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무려 30년을 살다 보니 베트남 발전의 역사를 지켜본 셈입니다.
30년전 공항은 한국의 지방 도시 버스 정류장 정도로 아담한 규모였지요. 그 당시 막 도이머이 정책이 시작되고 외국인들의 진입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생전에 무슨 연이 있었는지 그때부터 베트남과의 길고 질긴 관계가 시작되었습니다.
도이머이 정책이 시작되었지만 그 후로 한 10여년 동안은 눈에 보이는 발전을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국가적으로 가지고 있는 여건이 너무 좋은데 홍보가 안되었는지 발전은 더디 이루어 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베트남의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2003년 12월 제 22회 아세안 게임( Sea game) 이 호찌민에서 열리면서 부터 입니다. 그때부터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발전을 시작합니다. 마치 1988년 서울 올림픽 게임이 시작되면서 서울의 모습이 달라진 것 과같이 말입니다.
한 나라의 발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회 인프라의 모습입니다. 베트남 역시 Seagame을 준비하면서 도로가 정비되고 전기 수급이 원활해졌습니다. 거리의 늘어선 건물들이 단장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기도 합니다. 도로에는 자전거 대신 오토바이가 주를 이루고 자동차 역시 늘어갑니다. 이곳 저곳에서 공사판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그 진행 속도는 결코 빠르지 않습니다. 기계 대신 수작업에 의존한 탓입니다.
예를 들어 호찌민 시내와 투특군을 잊는 다리가 당시에는 왕복 2차선으로 차와 오토바이가 함께 엉기면 혼잡을 피할 수 없었는데, 그 다리는 양쪽으로 한 차선씩 늘이는 공사를 하는데 무려 3년이 걸립니다. 거의 수작업으로 다리를 넓이는 작업이니 당연히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던 베트남이 어느 순간 확 달라집니다. 고작 1년 여 만에 그 힘들게 늘이던 사이공 다리는 한 순간에 왕복 6차선으로 바뀝니다.
시도 때도 없이 정전이 되던 시기가 언제였는지 모르게 정전이 사라집니다. 초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더니 대단위의 고급 아파트들이 줄을 잇습니다. 참으로 천지개벽을 하는 듯합니다. 어디에 공사를 해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모습을 확인하며 베트남의 전반적인 발전을 피부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공사 속도가 빨라지면 전반적인 발전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아쉬운 점은 남아있습니다.
어제 7월 16일, 베트남의 VN Express신문에 따르면 호찌민시와 동나이를 연결하는 55KM의 고속도로 한 구간의 다리 조인트 수리를 위해 한달 동안 부분적으로 폐쇄된다고 합니다. 다리 수리는 15일이 걸리지만 기타 통합 교통 관리 시스템 점검을 위해 8월 중순까지 94개 지점이 차선폭을 좁히고 속도를 제어할 것이라고 합니다.
약 한달동안 호찌민 – 동나이 고속도로가 제기능을 못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어제 아침, 공사 소식을 모른 채 여느 때처럼 그 고속도로를 타고 연짝 톨케이트를 빠져 나와 정산 골프장을 갔습니다. 그리고 골프를 마치고 오후 5시경 골프장을 출발하여 집으로 향하는데, 일단 고속도로 진입이 막혔습니다.
▲ 고속도로 공사로 인한 교통 정체 (tuoitreonline)
그때까지 영문을 모르니 일단 한참을 돌아 예전 구길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온 세상 길이 다 막혀서 정체된 채로 굼벵이 걸음을 합니다. 기어가는 차안에서 공사로 인해 고속도로가 통제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정산 골프장을 가지 않았을 터인데, 결국 롱탄까지 돌고 돌아서 호찌민으로 들어오는데 무려 5시간 30분이 걸려 밤 10시 30분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그래도 나은 셈입니다. 우리 일행 세분은 고속도로 진입이 막히자 페리를 타고 호찌민 진입을 시도했는데, 그들은 유감스럽게도 같은 날 집에 가지 못하고 다음 날 새벽 1시가 넘어서 7군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한시간 남짓 걸리던 거리는 무려 8시간만에 벗어난 것입니다.
안전을 위해 공사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렇게 대규모 정체를 발생할 만한 대 공사라면 사전에 충분한 홍보가 있어야 하고, 폐쇄 구간에 대한 우회로나 다른 보완책을 마련했어야 했습니다. 시민의 안전과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하여 공사를 맡은 회사에게 더욱 치밀한 준비를 요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단순히 공사를 빨리 하는 것 외에도 공사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치밀한 준비가 요구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예전에 베트남이 아닌 탓입니다. 한시라도 늦으면 손실이 발생되는 경제구조를 가진 베트남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번 공사로 야기되는 교통 정체로 인한 경제적 손실 엄청 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 국가적 손실을 최소화 하려면 공사 전에 더욱 치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베트남이 공사만 빠르게 하는 나라가 아니고 공사도 빠르지만 그에 못지않게 공사로 인한 부작용도 해소할 줄 아는 다각도로 발전된 나라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