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 15km 이상 헤엄쳐야 체중 감량 효과… “식욕 증가가 걸림돌”
◆ 초보자에겐 높은 진입장벽… 관절 질환자에게는 최적의 운동
연중 30도를 웃도는 동남아시아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에게 수영은 최적의 운동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정작 이들 중 상당수는 수영을 ‘하찮은 운동’으로 치부하거나 물 공포증 때문에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널려있고, 수영을 못하니까 수영장에서 물놀이만 하다가 오는 경우가 허다허다하다.
2023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수영을 즐기는 국민은 전체의 7.7%에 불과했다. 같은 조사에서 골프 참여율이 7.1%로 집계된 점을 고려하면, 한국인들에게 수영은 골프만큼 진입장벽이 높은 운동으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인식 탓인지 다이어트와 근육 키우기에 관심이 높아진 요즘에도 수영은 사회적으로 크게 권장받지 못하는 운동에 속한다. 대신 헬스나 필라테스(Pilates), 요가(Yoga) 등이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수영의 체중 감량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오해가 많은 이슈로 남아있다.
“수영으로는 절대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주장과 “물속 운동이 최고의 다이어트 방법”이라는 상반된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수영은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운동일까.
찬물 속 체온 조절이 핵심… 가만히 있어도 칼로리 소모
전문가들은 수영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근본적인 이유를 ‘체온 조절 메커니즘’에서 찾는다. 찬물에 들어가 있으면 체온을 계속해서 뺏기게 되기 때문에 몸은 열을 내려고 하고, 그 결과로 몸에 축적된 영양분을 연소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물에만 가만히 있어도 연소효과가 상당하게 생긴다”고 한 스포츠의학 전문가는 설명했다. “여기에 헤엄이라는 형태로 운동까지 하게 되면 지방까지 연소되기 시작하면서 더 효과가 커진다.”
물속에서 하는 운동의 특성상 모든 동작에 물의 저항을 받아서 동작 하나하나에도 더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한다는 점도 수영의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체중 68kg인 성인이 1km를 수영할 경우 약 300kcal가 소비되며, 1시간 동안 수영하면 600~700kcal를 소모한다. 이는 같은 시간 달리기(약 500kcal)나 사이클링(Cycling, 약 400kcal)보다 높은 수치다.
단거리 vs 장거리 선수, 몸매도 다르다
수영 선수들의 체형을 보면 종목에 따른 차이가 뚜렷하다. 단거리 스프린터(Sprinter)들은 상대적으로 선명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반면, 장거리를 주로 하는 선수들은 흔히 말하는 매끈매끈한 ‘수영 몸매’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은 웨이트 트레이닝(Weight Training)을 병행하는 선수들 이야기일 뿐”이라며 “일반인이 한 시간에 수영장 서너 바퀴 돈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당연하게도 운동량이 많아야 살이 빠진다는 것이다.
운동 후 식욕 폭증이 ‘최대 복병’
수영의 다이어트 효과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운동 후 급격히 증가하는 식욕이다. 수영 후 허기짐은 다른 운동과 비교해 특히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수영 후 허기짐의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는 심부체온 변화다. 찬물의 특성으로 인해 심부체온이 낮아지면 지방 생성을 위한 재료 공급을 위해 허기짐을 발동시킨다는 것이다. 둘째는 호흡 문제다. 물속에서 충분히 호흡을 하지 못하는 수영의 특성으로 인해 산소를 충분히 태우지 못하는 ‘불완전연소’가 일어난다. 이 때문에 운동 후에도 산소를 지속적으로 태워야 하는 EPOC(Excess Post – exercise Oxygen Consumption) 효과가 일어나며, 이 과정에서 탄수화물을 원하는 허기짐이 발동한다. “이 요건을 해소하지 못하는 수영은 어쩌면 살을 더 찌우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한 영양학 전문가는 경고했다. “수영 후 허기짐과 ‘난 운동 했는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하는 심리적 합리화로 인해 과식이나 폭식을 하게 되면 수영은 살을 빼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잘못된 믿음이 생길 수 있다.”
초보자에겐 ‘넘사벽’… 매일 1~2km는 헤엄쳐야
전문가들은 수영으로 다이어트 효과를 보려면 최소한 매일 1~2km 이상 수영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달 기준으로는 최소 15km는 수영해야 살이 빠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초보자에게 결코 쉽지 않은 목표다. 25m 풀 기준으로 1km는 20바퀴에 해당한다. 수영 커뮤니티에서 ‘자유형 1000m 완주’를 일명 ‘자천(자유형 천미터)’이라고 부르며 중급자로 도약하는 기점으로 여길 정도다.
