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단가 30% 이상 상승 효과에 회전율까지 개선
공깃밥 1000원 올리기도 조심스러운 시대, 솥밥으로 메뉴 단가를 2만원대에서 3만원대로 올려도 고객들이 기꺼이 지갑을 연다. 2023년부터 본격화된 솥밥 열풍이 2024년을 거쳐 2025년까지 지속되면서 외식업계는 물론 HMR, 주방용품 시장까지 ‘솥밥 특수’를 누리고 있다.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외식업 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로 자리잡은 솥밥 비즈니스를 분석한다.
불황 속 떠오른 ‘밥심’ 비즈니스
1974년 정부의 공깃밥 강제 정책 이후 50년 만에 한국인의 식탁에 솥밥이 화려하게 복귀했다. 단순한 복고 트렌드가 아니다. 엔데믹 이후 제대로 된 한 끼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솥밥은 외식업계의 핵심 수익 모델로 부상했다.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 ‘우리의식탁’의 2022년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한 그릇 요리’ 카테고리에서 솥밥 관련 레시피 조회수가 전년 대비 150% 증가했다. 특히 가지솥밥, 우엉솥밥 등 가정에서 해먹는 솥밥 레시피가 전체 한 그릇 요리 순위 상위권을 휩쓸었다. 이는 외식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나이스지니데이타에 따르면 외식 메뉴 중 솥밥 판매 금액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35% 이상 성장세를 기록했다. 2024년 롯데백화점 통계에서도 솥밥 관련 주방용품 매출이 전년 대비 40% 급증하며 이 흐름을 뒷받침했다.
객단가 상승의 비밀, 가심비 전략
솥밥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 프리미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공깃밥은 1000원을 올리는 것도 고객 저항이 크지만, 솥밥은 메뉴 구성에 따라 1만원대부터 3만원 이상까지 다양한 가격대 설정이 자연스럽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깃밥 대비 솥밥 메뉴의 객단가가 평균 30~40% 높지만, 고객들은 오히려 만족도가 높다”고 입을 모은다. 갓 지은 밥의 신선함, 누룽지까지 즐기는 경험, 인스타그래머블한 비주얼이 가격 프리미엄을 정당화하는 요소들이다.
실제로 도미솥밥 전문점 ‘도꼭지’, 홍콩식 솥밥 ‘호우섬’ 등은 1인당 2만원 중후반대 가격에도 불구하고 대기 줄이 끊이지 않는다. 전복, 금태, 스테이크 등 고급 식재료를 활용한 3만원대 이상 솥밥 메뉴도 ‘가심비’ 메뉴로 자리잡았다.
특히 솥밥은 주메뉴와의 조합에 따라 가격 다변화가 용이하다. 1~2만원대 가성비 메뉴부터 3만원 이상 프리미엄 메뉴까지 폭넓은 가격 스펙트럼 구성이 가능해, 다양한 고객층을 포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회전율 개선과 추가 주문 유도
솥밥은 객단가 상승뿐 아니라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밥을 먹고 누룽지와 숭늉을 즐기는 동안 자연스럽게 식사 시간이 15~20분 연장되는데, 이 시간 동안 음료나 사이드 메뉴 추가 주문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한 한정식 전문점 운영자는 “솥밥 도입 후 테이블당 평균 주문 금액이 32% 증가했다”며 “특히 주류와 전류 추가 주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느긋하게 밥을 먹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추가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솥밥 전담 인력이 밥을 짓는 모습이 고객에게 보이면서 ‘정성’과 ‘가치’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효과도 있다. 이는 가격 저항을 낮추고 재방문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HMR·주방용품 시장까지 확산
솥밥 열풍은 외식을 넘어 관련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햇반 솥반’은 2021년 출시 후 7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00만 개를 돌파했다. 전복내장영양밥, 소고기우엉영양밥 등 프리미엄 라인업을 지속 확대하며 즉석밥 시장의 고급화를 주도하고 있다.
