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81 지하에 숨겨진 보석
호찌민시의 스카이라인을 장식하는 빈홈센트럴 파크의 랜드마크 81. 81층 높이의 이 마천루는 베트남 경제 발전의 상징이자 현대적인 쇼핑과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으면서, 동시에 호찌민을 대표하는 미식의 전장중 하나다.
미식의 전당인 이곳 지하 1층 구석진 자리에 마치 보물찾기처럼 숨어있는 작은 일본 스시 전문점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한산한 시간, 조용한 발견
나카지마 스이산(Nakajima Suisan)이라는 이름의 이 곳은 일본 수산회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매장으로, 겉보기엔 일본 슈퍼마켓의 스시코너처럼 보이지만 스시가 진열되어 있는 냉동코너 뒤에는 진짜 일본의 향기가 물씬 풍겨오는 작은 식당이 위치해 있다.
9월 15일 월요일 오후 3시경, 점심 러시가 끝나고 저녁 시간이 오기 전 그 애매한 시간대를 노려 방문했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쇼핑몰 전체가 한산했고, 식당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하 1층 푸드코트 끝자락에 위치한 나카지마 스이산 앞을 지나치기 쉬웠을 것이다. 간판도 그리 크지 않고, 다른 화려한 레스토랑들 사이에서 소박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게 앞 디스플레이 냉장고에 진열된 신선한 사시미와 스시들을 보는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 연어의 선명한 주홍빛, 참치의 깊은 적색, 그리고 반투명한 오징어의 윤기까지. 마치 일본 츠키지 시장에서 갓 공수해온 듯한 신선함이 유리창 너머로도 느껴졌다.
매장 내부는 정말 아담했다. 카운터석 6개와 2인용 테이블 3개가 전부인 작은 공간이었지만, 일본식 미니멀 디자인이 깔끔하게 적용되어 있었다. 밝은 조명 아래 원목 카운터와 화이트 톤의 벽면, 그리고 한쪽 벽에 걸린 일본 전통 등롱이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첫인상을 뒤바꾼 놀라운 퀄리티
메뉴판을 받아든 순간 예상했던 대로였다. 베트남 현지 물가를 고려하면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대였다. 스시 세트가 99,000동부터 시작해서 단품 스시도 개당 25,000-40,000동 선이었다. 로컬 베트남 식당에서 한 끼를 30,000-50,000동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 부담스러운 수준이지만 첫 번째 스시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그 모든 의구심과 가격에 대한 부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것은 분명 베트남에서 먹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통 일본의 맛이었다.
연어 스시의 완벽함: 연어 한 점을 집어 올리는 순간부터 다른 곳과의 차이를 느꼈다. 적당한 두께로 썬 연어는 기름기가 골고루 배어있으면서도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입 안에 넣으면 부드럽게 녹아내리면서 바다의 짠맛과 단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무엇보다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는데, 이는 신선도 관리가 얼마나 철저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밑에 깔린 샤리(초밥용 밥) 역시 일본 현지와 동일한 온도와 식감을 유지하고 있어 놀라웠다.
칠레산 농어의 섬세함: 메뉴에서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칠레산 농어 구이도 빼놓을 수 없다.
두툼하게 썬 농어를 간장 베이스 소스에 살짝 재워 구워낸 이 요리는 생선 본연의 담백함과 조리법의 섬세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겉면은 살짝 캐러멜라이즈되어 고소함을 더했고, 속살은 촉촉하면서도 탄력 있는 식감을 유지했다.
음식의 맛 외에도 세심한 부분에서 일본식 서비스의 정수를 엿볼 수 있었다. 스시 하나하나가 정확히 같은 크기로 만들어져 있었고, 와사비의 양도 적당했다. 간장 역시 일본에서 직수입한 것으로 보이는 진한 색과 깊은 맛을 자랑했다. 심지어 스시와 함께 나오는 핑크 생강(가리)까지도 시판용이 아닌 직접 절인 것으로 보였다.
베트남에서 만나는 일본의 정통성
나카지마 스이산의 가장 큰 매력은 현지화를 거부한 ‘고집’에 있다. 많은 일본 레스토랑들이 베트남 현지 입맛에 맞춰 단맛을 강화하거나 향신료를 추가하는 것과 달리, 이곳은 철저히 일본 본토의 맛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메뉴판에도 일본어가 병기되어 있고, 일본인 고객들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이러한 정통성은 식재료 조달에서부터 시작된다. 주요 생선들은 일본에서 직수입하거나 일본 기준에 맞는 엄격한 선별 과정을 거친 것들만 사용한다고 한다. 특히 냉장 보관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는데, 각 생선마다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별도의 냉장고를 운영하고 있었다.
아쉬운 서비스의 그림자
하지만 완벽한 경험이라고 하기엔 분명한 아쉬움이 있었다. 바로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였다. 음식의 퀄리티가 일본 본토 수준이라면, 서비스 역시 그에 걸맞은 수준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주문을 받는 과정에서부터 어딘지 모르게 의욕 부족이 느껴졌다. 메뉴 추천을 요청해도 형식적인 답변에 그쳤고,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어도 적극적으로 응해주지 않았다. 특히 카운터에서 일하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 직원의 경우, 고객 응대에 있어서 상당히 무성의한 모습을 보였다.
인사를 해도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왔고, 추가 주문을 할 때도 마치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계산을 할 때도 기계적으로 처리할 뿐 고객과의 소통은 최소한에 그쳤다. 이는 일본 특유의 정중하고 세심한 서비스 문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더욱 아쉬웠던 것은 직원들 간의 소통도 원활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문 전달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는데도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런 부분들이 전체적인 식사 경험에 아쉬움을 남겼다.
서비스가 아쉽지만, 일본의 맛이 그립다면 이곳으로
나카지마 스이산은 서비스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서 진짜 일본의 맛을 찾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다. 특히 일본 거주 경험이 있거나 정통 일본 스시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 될 것이다.
다만 서비스 개선은 시급한 과제다. 음식의 퀄리티가 이 정도라면 서비스도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특히 직원 교육과 고객 응대 매뉴얼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이 부분만 해결된다면 호찌민시 최고의 일본 레스토랑으로 자리잡을 잠재력이 충분하다.
개인적으로는 서비스 문제에도 불구하고 재방문 의사가 100%다. 이 정도 퀄리티의 일본 음식을 베트남에서 맛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다음에는 직원들의 태도가 조금이라도 개선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추천 메뉴: 연어 스시, 참치 스시, 장어덮밥, 칠레산 농어 구이 평균 식사비용: 1인당 20-30만동 재방문 의사: 적극 추천 (서비스 개선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