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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전복·굴로 프리미엄 시장 공략… 3년 만에 대형 박람회 한국관 부활
일본·중국과 수산물 전쟁… K-FISH로 베트남 사로잡는다
“현지 바이어가 한국산 전복을 맛보더니 눈빛이 달라지더군요. ‘이게 진짜 프리미엄이구나’ 하는 표정이었죠.”
지난 19일 호치민시 빈탄군 EBM타워 3층에 위치한 수협중앙회 무역지원센터. 김원석 센터장은 지난 수개월간 있었던 성과를 설명하며 환하게 웃었다. 올해 3년 만에 재개한 VIETFISH(베트남 최대 수산 박람회) 한국관에서 거둔 성과였다. 베트남 수산물 시장은 지금 격전지다. 일본은 고급 어종으로, 노르웨이는 연어로, 중국은 물량 공세로 시장을 파고든다. 1억 명의 인구에 평균 연령 32세. 빠르게 성장하는 중산층은 프리미엄 식재료를 찾는다. 한국 수산물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바로 여기다.
2006년 수협에 입사해 20년간 현장을 누빈 김 센터장. 부산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그는 바다마트, 수매, 가공, 감사 등 수산업의 A부터 Z까지 경험했다. “책상에서 배운 게 아니라 시장 바닥에서 체득한 것들이죠. 그게 지금 베트남에서 통합니다.” 호치민 무역지원센터는 해양수산부의 해외시장 전초기지다. 단순히 바이어를 소개하는 게 아니다. 까다로운 검역, 복잡한 통관, 베트남어 라벨링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한다. 변호사, 관세사와 자문 계약을 맺고 ‘수출 종합 병원’ 역할을 자처한다.
“중소기업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뭔지 아세요? ‘우리 제품 좋으니까 팔리겠지’라는 생각입니다. 현실은 다릅니다. 서류 하나 잘못 준비하면 통관에서 발이 묶입니다.” 김 센터장이 밀고 있는 카드는 명확하다. 김·전복·굴. 김은 간식과 안주로 이미 인기다. 전복과 굴은 호텔, 레스토랑의 고급 메뉴로 떠오른다. 여기에 간편식 트렌드를 탄 어묵과 냉동 가공품까지. K-FISH(한국수산물 수출통합 브랜드)는 이제 베트남에서 ‘신뢰’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그는 임기 내 딱 하나의 목표를 세웠다. “한국 수산물이 베트남에 확실히 뿌리내렸다는 평가를 받는 것.” 단기 실적보다 장기 신뢰, 거래보다 관계. 20년 현장 경험이 말하는 해외 진출의 정석이다.
수협에 입사하게 된 계기는.
“부산 출신입니다. 어릴 때부터 바다와 늘 가까이 지냈죠. 2006년 수협중앙회에 입사한 건 우리 수산업에 보탬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20년 동안 바다마트 근무를 시작으로 수산물 수매, 가공, 조합감사 등 경제사업 분야를 두루 경험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고 수산물 유통 과정 전반을 다루면서 수산업의 현실과 과제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지금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호치민에 처음 왔을 때 인상은.
“도시의 역동성과 따뜻한 사람들의 환대였습니다. 활기찬 경제 분위기와 함께 수산물을 비롯한 식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면서 ‘이곳이 한국 수산물 진출의 핵심 시장이구나’ 확신했죠. 부임 후 현지 바이어와의 첫 상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언어와 문화는 달랐지만 한국 수산물의 우수성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주던 순간이 큰 보람이었습니다.”
호치민 무역지원센터의 핵심 미션은.
“해양수산부의 해외시장개척사업 일환으로 전 세계 교두보 역할을 하는 센터입니다. 한국 수산물의 베트남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죠. 핵심 미션은 네 가지입니다. 현지 시장 개척과 바이어 발굴, 홍보·판촉 강화, 통관·검역 등 애로 해소, 그리고 네트워크 허브 역할. 이를 통해 한국 수산물이 베트남 전역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도록 돕고 있습니다.”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분야는.
“현지 시장 개척과 홍보·판촉 강화입니다. 바이어 발굴, 상담회, 박람회 참가를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쿠킹쇼, 시식행사, 앵커숍 판촉 등 현지화된 마케팅에도 힘쓰고 있죠. 결국 한국 수산물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면서 K-FISH를 널리 알리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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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처음 문의해서 계약까지 이르는 과정은.
“초기 상담에서 제품 특성과 수출 방향을 파악합니다. 이후 상담회와 박람회를 통해 현지 바이어와 직접 만나게 하고, 필요하면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나 지사화 사업을 통해 장기 영업 거점도 마련해드립니다. 쿠킹쇼, 시식행사, 앵커숍 운영 등 다양한 홍보 활동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온라인 홍보나 인플루언서 협업도 지원합니다. 상담-매칭-테스트-마케팅을 거쳐 계약 체결까지 이어지고, 사후에는 통관·검역 애로까지 원스톱으로 돕습니다.”
베트남 수산물 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력과 식문화 다양성입니다. 젊은 인구 비중이 높고 외식·가공식품 소비가 늘면서 새로운 수산물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프리미엄 식재료나 건강 지향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 한국 수산물이 진출하기 매우 유망한 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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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경쟁국은.
“일본, 노르웨이, 중국입니다. 일본은 고급 어종과 가공품, 노르웨이는 연어, 중국은 저가형 대량 공급에서 강세를 보입니다. 이런 경쟁 속에서 한국 수산물은 품질과 신뢰성, 한류와 결합한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경쟁 우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센터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현지 밀착형 지원과 한국 수산물 전문성입니다. 단순히 바이어를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검역·통관·라벨링 등 구체적 애로사항까지 함께 해결하는 체계를 갖췄습니다. 변호사, 전문 관세사와 자문 계약도 맺었죠. K-FISH 브랜드를 중심으로 정부와 연계한 공신력 있는 지원을 제공하기 때문에 바이어에게도 신뢰를 줍니다. 베트남 시장을 잘 아는 현지 네트워크와 한국 본부의 정책 지원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기관과의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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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트남 소비자들의 수산물 소비 트렌드는.
