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마블과 DC라는 출판사가 쌍끌이한 영웅의 시대는 지난했던 과거 코믹스(Comics)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관을 가진 역동적인 영웅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빠르게 과포화 상태에 달한 그들의 세계에는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만큼 많은 영웅들과 그 보다 더 기억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세계관을 화려한 영상기술과 자본을 힘입어 구축하고 쉴 새 없이 …
Read More »백돌이의 설 명절
설 휴무가 되었음에도 어디도 갈 수가 없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세도 꺾이지 않았고 백신이 나왔어도 불안감은 여전했습니다. 베트남은 그나마 몇 안 되는 방역 성공국가였지만 최근 불거진 확산사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호찌민에서 방콕 생활을 해야 하는 설 연휴가 되었습니다. 저만 그랬던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창졸지간에 가족과 떨어져 독거인(獨居人) 신세가 된 사람들은 물론 …
Read More »나이가 들어갑니다
어김없이 한 살을 먹습니다. 설날에 떡국 먹기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꼬박꼬박 나이를 먹습니다. 이제는 설날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해마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 걱정이 이해되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무언지 알게 되면서 부터인듯 싶습니다. 그런데 세월은 이런 마음을 헤아릴 생각이 없나 봅니다. 싫다는 데도 나이 한 사발 듬뿍 먹여 놓고는 무심하게 저만치 달려 …
Read More »베트남의 도시 이미지
베트남에 있어서 사이공의 역사는 17세기 말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 이전에는 크메르에 속한 항구도시였습니다. 사이공이라는 이름도 1862년 프랑스에 의해 채택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원이 분명치 않은 이 이름은 훨씬 이전부터 사용되어 왔습니다. 베트남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역사와 문화의 중심은 하노이입니다. 하노이에 비하면 사이공의 역사는 꽤나 짧습니다. 베트남인들이 사이공을 본격적으로 개척한 것은 …
Read More »회장님, 총무님!
매년 말, 초가 되면 송년회다, 신년회다 부산합니다. 한해를 결산하고 모임의 의의를 되새기며 구성원들 사이에 격려와 수고에 화답하는 자리를 갖습니다. 이때 중요한 행사의 하나가 모임의 회장을 정하고 총무를 선출하는 일입니다. 모임의 규모에 따라 부회장이나 회계, 서기를 두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모임이든지 이 두 직책이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베트남의 교민사회에도 많은 …
Read More »그루터기의 기도
올해 초 중국의 우한에서 이 일의 발생이 처음 알려졌을 때 이런 정도로까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팬데믹이 선언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도 설마, 설마 했습니다. 한국의 방역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하고 우리의 입국을 통제한 나라들을 비난하며 진단키트의 수출에 대해 선별하자는 얘기가 나올 때도 자못 으쓱거리며 잠시의 바람인 줄 알았습니다. 백신개발 …
Read More »가는 사람 남는 사람
오래된 일입니다. 그는 한국에서 진출한 유명 금융투자사의 임원이었습니다. 저보다 두어 달 늦게 베트남에 입국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가 처음 우리 사무실을 방문했던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는 의욕이 넘쳐 있었고 그 의욕을 뒷받침할 능력과 배경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난 사람’ 이었습니다. 그가 본사의 명령을 받고 귀임했던 때가 2014년입니다. 떠나기 전 …
Read More »비밀의 숲
글을 시작하려고 하니 드라마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참 재미있었습니다. 얼마전에 종영한 미니드라마 ‘비밀의 숲 2’ 이야기입니다. 이 미니드라마를 볼 때마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많이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나리오를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시나리오는 위험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의도가 반영되어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내용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
Read More »비의 소리
비는 소리와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때는 ‘토닥토닥’ 두드리는 모양으로, 어느 때는 ‘쏴아 쏴아’ 큰 소리로 내립니다. 대기와 만나고 사물과 만나고 그리고 마침내 땅과 만나 먼저 도달한 동료들과 기쁜 해후를 할 때, 그들은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함께 모여 모양을 만듭니다. 어느 때는 ‘졸졸’ 하며 섬세하고 리드미컬한 음률로 시작하지만 때로는 전장에 …
Read More »한글축제
