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terview – “베트남이 韓 농식품 수출 4위국”이 된 비결은?

▲ 조성배 베트남지사 지사장

“한국산 딸기 두 알을 10만 동(약 5천원)에 팔아도 베트남 소비자들이 기꺼이 구매합니다. 품질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베트남 호치민지사 조성배 지사장은 2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에서 한국 농식품이 고급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aT는 한국 농산물과 식품의 해외 수출을 전담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전 세계 주요국에 해외지사를 두고 현지 바이어 발굴, 판촉행사, 물류 지원 등을 통해 ‘K푸드’의 세계 진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베트남, 韓 농식품 수출 4위 시장으로 급부상

조 지사장에 따르면 베트남은 현재 한국 농식품 수출 4위국이다.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네 번째 규모다. 특히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에서는 압도적 1위로, 다른 아세안 국가보다 2~3배 많은 한국 식품을 수입하고 있다.

“1억 명이 넘는 인구, 상대적으로 높은 구매력, 새로운 식품에 대한 개방적 태도가 베트남 시장의 매력”이라고 조 지사장은 설명했다. “특히 호치민 같은 대도시의 1인당 GDP는 7천~8천 달러 수준으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구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베트남에 수입 가능한 한국 과일은 배, 사과, 딸기, 포도, 단감, 토마토, 참외 등 7개 품목이다. 이 중 딸기, 배, 샤인머스켓이 연간 700~800만 달러씩 수입되며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처음 수입이 허용된 참외의 경우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입량(30만 달러 규모)을 기록했다.

의외로 단일 품목 기준 최대 수출액을 기록하는 것은 냉동 닭고기다. 연간 7천만 달러어치가 베트남으로 수출된다.
“베트남 분들은 토종닭 같은 쫄깃한 닭을 선호합니다. 이에 한국의 산란성계 닭고기가 현지 식당 등에서 육수용이나 고명, 식재료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조 지사장은 최근에 닭가슴살 제품이나 가공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 삼계탕용 닭고기 시범도입 등 한국 닭고기 수출확대를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가공식품 분야에서는 라면류, 음료류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라면과 음료는 베트남 어느 도시를 가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현지화됐다. 김도 연간 3500만 달러가 수출되는 주력 상품이다.

“라면은 한국의 매운 맛이 강조된 붉닭 시리즈, 신라면과 같은 제품이 인기가 높습니다. 또한 쌀음료 아침햇살도 시장을 넓혀나간 대표적인 한국 음료라 할 수 있죠.” 조 지사장은 “베트남 사람들의 매운맛에 대한 선호와 쌀에 대한 친숙함, 건강선호 등의 기호가 맞아떨어진 결과” 라고 분석했다.

K푸드 열풍… 떡볶이부터 건기식까지
최근에는 떡볶이도 주목받는 품목이다. 두끼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이 매운 떡볶이 문화를 확산시키는 가운데, 떡볶이용 떡을 한국에서 직접 수입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현지에서 만든 떡과는 맛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국산을 고집합니다”라고 조 지사장은 설명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정관장 홍삼 등이 고급 브랜드로 자리잡은 가운데, 최근에는 콜라겐, 비타민, 유산균, 단백질 보충제 등으로 제품군이 다양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중장년층 위주의 고가 홍삼 제품이 주류였다면, 지금은 젊은 층을 겨냥한 다양한 가격대의 건기식이 늘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딸기 등 신선 과일의 경우 유통기한이 짧아 항공운송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가격이 높아진다. 딸기 500g 한 팩이 30만~40만 동(1만5천~2만원)에 판매되고, 330g 소포장도 20만~25만 동에 달한다. “전날 밤 한국에서 출발한 딸기가 다음날 새벽 6시 호치민에 도착합니다. 9~10시면 통관을 마치고 냉장차로 각 매장에 배송되죠. 수확 후 3~4일 만에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셈입니다.” 조 지사장은 “신선도는 최고지만 운송비가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베트남 업체들은 포장 단위를 작게 하는 전략을 쓴다. 500g 대신 330g이나 250g 단위로 판매하고, 심지어 킹스베리 딸기 두 알만 포장해 10만 동에 프로모션 경우도 있다.

aT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 컨테이너를 활용한 선박 운송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산화탄소와 산소 농도를 조절해 과일의 호흡을 억제, 신선도를 유지하는 기술이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현지 생산으로 축을 이동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한국의 여러 식품기업들이 베트남 현지 공장을 가동 중이다. “현지화는 저변 확대 측면에서 어쩔 수 없는 방향으로, 저희로서는 한국산 원료를 많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조 지사장은 말했다.