“초중급반 한 달(20시간)을 다 합쳐봤자 한 달 5km도 안 나간다”고 한 수영 강사는 설명했다. “보통 평일 자유수영 시간이 50분으로 정해져 있는데 초급자에게 5분당 2바퀴는 좀 버거울 수 있다. 반면 주말에는 자유수영 시간을 1시간 반에서 1시간 50분 정도로 주는 곳도 많은데 이때는 물놀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유를 갖고 수영했을 때 1km는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체력 소모 극심한 고강도 운동… 20분 후엔 ‘수다 타임’
수영은 체력 소모가 극심한 고강도 운동이다. 바꿔 말하면 운동과 상관없는 삶을 살아오던 사람이 갑자기 수영을 시작한다 해도 장시간 높은 속도로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영장에서는 20분 정도 수영을 시도하다가 수영장 레인에서 반상회 수다를 떨거나 쉬고만 있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차라리 이렇게 물속에서 있기만 할 거라면 밖에 나가서 걷기나 달리기 운동을 하는 게 지속성 면에서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피트니스 트레이너는 “만일 수영을 해보고 싶은데 자유형도 익히지 못했다면 수영 강습반에 참석하는 것이 필수”라며 “여러 사람이 함께 운동하고 강사가 자세를 교정해주는 강습반에 참석하는 것이 운동효과가 훨씬 높다”고 조언했다. “강사를 잘 만나면 쉴 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바른 자세가 관건… 잘못하면 두통까지
가장 위험한 것은 운동량을 늘리고 빨리빨리 가겠다고 전투적으로 수영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빨리 지치고 오래 못한다. 정확한 자세로 길게 길게 천천히 수영을 해야 오래할 수 있고 금방 지치지 않는다. 운동효과도 크다. 잘못된 자세로 수영을 하면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 특히 잘못된 자유형(Freestyle) 자세를 갖게 되면 습관적으로 코에 물이 들어가서 두통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럴 때는 강사로부터 자세를 교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계속하면 습관적으로 물이 들어와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수영이 혐오스러워질 수도 있다.
진입장벽 높고 지속성도 문제
수영은 다른 운동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수영장 등 제한적인 장소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회식이나 야근, 경조사, 친구 만남 등 바쁜 일이 있으면 하루하루 빠지게 된다. 문제는 하루 빠지면 다음 날에도 가기 싫다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또 한 달이라도 배워야 수영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운동 목적으로 수영을 하려면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돈도 든다. 또 오직 ‘수영복’만을 입고 운동해야 하기 때문에 몸매를 전혀 가릴 수 없어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수영을 시작하는 사람들 중 이런 것에 예민한 경우에는 진입장벽이 좀 있다. 물에서 하는 운동 특성상 일상생활을 할 때처럼 자신을 꾸밀 수 없기 때문이다.
운동 시간대도 중요… 출근 전 수영은 ‘비추’
수영으로 다이어트 및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한 가지 중요한 것이 더 남아 있다. 바로 수영을 하루 일과의 어느 시간대에 배치할지의 문제다. 수영이 특히 이 문제에 있어서 까다로운 이유 중 하나는 특유의 불완전연소 때문이다. 러닝(Running) 등 다른 유산소 운동에서도 불완전연소는 일어나며 이로 인한 EPOC 효과가 나타나 운동 이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체온이 다소 높게 유지되지만, 수영은 특히 이 체온이 올라가는 정도나 높게 유지되는 기간이 길다.
운동을 정말 제대로 했다면 운동 후 30분~1시간 정도는 아무리 냉탕에서 몸을 담그고 있어도 체온이 높게 유지되며 땀이 주르륵 흐를 것이다. 때문에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직전, 특히 직장에 출근하기 직전 수영을 하는 것은 다시 한번 고려를 해볼 필요가 있다. 사무실에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출근해 오전 일과 시간 내내 땀만 뻘뻘 흘려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수영을 하루 일과에 넣을 때에는 보통 일과가 마무리되는 저녁~야간에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관절 질환자에게는 ‘신이 내린 운동’
반면 관절염이나 허리 디스크(Disc), 고도비만 환자에게는 수영이 최적의 운동으로 꼽힌다. 고도비만, 관절염 등 걷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경우에도 수영은 탁월한 선택지가 된다.
