하고 환경에 적합한 밈을 가진 기업이 생존하고 경쟁 속에서 번영에 성공하여 자신들의 제품과 문화(mDNA)를 세상에 퍼뜨린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자연계와 비즈니스 생태계의 차이점은 생명체는 세대 단위로 유전자가 전달되고 세대를 건너뛰면서 진화가 이루어지지만, 기업은 다음 세대로 갈 필요 없이 노력에 따라 한 세대 내에서 진화가 가능하고, 도태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자연계에서 진화에 실패한 종이 문자 그대로 ‘멸종’ 되듯이, 진화에 실패한 기업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문을 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진화에 실패한 기업의 사례로 휴대폰업계의 ‘모토로라’와 ‘노키아’, 필름업계의 ‘코닥’, 그리고 30년 전에는 길거리에서 500m 마다 하나씩 있었던 ‘비디오 대여점’을 들 수 있겠네요. 기업이 진화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로 유통기한이 지난 ‘기존의 성공 공식’에 대한 조직원들의 맹신, 그리고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작은 변화조차 완강히 거부하는 조직 문화를 들었습니다.

책속에 가득한 반짝이는 내용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끌고 시사하는 바가 많았던 내용이 있어 소개를 드립니다. 저자는 조직에서 근무하는 구성원들을 각자의 업무추진 성향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나누었습니다. 첫번째 노예형. 지시 받은 일만 하는 임직원입니다. 낮은 직급의 직원들만이 아니라, 대기업 CEO중에서도 노예형이 있으니, 서열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입니다. 두번째 농부형.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성공 전략의 범위 내에서 일하지만 성찰을 통해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유형입니다.

세번째 사냥꾼형. 현재의 성공전략 범위 내에서 일하지만 상사의 지시 범위를 넘어 새로운 방법을 자발적으로 적용해 보는 유형입니다. 네번째 마법사형. 현재 성공 전략을 넘어 새로운 성공전략을 만드는 유형입니다.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나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들과 함께, 제가 그동안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많은 동료들이 떠올랐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성공 전략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똑똑한 노예’를 뽑고 양성하며, 똑똑한 노예들 역시 ‘지시’속에서 안전함을 느끼며 회사안에서 상호간의 윈윈 (Win-Win) 게임을 하고 있다고 저자는 얘기합니다. 개인적 경험에 따르면, 사냥꾼형의 직원은 그런 태도를 인정해주는 상사를 만나면 날개를 단 듯이 일을 하고 성과를 내지만, 통제형의 상사를 만나면 ‘비규격 나사’로 쓸모없는 직원이 되거나, 모난돌이 되어 정을 맞기도 합니다.

저자는 개인의 경력적 차원에서, 더 이상 발전의 기회를 주지 않는 직장이라면 (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잘못된 mDNA를 갖고 있는) 그 직장을 떠나라고 조언합니다. 실제 신입사원때, 같은 지점에서 일했던 아이디어와 패기가 넘치던 동기가 있었는데, 지점장으로부터 ‘ XX씨는 우리 회사에 올게 아니라 국회의원이 되어서 국회로 가는게 맞았을텐데’ 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을 보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그 동기는 3년후에 더 큰 회사에 좋은 조건으로 이직에 성공하여 더 만족하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마법사형 직원이 기발한 아이디어와 전략으로 마법을 부리려고 해도, 조직이 마법을 받아주지 않는 문화를 갖고 있다면 그가 열심히 외친 주문은 허공속으로 사라집니다. 각자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의 조직과 자신이 마법사형 직원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고, 자신과 조직의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닷컴버블이 막 끝났던 2002년 미국에서 출판된 책으로, 2011년에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되었고, 2025년 지금도 버릴 내용 없이 울림을 주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책입니다. 전세계의 경영컨설턴트와 마케터들이 링에 올라가 입으로 싸우는 스포츠가 있다면, 이 책의 저자 세스고딘은 많은 이들에게 강력한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혀질 것입니다. 경영학계와 출판계에서 쌓은 엄청난 명성에 걸맞게 책은 술술 읽히면서도 줄 칠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자신의 조직에게 불로불사의 초능력을 불어넣고 싶은 분, 노예가 아니라 사냥꾼이나 마법사의 삶을 살고 싶은 회사원, 주식시장에서 오랫동안 ATM 역할을 해줄 종목을 찾고 계신 투자자분께 일독을 권합니다.

장연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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