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골프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각자의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이유와는 관계없이 골프를 시작하기 위하여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어떤 조건이 필요할 까요?
첫째, 함께 골프를 즐길 친구가 필요합니다. 아마도 모든 골프 입문자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다 친구나 지인의 권유로 시작했을 겁니다. 자기 스스로 나는 골프를 쳐야겠다며 골프장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사고지요. 골프는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기에 반드시 동반자가 될 친구가 먼저 등장합니다. 친구가 골프라이프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두번째, 시간이 충분해야 합니다. 골프는 아마도 운동 중에서도 가장 예민한 운동이라 훈련시간에 비해 발전 속도가 가장 더딘 운동입니다. 가성비가 떨어지는 운동이지요. 그러다 보니 적어도 몇 개월의 훈련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렵사리 연습을 마치고 필드에 나갈 정도가 되면 그때부터는 더욱 여유로운 시간이 필요합니다. 골프 라운드가 잡히면 그날은 다른 일정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라운드가 있는 날에는 하루 종일 골프에 종속되는 구조가 바로 골프 라이프의 특징입니다. 그러니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골프에 헌납해도 생활에 이상이 없을 정도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요구되는 것이 골프입니다. 현실적으로 일에 쫓겨 다니는 젊은 사람에게는 매칭이 어려운 운동입니다.
세번째는 돈입니다. 아마도 골프는 취미로 할 수 있는 운동 중에 가장 비싼 운동일 겁니다. 입문부터 돈이 들어갑니다. 한 시간에 2만원 꼴을 지불해야 하는 연습장 비용부터 레슨비, 장비, 의상, 용품 구입비를 따지면 이미 시작 전에 500만원은 족히 들어갑니다.
그것뿐일까요? 정작 시작하고 나면 더욱 경제적인 여유를 요구합니다. 필드에 한번 나가면 한국의 경우 최소 30만원은 들어갑니다.
일주일에 한번은 필드를 나가야 그나마 자신의 기량이 유지되는데, 그렇게 하려면 한달에 기본 경비만 백만원 이상이 소요되고 그 외 잡비까지 따지면 기백만원이 골프로 인해 소비됩니다. 그야말로 돈으로 굴러가는 운동이 골프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세가지 요소, 친구, 시간, 돈이 준비되어야 골프가 시작됩니다. 그러니 골프를 시작한 사람은 일단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누리고 있는 행운아라고 봐도 크게 어긋남은 없습니다.
이렇게 어렵사리 시작한 골프는 어떻게 종말을 고할까요?
요즘 골프장이 한가해졌다고 하더군요. 한국도 그렇지만, 의외로 베트남 골프장 역시 한가해집니다. 베트남의 경제 성장률이 7%를 능가하는 입장이니 여건상 골프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대중화를 이루기에는 현실적인 갭이 너무 큽니다. 한마디로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베트남 골프의 성장이 한계를 갖는 것은 대중화하기에는 너무 거리가 있는 비용 때문입니다.
베트남 골프장 이용료는 동남아시아에서는 물론이고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비싼 축에 속합니다. 이 비싼 요금은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조차 부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베트남에서 한국보다는 훨씬 싼 요금에 가볍게 시작한 골프지만, 이제는 점차 부담이 되는 상황입니다. 골프장에 한국인 비중이 점차 줄어듭니다. 베트남 골프인구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던 한국인의 감소는 골프장 영업에 직격탄이 됩니다.
그동안 골프는 베트남 교민사회의 가장 대중적인 운동이었습니다. 어떤 모임이든 간에 모임의 중심은 골프 대회가 되고, 모임 내부에 또 다른 골프 모임이 있을 정도였고, 하다못해 모든 교민단체의 주요한 연례 행사가 골프대회일 정도이니 교민사회에서 골프가 차지하는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막강한 자리를 차지하던 골프의 위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어느 골프대회나 참가비만 120-150불 정도가 소요되는데, 특별한 연이 없다면, 한달 반찬 값에 해당하는 돈을 내고 선뜻 신청하겠습니까?
한국의 경우, 50대 한국 남성의 19%가 골프를 치면서 골프인구의 정점을 찍고나서 점차 줄어듭니다. 60대가 되면 12% 로 줄고 70대가 되면 6%로 급전직하 된다고 합니다.
베트남 한국 교민의 경우, 통계가 없으니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느낌을 말한다면 50대 교민의 40%는 골프는 치는 듯하고, 60대가 되면 20% 정도로 떨어지고, 70대가 되면 거의 자취를 감추는 듯합니다. 아마도 앞으로는 더욱 달라질 것입니다. 상주 인구의 연령이 젊어지면서 나이든 골퍼들의 자리는 더욱 미비해지겠지요.
그도 그럴 것이, 나이가 들어서 골프를 지속하려면 이전에 골프에 필요한 세가지 요소 중에 하나가 더 추가됩니다. 건강입니다. 골프는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진입장벽도 높지만 유지관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가지 요소라도 빠지게 되면 골프 라이프를 접어야 합니다.
동연배 골퍼들은 이미 자취를 감춥니다. 골프의 기본 요소 하나가 이미 사라진 입장에 새로운 요소로 등장한 건강은 아차 하는 순간 모든 것을 앗아갈 요량으로 빤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나마 남은 두가지 요소, 돈과 건강이 균형을 잃는 순간 우리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해야 합니다.
야자수 늘어진 푸른 잔디를 밟으며 정겨운 친구들과 흰 공을 날리며 인생을 논하던 낭만은 더 이상 내 몫이 아닌 게 됩니다. 결국 그동안 정성을 다해 관리하던 골프채를 어두운 골방 한구석으로 밀어 놓으며 골프 라이프의 종말을 고할 것입니다.
마치 우리 인생이 그렇게 사라지듯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