대형마트와의 파트너십이 성공 열쇠
조 지사장은 성공 요인으로 현지 유통업체와의 파트너십을 꼽았다. “롯데마트 3개, 이마트 3개, GS25편의점, 케이마켓 등 한국계 대형마트뿐 아니라 파머스, 메가마켓 같은 현지 유통업체들과의 협력도 중요합니다.”
aT는 올해 처음으로 베트남에 수입이 가능하게 되었을 때 롯데마트, 이마트, 케이마켓, 파마스마켓 등에서 동시에 판촉행사를 벌였다. “이외에 1군 중심가에 있는 우체국 앞 광장, 청년마켓, CJ 건물 등에서도 릴레이 참외 시식행사를 개최하였습니다.”

연간 30여건 행사 등으로 시장 개척
aT 호치민지사는 연간 30여건의 크고 작은 행사와 지원사업 등을 추진한다. 정기 행사로는 매년 8월 SECC에서 열리는 식음료박람회 ‘VietFood & Beverage’에 한국관 30개 이상 부스를 운영하고, B2B 상담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올해는 특별히 호이안에서 일반 소비자 대상 시식행사를 열어 주목받았다. “호이안 관광지 광장에 12개 부스를 설치해 관광객들에게 한국 식품을 알리는 행사였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작년에는 사이공강변공원에서 대규모 ‘K-푸드 페어’를 작년에는 사이공강변공원에서 대규모 ‘K-푸드 페어’를 개최했다. 이틀간 B2B 상담회에 한국 수출업체 40여 개가 참가했고, 이어 이틀간 B2C 행사로 부스 40~50개를 운영했다.
“연예인도 초청하고 호치민 한국 식품 관련 업체들이 대거 참여한 대표적 프로모션 사례”라고 조 지사장은 평가했다.

aT는 한국 식품을 수입하려는 현지 업체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 식품 등록 비용 일부 지원, 상표권 등록 연결, 판촉 지원, 물류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예산 한계로 선정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판촉지원의 경우 다양한 제품에 수입물량이 많고 여러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업체에게 우선순위를 둡니다.” 조 지사장은 “미래클 K푸드 같은 신제품의 경우는 물량이 적어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미래클 K-푸드는 aT가 매년 15~20개 제품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사업이다. 현재 수출이 많지 않지만 미래에 성장 잠재력이 큰 제품들을 발굴해 해외 시장에서 테스트하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시장 변화… “2선 도시로 확산이 다음 목표”
조 지사장은 코로나19 이후 베트남 소비 패턴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직후 1~2년간은 보상소비로 소비가 늘었지만, 최근 1~2년은 다소 정체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프리미엄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럼에도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이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열대과일만 먹던 분들이 온대 과일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한류확산과 함께 K-푸드에 대한 수요도 더욱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 지사장은 향후 전략에 대해 “호치민, 하노이 등 1선 도시에서는 신제품 런칭에 집중하고, 검증된 제품들은 칸토, 달랏, 다낭, 호이안 등 2선 도시로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1선 도시에서 잘 나가는 제품들이 2선 도시에 가면 접근성이 확실히 떨어져요. 이 격차를 줄이는 것이 과제입니다.” 내년에는 지사 인력도 한 명 더 충원될 예정이어서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aT는 또 한우, 감귤, 복숭아 등 추가 품목의 베트남 수출 허용을 위한 정부 간 협상 진행상황도 유심히 살피고 있다. 조 지사장은 “한우의 경우 한국에서 수출 의지가 매우 높은 품목”이라며 “베트남 시장 진출이 실현되면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트남은 교민 사회도 크고, K-푸드 확산과 함께 현지 소비력도 있어서 한우 뿐 아니라 한국의 새로운 과실류가 들어온다면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베트남서의 3년, 보람된 시간”
2년 반째 베트남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 지사장은 내년 초 한국으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베트남이 성장하고 있는 국가라는 정도로 생각하고 왔지만, 와서 보니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베트남 특히 호치민은 새로운 식품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경쟁이 치열하다는 어려움도 있지만, 그만큼 소비력이 있고 도전할 만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조 지사장은 “한국 식품에 대한 베트남의 관심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aT가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서 더 많은 한국 기업이 베트남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 조성배 지사장은 2003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입사해 22년간 근무한 베테랑이다. 주로 국내에서 수출업무, 수급안정, 유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2023년 2월 베트남 호치민지사장으로 부임해 첫 해외 근무를 시작했다. aT 호치민 지사는 2019년 설립됐으며, 하노이 지사는 2015년 개소하여 아세안을 총괄하는 본부로 운영되고 있다. 조 지사장은 올해 말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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