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e Out – Saigon Kitchen (Hotel Des Arts Saigon)

지난 6월 24일 오후 1시, 호찌민시 중심가 호텔데자르 사이공 (Hôtel des Arts Saigon) 2층에서 펼쳐진 ‘코리안 스파이시스(Korean Spices)’는 단순한 한식 이벤트를 넘어선 미식 체험이었다. 3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서울 나루호텔 엠갤러리 (Naru Hotel M Gallery)의 문정석 셰프가 직접 선보이는 정통 한식의 정수를 담아냈다.

한식의 국제화, 그 섬세한 균형점

호텔 다이닝에서 한식을 선보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니다. 강렬한 마늘 향과 발효식품 특유의 깊은 향을 현지 입맛에 맞게 조절하면서도 한식 고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아야 하는 섬세한 균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정석 셰프팀이 선보인 메뉴들은 이러한 딜레마를 훌륭히 해결해냈다. 각 요리는 한국적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호텔 다이닝의 품격에 걸맞는 절제된 풍미로 완성되었다.

시그니처 디시 분석

꼬막비빔밥 ★★★★★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던 꼬막비빔밥은 베트남산 꼬막의 쫄깃한 식감과 소라의 단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고추장 베이스의 양념은 현지 입맛을 고려해 매운맛을 적절히 조절했으면서도 한국적 감칠맛을 충분히 살려냈다. 계절감을 고려한 여름 메뉴로서의 완성도도 뛰어났다.

갈매기살 구이 ★★★★☆
마포 지역의 대표 요리를 재해석한 갈매기살 구이는 문 셰프의 내공이 돋보이는 메뉴였다. 간장 베이스 양념의 깊은 맛과 적절한 굽기 정도가 조화를 이뤄 입안에서 풍성한 육즙의 교향곡을 연주했다. 다만 현지 고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부위일 수 있어 설명이 필요해 보였다.

전복죽 & 도가니탕 ★★★★☆
정성이 담긴 전복죽과 진한 사골 육수의 도가니탕은 한식의 깊이를 보여주는 메뉴들이었다. 특히 도가니탕의 경우 콜라겐이 풍부한 깔끔한 국물맛이 현지 고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서비스 & 분위기

100석 규모의 사이공 키친은 이날 오픈런을 방불케 하는 인파로 가득했다. 1인당 80만 동이라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유료 고객들로 채워진 것은 베트남 내 한식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다만 예상보다 많은 인파로 인해 서빙에 다소 지연이 있었고, 일부 메뉴의 보충이 늦어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뷔페 형태의 특성상 개별 테이블 서비스보다는 셀프 서비스가 주를 이뤘지만, 직원들의 친절한 안내는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총평: 한식 세계화의 성공적 모델

호텔데자르 사이공(Hôtel des Arts Saigon)의 ‘코리안 스파이시스(Korean Spices)’는 한식의 국제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의미 있는 행사였다. 현지화와 정통성 사이의 절묘한 균형, 호텔 다이닝 수준의 플레이팅과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요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메뉴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K-컬처의 확산과 함께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런 수준 높은 한식 이벤트는 단순한 음식 소개를 넘어선 문화 외교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에 준비하신 메뉴들을 소개해 주세요.
꼬막비빔밥을 메인으로 준비했습니다. 여름 제철 재료로 생각해서 조합해 만들어봤어요. 김치는 네 종류가 있는데, 두 종류는 숙성 시간이 오래 필요해서 만들 수 없었고, 두 가지는 저희가 직접 홈메이드로 만들었습니다. 내일은 파김치, 전라도 김치로 또 바뀔 예정이고요. 물회도 준비해놨고, 갈비탕도 있습니다. 갈비살과 도가니살로 사골 육수를 끓여서 만들었어요.

이번 행사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진행되나요?
6월 9일부터 시작해서 29일까지 합니다. 약 20일간 진행되는 행사입니다.

베트남 셰프들과 함께 일해보니 어떠세요?
베트남 셰프들과 같이 일해보니 확실히 그들만의 스타일이 있더라고요. 향신료 사용법이 다르고, 저희 식으로 트레이닝을 해도 이들의 스타일에 맞게 음식을 내더라고요. 그런 차이를 많이 느꼈습니다. 예전에는 한국식 고시래밥을 내놔도 베트남 방식으로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래도 잘 조율해서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나루호텔에서 일하게 되셨나요?
요리한 지 18년 됐고요, 특1급 호텔에서 근무하다가 나루호텔이 오픈한다고 해서 추천받아서 오게 됐어요. 전공은 원래 양식이고, 나루호텔 오픈했을 때 프렌치 음식 책임자로 있다가 지금은 한식 쪽도 하고 있습니다.

왜 한국 음식 위크를 하게 됐나요?
여기는 작년에 소피텔에서도 진행한 걸로 알고 있거든요. 올해는 다른 호텔을 찾다 보니 저희한테 의뢰를 한 것 같고, 저희 레스토랑도 프로모션을 하고 싶어서 우리 음식을 알려주고 싶다고 해서 콜라보로 행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재료 수급에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재료 수급이 가장 어려웠어요. 향신료나 조미료들이 베트남과 차이가 많이 나거든요. 예를 들어 고춧가루 같은 경우, 한국에서 자료를 만들어서 보내도 베트남에서는 베트남식 칠리로 준비해놔서 너무 매워지는 경우가 있었어요. 새우젓도 마찬가지로 베트남에는 피시소스가 있지만 재료가 바뀌면 맛이 아예 달라지니까 우려가 많았습니다. 물회도 신선도가 떨어질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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