“고급화, 간편식, 냉동·가공 포맷 확대로 요약됩니다. 외식 문화가 발달하면서도 가정에서는 조리 편의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HMR(가정간편식) 제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건강과 안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신뢰할 수 있는 프리미엄 수입 수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죠.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의 김·스낵류, 전복, 굴, 가공 어묵류 등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유망한 품목은.
“프리미엄과 편의성을 동시에 갖춘 수산식품입니다. 특히 전복, 광어, 굴 등 고급 활·냉동 어종은 외식시장과 HORECA(호텔·레스토랑·카페) 채널에서 수요가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봅니다. 간편 조리가 가능한 어묵류, 즉석조리 수산가공품도 가정용과 젊은 소비층에게 인기가 높아질 전망입니다. 김과 스낵류는 이미 자리 잡았지만 다양한 맛과 포맷으로 확장성이 큽니다.”
주요 유통 채널별 진입 전략은.
“HORECA, 대형마트, 이커머스 세 가지가 핵심입니다. HORECA에서는 호텔과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전복, 참치, 광어 같은 프리미엄 어종을 공급하며 고급 식재료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에서는 김, 어묵, 냉동 수산가공품 등 대중 소비재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이커머스에서는 Shopee·Lazada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편의식과 스낵류를 젊은 소비층에게 적극 홍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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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대응은 어떻게.
“베트남의 검역·통관·라벨링 제도가 강화되고 있어 수출 단계부터 위생검역 기준과 베트남어 영양성분 표시 등을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센터는 이런 규제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고 기업들이 각 유통 채널 특성에 맞춰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도록 밀착 지원하고 있습니다.”
센터 운영 후 가장 성과가 컸던 사례는.
“무역상담회와 VIETFISH 참가를 통한 바이어 매칭입니다. VIETFISH는 베트남 최대 수산 박람회인데, 2022년 이후 한국관을 운영하지 못하다가 올해 3년 만에 재개했습니다. 국내 수산기업과 현지 바이어가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고, 전복, 김, 광어, 황태 등이 소개되면서 일부 기업은 상담 직후 테스트 오더와 계약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한국 냉동 전복 업체와 베트남 수입사가 장기 공급 논의를 이어가고 있고, 김 스낵류는 대형 마트 입점 성과도 있었습니다.”
K-FISH 브랜드 인지도는 어떻게 변했나.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일부 바이어와 소비자에게만 알려졌지만, VIETFISH 같은 대형 박람회, 무역상담회, 앵커숍 판촉행사를 통해 점차 확산됐습니다. 특히 김, 전복, 굴은 현지 대형마트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노출되면서 소비자 접점이 크게 늘었습니다. 쿠킹쇼, 시식행사, SNS 마케팅 등으로 브랜드 친숙도가 높아지고 있고요. 이제 K-FISH라는 이름 자체가 신뢰와 품질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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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단순히 제품 우수성만 있으면 시장에 쉽게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베트남은 위생검역, 통관, 라벨링 등 제도적 장벽이 엄격합니다. 이를 소홀히 하면 초기 단계에서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현지 유통망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단기 성과 위주로 접근하는 것도 자주 나타나는 실수죠. 사전에 규제 요건을 꼼꼼히 준비하고, 시장조사와 함께 현지 바이어와의 신뢰 구축을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실무적으로 개선이 시급한 부분은.
“통관 절차의 복잡성, 현지 규제와 서류 요건, 물류 지연 문제입니다. 특히 통관 과정에서 요구되는 위생검역 서류와 베트남어 라벨링 규정은 기업들이 준비 부족으로 애를 먹습니다. 계약 구조에서도 결제 조건이나 클레임 처리 방식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부족해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수출 전 단계부터 검역·라벨링·서류 요건을 철저히 점검하고, 계약 체결 시 대금 결제 방식과 리스크 분담 조건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2026년 목표는.
“올 하반기에는 무역상담회, 쿠킹쇼, 앵커숍 판촉행사 등으로 현지 인지도 강화와 유통망 확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VIETFISH 참가 확대, 현지 바이어 초청 한국 생산지 시찰, 지사화 사업 강화를 계획 중입니다. SNS와 이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도 더욱 체계화해 젊은 소비자층을 집중 공략할 예정입니다. 단기적으로는 판촉과 거래 성과에, 중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도와 지속 가능한 수출 기반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센터장 임기 동안 개인적 목표는.
“한국 수산물이 베트남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토대를 마련하는 겁니다. 단기 성과 몇 건에 그치는 게 아니라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 수산물을 신뢰하고 즐겨 찾을 수 있도록 K-FISH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싶습니다.
특히 중소 수산기업들이 진입 장벽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센터를 통해 현지에 발을 딛고 성장해 나가도록 돕는 게 큰 보람입니다. 임기를 마칠 때 ‘한국 수산물이 베트남 시장에서 확실히 뿌리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수산업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베트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한국 수산물이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하지만 가격만으로 승부하기보다는 품질, 신뢰, 현지화가 성공의 핵심입니다. 철저한 준비 없이 서류, 통관, 검역 문제를 간과하면 큰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호치민 무역지원센터는 기업들이 이런 어려움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도록 단계별 맞춤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수산업계가 함께 힘을 모으면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 전역으로 기회를 넓혀갈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장기적 안목과 꾸준한 신뢰 구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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