한글축제? 우리의 한글, 세상의 큰 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글의 날 기념식 표어이냐고요? 땡! 아닙니다. 지난 10월 10일 호찌민 인문사회과학대학교에서 열린 축제의 제목과 금년의 주제 표어입니다. 호찌민시에서는 매년 10월 한글의 날 기념 축제를 열고 남부지역 한국(어)학과 학생들이 모여 연합으로 축하 행사를 갖습니다. 이 행사는 2012년에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올해로 9회째가 됩니다. 1회 …
Read More »나 그 네 길
코로나바이러스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발동되었다가 지금은 2단계로 조정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사실 2.5단계가 뭔지 2단계가 뭔지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 하나는 베트남에서 올 초에 겪었던 상황보다는 그래도 나은 것이다 싶습니다. 그때 기억을 되살려 보면 병원과 약국, 그리고 마트를 제외한 식당이나 상점, 대중시설들은 모두 문을 닫는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대중교통도 멈췄고 …
Read More »요단강
‘요단강을 건넌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개신교 기독교인들이 부르는 찬송가에 많이 언급되는데 천국에 가서 만나자는 의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독교인들에게도 요단강은 죽음을 건너는 강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약속된 복된 땅에 들어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표현입니다. 요단강은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국경을 이루는 강입니다. 요르단(Jordan)이라는 국가명이 요단강, 곧 요르단강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요단강은 …
Read More »성실이 재능을앞선다?
성실이 재능을 앞선다? 성실한 노력이 재주 있는 것을 이긴다는 얘기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뚜벅뚜벅 성실하게 걸어가는 것이 우세할까요, 아니면 재능에 기대는 것이 나을까요? 분명 여러분을 이렇게 되물을 겁니다.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질문이 어디 있어? 실은 그 대답이 정답입니다. 재능이 덜해도 성실함으로 자기 앞 길을 개척하는 …
Read More »이러다가
2020년, 숫자도 멋있게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예년과 달리 올해의 뗏은 집에 머물면서 새롭게 준비해 보리라 마음먹고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는데 우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나마 뗏 기간 중 어디도 다녀오지 않은 터라 험했던 1차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여권 출입국 내용 보여 달라는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 있게 내어 보일 수 있었다는 …
Read More »사랑 한다고
말할 수 있는 하루 아무리 다른 나라들이 난리 중에 있어도 베트남은 역내에서 만큼은 정상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낭에서 COVID-19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다시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과의 출입이 보다 용이해지리라는 실낱 같던 기대도 다시 접어야 하는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 해외에서의 입국자를 원천 통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 불편함이 …
Read More »또 다른 폭력
황망한 뉴스를 접했습니다. 바로 지난 424호 짜오칼럼 원고를 편집부로 전하고 난 그날 저녁의 일입니다. 처음엔 동명이인인 줄 알았습니다. 아니면 오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고(故) 박원순 시장의 자살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뉴스에는 박원순 실종과 뒤이어 같은 이름으로 성추행 혐의 고소 사건의 기사 제목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습니다. 예, 제가 알던 그 사람이 맞았습니다. 기사를 …
Read More »차카게 살자
‘바른 저울을 가지고 사는 것’ 무게를 속이지 않고 거래하는 것, 다른 이와의 관계에 있어 옳다고 하는 일을 말하고 행하는 것이 착하게 사는 것 아닐까 A사의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책임자인 B팀장과 전체 팀이 함께 인사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한국인들이 만나면 으레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신상조사 같은 거지요. 고향은 어디인지, 출신학교는 어디인지, …
Read More »생활이 달라지다
우리가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시대에 이처럼 많은 변화를 단기간에 일으킨 것은 COVID-19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활에 충격이 되었던 부분에 있어서는 외환위기 때가 떠오릅니다만 이는 대한민국의 사회 경제구조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권에 제한된 문제였고 사람들의 실제 생활을 구조적으로 바꾼 것은 아니니 이에 비교할 바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마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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