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Column – 동반자의 진정한 의미: 관객이 된 골퍼

골프는 참 특별한 운동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더욱 특별합니다. 30여년을 넘게 줄곧 서로 사랑하고 싸우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으니 집사람 다음으로 긴 인연을 맺은 존재입니다. 골프는 물리적 실체는 없으면서도 물리적 노력과 정신적 소모를 요구하는 못된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무려 38년을 골프와 같이 지냈지만, 이제서야 조금 이 친구를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결코 알 수 없는 것들

가끔, 골프장을 걷다 보면 이 골프장에서 함께 골프를 즐겼지만 아쉽게도 나는 남겨두고 먼저 하늘로 떠난 친구들 과의 지난 시절이 회상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 회상을 하다 보면, 당시에는 명확하다고 믿었던 일들이, 지금에 와서야 “아, 그 친구가 이런 마음으로 그 말을 했던 것이구나” 라며 뒤늦게 깨닫는 일이 일어나곤 합니다.
마치 영화관에서 스크린을 보는 관객이 되어야만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의도를 파악할 수 있듯이 그 사건의 현장에서 벗어나 관객의 되어 돌아보니 이제야 깨닫게 되는 진실입니다.
그 시절의 나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내가 보고 싶은 대로만 상대를 판단합니다.
친구의 진심을 놓치고, 친구의 진정한 의도를 간과한 채 내 가벼움에만 충실했던 장면이 떠오르며 미안한 마음에 멋쩍은 미소가 피어납니다.

골프라는 ‘상대’ 를 오해해 온 40년

아마도 골프도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40년 가까이 골프를 쳤지만 골프의 진정한 실체를 제대로 보지 못한 듯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공 좀 맞는다고 우쭐대며 오만했고, 나이가 들며 밀리기 시작하자 스스로 토라져 등지기도 하고, 또 한참이 지난 후 미안한 마음도 없이 불쑥 다가와 연습도 안 한 주제에 제대로 안 맞는다고 투정을 하며 지냈으니 돌아보면 볼 수록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골프와 내가 만드는 스토리에는 늘 나는 골프와 영화속의 등장 인물이었습니다.
그렇게 쉼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속의 등장 인물이 되면 자신은 물론 상대의 실체도 파악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그런 상황으로 40년 가까이 되는 오랜 세월을 보냈더니, 이제 조금씩 숨을 돌리며 전제 그림에 대한 객관화가 생겨납니다.
슬그머니 스크린에서 빠져나와 관객의 입장이 되는 것입니다

보입니다.
골프는 나를 가까운 친구로 생각하며 모든 것을 제공했는데, 나는 오히려 골프의 엄격함만 보며 화를 냅니다. 또한 게임의 상대가 실체 없는 친구, 바로 골프인데, 나는 동반자를 상대로 하는 게임으로 생각하며 골프를 친 것입니다. 그러니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듭니다.

동반자,’경쟁하는 자’가 아닌, ‘함께 나누는 자’

골프에서 왜 함께 플레이하는 사람을 동반자라고 부르는 지 조차 생각하지 않고 지낸 것입니다.
그럼에도 동반자라는 주제로 엄청 많은 글을 써왔다는 게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입으로는 적대적 관계가 아닌 동반자가 얼마나 멋진 말인가를 침이 튀기도록 찬양해왔지만 실제로는 그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한 것입니다.

진정한 골프의 승부는 옆에 있는 사람과 겨루는 것이 아닙니다. 골프장이라는 무대 위에서 ‘골프’라는 거대한 상대와 나 자신이 벌이는 승부입니다. 골프장의 파가 승부의 기준입니다만, 자신의 기준에 맞게 핸디캡을 정해 기준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을 걸고 골프와 승부를 겨루는 것입니다.

그리고 동반자란, 이 험난하고도 아름다운 승부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공유하는 소중한 목격자이자 전우입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면 동반자의 스코어에 일희일비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그의 게임은 그의 것이고, 나의 승부는 오직 골프와 나 사이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공이 안 맞는다고 화를 내는 대신, 골프장의 안내대로 제대로 치지 못한 나 자신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철이 든다는 것, 관조의 시간

이제야 조금 철이 듭니다. 영화 속 주인공의 자리에서 한발 물러나 관객석에 앉아보니, 등장인물로 아등바등 살아갈 때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비로소 보입니다. 골프가 오랜 세월을 거쳐 내게 준 것은 빼어난 스코어나 승리의 쾌감이 아니라, 나 자신을 관객의 시각으로 바라볼 줄 아는 ‘관조의 시간’ 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제 내게 필요한 동반자는 내 스코어를 기웃대고 비교하는 경쟁자가 아닙니다. 인생이라는 골프장에서 각자의 승부를 묵묵히 치러내면서도, 서로의 샷을 격려하며 함께 걷는 것만으로 충분한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그 숫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골프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한 웃음으로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낼 때, 미소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반자 하나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축복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즐기며 행복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즐겁지 않은데 사람이 많다고 행복해지는 법은 없습니다. 내가 먼저 내 골프는 즐길 줄 안다면, 그 행복은 곁에 있는 이들에게 자연스레 스며들 것입니다.
그래서 행복한 동반자를 만나는 것은 라운드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운입니다.
아니면 미소가 많은 캐디를 만나거나, 자신이 스스로 행복하면 됩니다.

이제 남은 라운드는 ‘나’라는 주인공의 욕심을 내려놓고, 진실을 바라볼 줄 아는 ‘관객’ 의 마음으로 걸으려 합니다. 내 친구, 골프의 실체를 인지하며 40년 가까이 함께 해준 그에게 따뜻한 미소를 건네고 싶습니다.
그리고, 먼저 떠난 친구들에게, 그 마음을 읽지 못한 우둔함을 사과하고, 지금 제 곁을 지키는 소중한 인연들에게 행복을 함께 나누는 고마움을 전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About chaovietnam

chaovietnam

Check Also

Golf Column – 가성비 높은 골프 심상 훈련

심상훈련, 영어로는 Image Training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심상훈련’이라는 한글 표현이 훨씬 품위 있고 마음에 와닿습니다. 정식 …

답글 남기기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