달리기나 크로스핏(CrossFit) 등은 일반인들에게는 좋은 운동이지만 BMI 30 이상인 사람이 하게 되면 무릎, 발목 연골이 남아나지 않으므로 그 효과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권하기 힘든 운동인데, 물속에서는 관절에 큰 무리가 안 가기 때문에 굳이 수영을 하지 않더라도 물속에서 걷기라든가 물속에서 에어로빅(Aerobic) 등 다양한 운동을 선택할 수 있다.
관절이나 허리가 안 좋은 경우에도 수영만큼 적절한 운동이 없다. 물속에서 운동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관절이나 뼈에 부담이 일반적인 운동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적으면서 운동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젊은 환자에게는 의사가 어지간하면 수영을 강권한다.
허리 디스크 환자의 경우 몇 달간 수영한 뒤 드라마틱하게 통증이 감소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완전히 낫는 것은 절대 없지만 코어에 근육이 붙고 몸을 눕히거나 엎드리는 운동을 하게 되므로 1년 정도 꾸준히 하면 상당한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다. 단 평영(Breaststroke)이나 접영(Butterfly)은 허리에 부담이 가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이렇듯 유산소 운동인데다가 관절에 문제가 있어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 등의 성인병 환자에게도 좋은 운동으로 추천할 만하다.
폐활량 부족해도 OK… 호흡법이 관건
폐활량 문제로 조금만 달리기를 해도 헥헥대는 사람에게도 수영이 의외로 괜찮을 수 있다. 25m 수영하고 쉬고 또 수영하고 하는 식으로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초중급 단계에서 숨이 차는 것은 폐활량 문제라기보다 호흡법 문제다. 호흡법 일명 “음~파~”는 수영 첫 시간에 배우지만 능숙해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거의 모든 경우의 호흡 문제는 들이마신 숨보다 뱉는 숨이 적어서 쉽게 지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근육 발달은 한계 있어… 웨이트 병행이 정답
수영만 하고 근력운동을 전혀 하지 않더라도 골격근량을 상당수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수중 저항이 늘어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체지방 감량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빠른 근육 강화를 목적으로 수영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 일정 수준까지는 금방 자라지만 그 이상 키우기는 매우 힘들다. 큰 근육을 갖고 싶다면 수영을 하기보다는 무게 조절이 쉬운 바벨(Barbell) 덤벨(Dumbbell) 운동이 훨씬 낫다.
흔히 수영을 하면 누구나 수영 선수처럼 멋진 몸을 가질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일단 어느 운동이든지 마찬가지지만, 수영도 잘하려면 기술 이전에 신체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어야 한다. 전문 수영 선수의 잔근육 조각 몸매는 수영을 통한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gh-Intensity Interval Training)에 수영을 위해 필요한 넓은등근 등의 근육 강화를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즉, 단순히 수영을 잘하는 것만으로 반드시 넓은 어깨와 탄탄한 근육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수영을 할 때 활성화되는 근육 부위를 보면 특히 넓은등근을 비롯한 상체 후면 발달에 굉장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멋진 몸’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인 복부와 하부 대흉근, 하체 상당 부분의 근육은 수영으로 활성화시킬 수 없다.
미형의 육체는 단순히 등만 넓어지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신체 근육이 균형적으로 발달해야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수영만 해서는 아주 보기 좋은 몸이 되기는 힘든 것이다. 그러니 보기 좋은 몸을 만들려면 웨이트나 최소한 맨몸 근력 운동을 병행해가면서 수영을 해야 한다.
헬스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대안’
다이어트를 한다면 헬스부터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꼭 헬스로 살을 빼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헬스해야겠다 그런데 재미없어서 가기 싫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수영이 좋은 대체재가 될 수 있다. 프로 선수처럼 기록 향상을 노리고 전투하듯 할 필요는 없다. 원래부터 물놀이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경우 수영은 탁월한 선택이 된다. 누구나 좋아하는 것은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수영은 분명 효과적인 다이어트 운동이지만, 충분한 운동량과 식단 관리, 그리고 높은 진입장벽을 넘어설 의지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덜 먹고, 빡세게 수영하면” 살은 분명 빠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