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언부언 컬럼

사연이 있는 시(詩)

  퇴근 후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내립니다. 오늘 어땠소 하며 빗물이 창문을 조용히 두드리며 인사를 보냅니다. 고마워. 베트남은 기본적으로 물과 상당히 가깝습니다. . 베트남에 들어 올 때 하늘에서 내려다 본 베트남의 국토는 물과 땅이 서로 몸을 숨기듯이 엮인 채 수평선과 지평선이 맞손을 잡습니다. 비를 기준으로 일년을 우기와 건기 나누고, 비가 오고 멈춰서기도 하면 그제서야 계절이 조금 움직입니다. 덕분에 그런지 베트남에 들어와서 물과 더욱 친해진듯합니다. 하긴 열대 동남아에 와서 하루에도 두어 번 씩 샤워를 하는 것으로 생활을 시작해야하니 물과 거리를 둘 수가 없습니다. 오늘도 익숙한 비가 거리를 채웁니다. 날이 어두워가는데 비는 안 멈춥니다. 혹시 또 누군가 집을 나설까 두려운 모양입니다. 어스름 …

Read More »

관심과 무관심

  운명은 있는 것인가요? 사람들은 모두 정해진 운명대로 사는 것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운명은 진짜 있는 것일까요?   운명이란 사전적 의미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 인간적인 힘. 또는 그것에 의하여 이미 정하여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를 이르는 말입니다. 즉 이말은 우리의 사는 삶의 형태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말이죠. 과연 그럴까요? 저는 일단 주어진 운명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모두 정해진 운명대로 사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특정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을 인정하면 큰 틀의 운명은 있다고 인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물주가 모든 개인에게 각각 다른 성향과 재능을 심어주었다면 그들의 삶의 길이 다를 수밖에 없고, 각자 다른 삶이 …

Read More »

비판 그리고 비난

  최근 미디어를 통해 들려 오는 소식들은 진짜 반가운 것이 하나도 없네요. 국제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갈증이 첨예화되는 듯하여 불안감을 안겨주고, 한국은 베트남 보다도 심한 무더위에 온 국민이 고통 속에 지낸다고 하니 이 역시 반가울 턱이 없습니다. 더구나 한국에서의 여러상황은 너무나 당황스러워 귀를 막게 만듭니다. 지난 주에는 유력한 정치인이 자살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과연 자살인지 입막음을 위한 살해인지 알길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유서까지 남기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자신의 생을 정리하겠다는 사람이 시내 복판에 위치한 동생의 집에서 투신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됩니다. 만약 그대가 자살을 생각한다면 동생이나 지인이 사는 집에 가서 투신을 해서 그 지인을 당혹하게 만들고 싶겠습니까? 상식이 벗어난 …

Read More »

새 사무실에 앉아,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지난 7월 3일부로 본지 사무실이 빈탄 군에 있는 옹반킴 거리의 EMB 빌딩으로 이전하였습니다. 시내에서 2군으로 넘어가는 사이공 다리를 건너기 전 왼편에 늘어서 있는 고만고만한 빌딩 중에 하나입니다. 비록 이름있는 빌딩의 사무실은 아니지만 일단 사무실 이전을 완료했다는 것 자체에 한숨을 돌립니다. 이번 사무실 이전은 참으로 힘겨운 과정이었습니다. 베트남 생활 20여년을 넘기지만 아직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쉽지 않은 베트남 특유의 낯선 상황을 마주할 때 대응하는 솜씨가 20여년 전 당시보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베트남에서는 통하지 않는 상식을 마치 만고의 진리인양 내세우며 밀어 부치다가 결국에는 자신이 그 손해를 고수란히 감수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주장하던 상식이 당연하고 마땅하다는 증명을 보이기라도 하듯이, 적지않은 손실을 감수하며 밀어 부친 새로운 …

Read More »

내 회사를 망하게 하라

씬짜오베트남은 이미 창간되지 15년이나 된 교민잡지사로 어떻게 보면 회사로써는 살 만큼 살아온 연륜을 가진 제법 장성한 회사이긴 하지만 아직도 하루도 쉬지 않고 일에 매달려야만 근근히 살아가는 상황을 탈피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에 회사에 새로운 바람을 넣고자 하는데 이게 마음대로 움직여 지지 않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회사 중에 10년이상 문제없이 운영되는 곳도 흔치 않다는 것을 근거로 하면 당사는 이미 회사로써의 평균 수명은 거의 채운 셈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성공한 기업이라 해도 늘 새로운 것을 찾지 못하면 결국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런 평화가 지속되는 있는 시기야 말로 새로운 것을 준비할 가장 적절한 때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게 됩니다. 아무런 준비없이 넋 놓고 …

