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이 MLS에 간 손흥민의 이야기가 축구계의 화두가 되었지요.
축구의 본가 영국의 프리미엄 리그 토트넘에서 10년 동안 최고의 선수 한명으로 활약하다가, 나이가 30대가 되자 구단에서도 그렇고 영국의 언론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이제는 퇴물이라며 내친 쏘니가 이적을 택한 곳은 의외로 축구에서는 변방인 미국의 MLS LAFC였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인 그동안 미국의 MLS는 유명 선수들의 은퇴 라인이었습니다. MLS는 한때 유럽의 5개 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 선수 생활을 접을 시기가 되면 마지막 은퇴를 앞두고 자신의 명성을 이용하여 축구의 부흥을 기대하는 미국에서 적잖은 돈을 받고 봉사하는 자세로 뛰다가 결국 은퇴하는 루트로 알려져 있던 리그였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그런 리그로 이적하는 손흥민을 좀 애처롭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상황이 역전됩니다.
손흥민의 미국 이적은 신의 한수였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시키고 다시 한번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는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그는 스스로 증명합니다.
현재 미국의 MLS 리그 상황을 보면 리그 흥행 여부를 결정하는 변곡점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베컴부터 시작된 유명 선수 영입은 메시를 영입함으로써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었지만, 정작 미국내에서의 흥행은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내년 북중미에서 열리는 월드컵의 성공 역시 내국인의 호응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니, 지금은 무엇보다 미국내의 축구 흥행을 이끌 요인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때 손흥민이 등장합니다.
늘 성실한 태도와 겸손한 미소를 장착하고, 아시안으로 세계 최고의 축구 재능과 기량을 증명하며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수천만의 애착 팬을 가진 쏘니가 그의 특유의 행복한 미소와 함께 미국에 입성합니다. 더구나 그 곳은 한국 밖에서 최대의 한인 커뮤니티를 지닌 LA입니다.
한순간 그에게 모든 눈길이 모여집니다. 여기까지가 손흥민의 절묘한 선택입니다. 하지만 선택은 좋아도 진행이 서투르면 애써 모은 관심도 사라집니다.
그런데, 쏘니의 행보가 가져오는 진행은 더욱 흥미롭습니다.
비자가 나오자 마자 참가한 게임에서 페널티 킥을 얻어 팀의 패배를 구하는 것으로 시작된 그의 활약은 점진적으로 한걸음씩 나아갑니다. 그 다음 경기에서는 완벽한 어시스트로 팀의 승리를 가져오며 홈 구장 데뷔전의 관심을 최대한으로 끌어 모으더니, 홈구장 데뷔 경기에서는 멋진 프리킥 골을 팬들에게 선사하며 함성을 유도합니다.
일이 되려면 개도 짖지 않는다더니, 그 다음 행보 역시 말이 안 됩니다. 하필이면 한국 국대팀의 친선경기가 미국에서 열립니다. 그것도 미국의 상대로. 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소설도 이리 쓰면 작위적이라 할만한 스토리가 쏘니를 중심으로 일어납니다.
그리고 쏘니는 이 국대 경기에서 가득이나 호기심이 가득한 눈길을 보내는 미국인에게 이번에는 멋진 필드 골과 어시스트를 선보이며 탄성을 안깁니다. 비록 그로 인해 미국이 패배했지만 그가 자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라는 점에서 미국인들은 위로를 받습니다. 그가 세계적인 선수라는 것을 재 확인하고 또한 그의 기량이 아직 전성기 못지 않게 출중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33년전 한국의 강원도 구석 작은 도시 춘천에서 태어난 소년이 축구공 하나로 아시아와 유럽을 주름잡더니 이제는 새로운 대륙 북중미에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미국인의 마음은 묘하게 심란합니다. 지금까지 미국인들은 묘한 자부심으로 축구와 대척하고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축구를 변방으로 밀어낸 자국의 자부심을 잃고 싶지 않은 심정으로 축구의 인기를 애써 외면해 왔는데, 이제 쏘니의 등장으로 인해, 그의 행복한 미소와 뛰어난 활약, 그리고 그로 인한 한국계 멕시코계 미국인의 열광을 보며, 그동안 축구를 거부하던 그 단단한 마음의 고리가 풀어지려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잘하는 선수들이 미국으로 오고, 점차 환호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이제는 자신도 슬며시 빗장을 풀어놔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함께 저 행복한 미소에 환호하는 저들과 동참하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는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 국민에게 늘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하던 쏘니가 지금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인은 물론, 단단한 마음의 철옹성으로 축구를 거부하던 미국인의 마음마저 움직이고 있으니 앞으로 그의 행보가 가져오는 영향력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삶의 흔적이 이 정도면 충분히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런 그를 보면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가 한 일은 무엇인가요?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또 즐겼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물론 타고난 바른 인성이 한몫을 했지요.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하고 전력을 하다는 것, 이것에 삶을 충실하게 만들어 줍니다.
집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행위의 목적에 충실하다는 얘기입니다.
슛을 할 때 공을 잘 찰 생각을 하지, 이 공이 안 들어가면 망신이다 하는 결과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제사를 올릴 때, 제사의 형식이 아니라 조상의 은덕을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마음이 집중이고, 기도를 드릴 때, 잘 준비된 기도문이 아니라, 진실로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충실한 마음입니다. 모든 행위의 외형이 아니라 본질적 목적을 이루는데 최선을 하는 것이 집중입니다. 그리고 결과는 집중 여부에 기인합니다.
우리 모두 이런 삶의 태도로 자신의 일을 집중하고 즐길 수 있다면, 비록 쏘니와 같이 모두가 기억하는 웅장한 스토리는 아니라도, 적어도 자신만의 인생의 서사를 써 내려가는 삶을 살아가리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