오뚜기도 비건 전문 브랜드 ‘헬로베지’를 통해 건강한 버섯솥밥, 건강한 나물솥밥을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1인 가구와 건강 지향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주방용품 시장도 솥밥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2024년 1~8월 솥밥 관련 식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특히 25~35세대 고객 수가 40% 급증하며, 1인 가구 젊은층이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했다.
르쿠르제, 스타우브 같은 프리미엄 주물냄비부터 제이쿡 솥밥 등 1인용 전기 돌솥밥 기계까지 다양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밥을 자주 해먹진 않지만 해먹더라도 제대로 된 밥을 먹으려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공적인 도입을 위한 전략
물론 솥밥 메뉴 도입이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초기 투자와 운영 전략이 필수다.
투자 비용: 15~16구 기준 솥밥기계 설치비는 600~1000만원 선이다. 여기에 밥을 전담할 인력 최소 1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업장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테이블당 적정 솥밥기계 구수 산정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60~100명 규모 매장에 20구 정도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다.
메뉴 전략: 1~2만원대 가성비 메뉴와 3만원대 이상 가심비 메뉴를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 주메뉴와 반찬의 밸런스를 맞추되, 솥밥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간이 중요하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면 계절별 메뉴 차별화도 가능하다. 가을에는 표고버섯·송이버섯 솥밥, 겨울에는 굴·전복 솥밥, 봄에는 냉이·미나리 솥밥, 여름에는 초당옥수수 솥밥 등 사계절 순환 메뉴 구성이 효과적이다.
운영 효율: 솥밥 회전율을 고려한 테이블 배치와 주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피크타임에 솥밥 조리 시간으로 인한 대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준비와 동선 최적화가 필수다. 일부 업장에서는 예약 시스템을 도입해 솥밥 준비 시간을 확보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베트남 시장, 솥밥의 새로운 기회
K-푸드의 글로벌 확산과 함께 솥밥도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한국 외식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면서 솥밥업계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호찌민에서만 하더라고 올해에도 담솥, 올반등의 솥밥 전문업체들이 개장했을 정도다.
베트남 시장에서 솥밥의 성공 가능성은 여러 요인으로 뒷받침된다. 첫째, 베트남 Z세대는 새로운 음식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적고 유행에 민감하며, 전통적인 베트남 식문화와 더불어 다양한 국가의 식음료 문화를 즐긴다. 둘째,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음식의 맛과 더불어 서비스 및 분위기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베트남은 쌀 문화권이다. 롯데리아는 1998년 베트남 진출 당시 현지 소비자들의 주식인 ‘쌀 메뉴’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는데, 현재 현지에서 판매율 1위를 기록하는 제품도 버거류가 아닌 치킨과 밥으로 구성된 정식 메뉴다. 이는 솥밥이 베트남 시장에 적합한 메뉴임을 시사한다.
하노이와 호찌민에는 이미 다수의 한국 식당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삼겹살, 치킨, 김치찌개 등이 현지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건강하고 프리미엄한 이미지의 솥밥을 더한다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지화 전략이 필수다. 베트남인들이 선호하는 향신료나 식재료를 활용한 퓨전 솥밥, 현지 입맛에 맞춘 간 조절, SNS 마케팅 강화 등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2025년 전망과 기회
솥밥 트렌드는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서도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특히 건강한 한 끼에 대한 수요, 1인 가구 증가, 가심비 추구 성향이 맞물리며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외식업계 전문가는 “솥밥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외식업 경영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초기 투자 부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객단가와 매출 향상에 확실한 효과가 있어 도입을 적극 검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외식업체라면 솥밥을 핵심 메뉴로 내세우는 전략도 유효하다. K-푸드의 세계화 흐름 속에서 솥밥은 한국 음식의 정통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장기 불황 속에서도 고객은 제대로 된 한 끼에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50년 만에 돌아온 솥밥이 외식업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