Read More »

관성을 깨자

  언젠가 퀴즈를 통해 응답하는 이의 성격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그 문제 중에 하나, 애인을 만나 데이트 중에 강을 만났다. 어떻게 이 강을 건널 것인가? 선택 : 1. 조금은 위험할 수 있지만 한편 재미있을 것 같은 쪽배를 타고 강을 넘는다. 2. 안전한 구름다리를 타고 넘어간다. 가슴 설레는 데이트 인데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헤엄을 쳐서 넘어간다고요? ㅎㅎ 그런 선택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매번 선택을 해야 하는 삶을 삽니다. 점심을 무엇을 먹을까를 시작으로, 출장을 언제 갈 것인가, 친구에게 돈을 빌려 줄까 말까, 오늘 저녁에 외식을 할까, 집에서 혼밥을 먹을까 등등 매 순간이 선택입니다. 그런 순간에 여러분은 어떤 기준을 갖고 선택을 …

Read More »

함께하는 식사

  오랜 친구가 저와 함께 외식이라도 하게 되면 푸념삼아 필자를 비난하는 메뉴가 있습니다. “너는 참 멋없이 건조한 식사를 한다” 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가요?, 맛 없는 식사가 아니라, 멋 없는 식사를 한다는 말이. 이 친구 하는 말은 식사를 하면, 음식을 화두로 시작하여 이런 저런 세상 사는 얘기를 하며 즐기면 좋겠는데 저는 그저 허기진 인간이 배를 채운다는 목적으로만 밥상에 앉는지 그저 딴 생각없이 먹기만 한다는 힐난입니다. 무슨 말인지 압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식사를 함께 하는데 좀 여유롭게 하면 좋겠는데 그저 허걱대며 먹어대는 모습이 마뜩치 않은 것이죠. 하긴 그렇습니다.. 가만히 제 식사 습관을 뒤돌아보면 밥상에 앉으면 그저 먹는다는 목적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일단 식탁에 앉으면 …

Read More »

성공하는 조직

회사나 조직의 특성을 분류한 연구 결과를 최근 읽었습니다. 회사 직원을 뽑을 때의 특징을 보고 분류를 했는데, 직원을 뽑을 때 가장 우선하여 보는 기준을 중심으로 분류한 것입니다. 회사 조직의 유형 A라는 회사는 직원을 뽑을 때 현재 보유한 기술을 최우선으로 보는 전문가(professional) 형회사입니다. B라는 회사는 당장의 가진 기술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맞춰 앞으로 상황에 잘 대처하며 회사를 발전시킬 능력을 지닌 인재를 선호하는 주역(star)형 회사입니다. C라는 회사는 기술이나 능력보다도 회사의 이념이나 분위기에 잘 동화하고 충성심을 보일 수 있는 감성적 직원을 선호하는 헌신(commitment) 형 회사입니다. 이런 회사의 분류는 철저히 창업주의 주관적 사고의 차이에 의해 정해지는데 과연 어떤 형태의 회사가 생존할 수 있을 까 하는 것이 …

Read More »

대책없는 문제들

  요즘 소음이 갑자기 저희 생활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약 한달여 전부터 아파트 바로 윗집에서 내부 공사를 하는지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정확히 업무 시간과 동일하게 하루에 8시간 씩 공사 소음을 만들어 내는데 그 바로 아래에 위치한 저희 집에서는 그 공사현장이 그대로 재현됩니다. 저야 업무시간 동안에 회사에 가니 관계없을 수 있지만 집에 남아있는 어부인은 그야말로 하루종일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소음 뿐인 공사현장을 지켜야 한다고 강요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파트에서는 부주의한 발자국 소리도 층간소음 문제가 될 정도로 소리가 증폭되는 곳인데 바로 위에서 각종 공사기계로 깨고 부수고 드릴을 하고 못질을 해대는 윗집 인간의 그 뻔뻔한 낯짝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보고 싶습니다. 한국 같으면 이미 …

Read More »

닮은 듯 다른 베트남

현재 씬짜오에 근무하는 직원중 한국인은 6명입니다. 이 글을 쓰는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7명이 되죠, 그리고 베트남 직원 10 여 명을 포함하여 거의 20인에 가까운 직원이 격주로 발행되는 씬짜오베트남을 발간하는 목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직원이 필요한가 하는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누군들 불필요한 직원을 두기를 원하겠습니까? 당연히 필요하니 두는 직원들 입니다. 이런 당연한 이치를 무시하는 질문이 들어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즉, 고작 교민잡지나 만드는 회사의 규모로는 과한 조직이 아닌가 하는 질책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얼마만한 조직이 정당한가? 스스로 질문을 해 보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활용이 전부인 잡지라는 직업의 특성상 인건비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는데 그 인건비가 …

Read More »

시간관념

처음 베트남에 와서 만난 가장 당황스런 문화 중 하나가 바로 너무나 여유로운 시간 관념이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 특히 남부 베트남에서는 시간을 지킨다는 일이 그리 중요하게 다루어지지는 않는 듯합니다. 아마도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는 더운 기후 탓인 듯 싶은데 그래도 요즘이 어떤 세대입니까? 일분 일초가 다르게 달리는 인터넷 시대에 과연 이런 여유로움이 이들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 인가 하는 점에서는 의문이 따릅니다. 네덜란드의 사회심리학자 기어트 홉스테드는 불확실성 회피 문화가 강한 나라의 사람일수록 시간관념이 철저하다고 보았습니다, 즉 예측이 불가능한 일에 대해 참는 정도에 따라 시간관념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아주 쉽게 시간 관념이 다른 이유를 짚어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적은 곳일수록 시간관념이 희박할 수 밖에 …

Read More »

문화적 충격

  요즘 베트남에 한국인이 그야말로 물 밀듯이 몰려듭니다. 혼란한 정치 세력들의 난도질에 갈길을 잃은 기업인들과 청년실업에 신음하는 젊은이들이 몰려듭니다. 그리나 그렇게 희망을 안고 들어온 많은 이 중에 적지 않은 이들이 이곳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등을 돌립니다. 아마도 충분한 베트남 정보를 갖지 못한채 들어왔다가 자신의 기대와 다른 환경과 문화에 손들고 떠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인터넷에 떠도는 베트남의 정보에 자신의 귀한 사업이나 젊은 인생을 거는 것은 지나친 모험입니다. 많은 이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자유롭지만 무책임한 정보나 일부 지인들의 자의적, 지엽적인 정보에 의존하여 베트남에 들어왔다가 예상치 않은 문제에 직면하고 손을 들곤 합니다. 이런 뼈아픈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곳에서 앞으로 함께 부딪치며 일해야 …

Read More »

성공의 조건

설이 낀 2월은 사업하는 분에게는 피하고 싶은 달이고, 직장생활하시는 분은 거의 공짜로 보내는 달이라는 생각을 하실 겁니다. 가뜩이나 짧은 달에 뗏 연휴로 한 열흘은 쉬는 덕분에 정상근무시간은 일반 달의 반도 안되는데 보너스까지 받으니 뭔 그야말로 더도말고 2월만 같아라하는 심정이 생길 겁니다. 반면에 사업을 하는 분은 2월의 주름이 한 3-4개월 영향을 미치니 얼굴을 펴고 지내기도 힘든 데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설이 있으니 웃는 얼굴로 덕담도 나눠야 하고, 그야말로 가중 처벌을 받는 기분입니다. 그래도 설을 맞이하기 전에 연말 파티도 하고 직원들에게 보너스도 주고 휴가를 보내고 나니 그런대로 나누었다는 생각에 뿌듯한 기분을 맛봅니다. 휴가가 시작되는 날, 설이 3-4일 남아 있는데, 회사 업무용 SNS …

Read More »

시린 겨울의 同床異夢

한국의 올 겨울 날씨는 모질다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은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린 시절 영하20가 훌쩍 넘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결코 그리 못 견딜 만큼 추운 것은 아닙니다. 그 때는 실제로 지금보다 훨씬 기온이 낮았습니다. 영화 18도 20도는 예사로 기록하던 옹골찬 겨울이 있었습니다. 그 추운 날 서울의 필동에서 퇴계로 남산 턱밑에 있는 초등학교까지 약 3-4킬로의 거리를 걸어 가다가 너무 추워 울고, 울며 흘린 눈물이 얼어붙어 아리도록 더 추워지던 등교길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 보다 요즘 추위가 오히려 더욱 춥게 느껴지는 것은 어느새 베트남 날씨에 녹아 든 가벼운 체질 탓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계절의 겨울은 언젠가 …

Read More »

베트남에서 무엇을 배웠나?

새해를 맞이 할 때마다 늘어나는 자신의 나이를 인식하며 그것을 보상하기 위함 인지, 혹은 이곳에서 보낸 시간만큼 건진 것도 있다는 자조적 위로를 찾기 위함 인지 이글의 제목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합니다. 사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 중에 두가지만 언급해 보겠습니다. 베트남인의 미소 이것은 진짜 베트남인의 최고의 문화이자 상품이고 또 그들의 마음을 전달하는 가장 유익하고 간편한 소통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처음보는 사람이나 자주 보는 사람이나 눈이 마주 칠 때마다 미소로 인사를 하며 자신의 마음을 전달합니다. 이들의 미소는 정말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머리에서 나오는지, 가슴에서 나오는지, 아니면 전쟁을 거치며 무의식적으로 훈련된 버릇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르지만 이들의 미소는 참으로 아름답고 따뜻합니다. 태국을 미소의 …

Read More »

신년 아침의 독백

  송년과 새해 아침은 과거와 미래가 서로 만나는 시간이다. 과거의 문이 닫히고 미래의 문이 열리는 시간, 과거와 미래만 존재하고 현재가 사라지는 시간. 년말이 되면 오늘이 과거가 되고 새 아침이 바로 미래의 시작이다. 즉 과거와 미래가 현재라는 중간 매개체 없이 직접 만나는 순간이 바로 송년이고 새해다. 현재가 빠지고 과거와 미래, 둘이서만 만들어내는 시간의 매듭. 그래서 새해가 되면 항상 미래에 대한 구상을 빼놓아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어제가 과거가 되고 오늘이 미래가 되니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이라고는 미래에 대한 구상 외에 달리 어떤 것이 있겠는가? 이미 반 백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매번 만났던 새해인지라 이제 익숙해 질 만도 …

Read More »

연말 송년사

  이번은 송년사가 되는 가 봅니다. 이제는‘아니 벌써’하며 짐짓 놀라던 대사도 이미 늦은 12월 중순, 마치 40대와 같은 바쁜 한해를 보낸 듯 합니다. 특별히 한 일도 없는데 고단하던 해. 2017년은 그렇게 기억 될 듯 합니다. 2018년은 황금 개띠 해라고 하지요. 58년 개띠생들이 올해 환갑을 맞이 하는 군요. 58년생 개띠는 우리 군정 당시 단순하고 무모한 행정의 특혜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외아들 58년생 박지만 군이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마다 입시 요강이 바뀌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지요. 이런저런 이유들로 그 전세대와도, 그 이후세대와도 차별화되며 현대사의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던 58년 개띠들이 벌써 환갑이라니… 사실 요즘은 신년도 숫자를 기억하기도 전에 …

Read More »

올해도 수고했다고 위로하고 싶은데

가을인가, 겨울인가 이맘때 한국을 찾으면 늘 비가 기다린다. 계절의 경계를 걸쳐 내리는 비는 어디로 가고 싶을까? 바바리 코트 깃을 세우던 낙엽의 낭만은 사라지고 질척한 겨울비가 한 장 남은 달력을 기어이 뜯어낸다. 내딛고 싶지 않은 나를 닮은 계절. 이 계절의 낮 바뀜은 몇 번이나 더 할 수 있을까? 선한 아내와 철부지 아들애, 언제나 아들의 귀환을 기다리는 노모에게 상냥한 미소로 한 해의 수고를 위로하고 싶었는데. 우울한 겨울비가 그만 일을 그르친다. 대체로 과거는 미화되는 게 통상적인데 연말이 되어 돌아보는 그 해의 과거는 그저 아쉬움만 남긴다. 너무 가파른 시간이라 아직은 과거의 틀에 담기지 않은 탓인가 싶다. 마지막 달력에 덤처럼 매달린 신년의 사진이 다시 고개를 …

Read More »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