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월급쟁이의 일상의 황홀

관자 (管子)

이른 바 서양고전을 소개해 왔다. 기원전 1,300년 트로이 전쟁을 시작으로 소아시아와 서양의 패권싸움은 시작됐다.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라는 인류의 이야기 유산을 소개했고 기록하는 인간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이어서 지면에 실었다. 그리스가 지중해 연안의 패권을 장악했던 시기부터 꽃피기 시작한 ‘불완전한 민주주의’는 인간의 저 밑에 서식하는 욕망을 이야기하며 ‘오이디푸스 왕’이라는 대표적인 비극 문학의 시작을 알렸다. 비슷한 시기 동양은 어땠을까? 동서를 오가는 통섭적 서평은 나의 궁금증에서 출발하지만 인류의 오랜 호기심이기도 하다. 동양과 서양은 서로 다르지 않다. 태어나 살아야 하고 내가 살기 위해, 살아있는 다른 것들을 먹어야 하는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조건과 그 질긴 삶의 방식은 다를 수 없다. 우리는 서양을 읽고 동양에서 배운다. 그리스인들이 ‘가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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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왕국 테베는 말라가고 있었다. 스핑크스, 머리는 사람이고 몸은 사자인 괴물이 왕국으로 들어가는 성문을 가로막고 지나는 사람들을 잡아 먹고 있었던 것이다. 스핑크스가 내는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여지 없이 산채로 잡아 먹혔으므로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된 상황이었다. 백성 모두가 굶어 죽어갈 무렵 홀연히 한 사내가 나타난다.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곧바로 잡아 먹힐 줄 알면서도 사내는 보무당당하게 스핑크스와 맞짱을 뜬다. 입맛을 다시며 스핑크스가 문제를 낸다. ‘아침에는 네 다리, 점심엔 두 다리, 밤이 오면 세 다리로 걷는 짐승은?’ 사내는 지체 없이 대답한다. 그것은 사람이다. 어릴 때 네 다리로 기어 다니고 성인이 되면 두 다리, 늙어선 지팡이가 더해져 세 다리로 걷는, 그것은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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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iae- HERO DOTOS

  본 칼럼은 동서양의 시대별 고전을 맥락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열하일기는 서평 대장정에 나서는 필자의 원대했던 마음가짐을 연암 박지원을 빌려 말했다. 이후 서양으로 곧장 건너가 3천년전 인간의 위대한 서사시로 출발했다. 명예로운 인간은 어떤 모습인가를 일리아스를 통해 들여다 봤다. 오디세이아로부터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원시적인 인류의 물음을 찾아 나섰다. 이제 우리는 ‘역사’를 마주한다. 2천5백년전, 전쟁하는 것이 인간의 생활이던 시대에 전쟁 병법서가 아니라 전쟁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Historiae’ 를 평생에 걸쳐 집필했던 당시로서는 어이없는 한 사내가 있었다. 어쩌면 그에게서부터 인류의 살아있는 신경체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옛날, 파피루스 더미가 자신의 온 방을 둘러 싸고 있다. 그 중간에서 묵묵히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해 써 내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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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나’를 찾아 떠나는여정 아일랜드 출신의 대문호, 제임스 조이스 James Joice는 ‘율리시즈(Ulysses)’를 썼다. 1922년 출판된 이 책은 출판과 동시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킨다. 소설은 ‘의식의 흐름’ 이라는 이제껏 없던 기법을 소개했다. 주인공이 하루 동안 겪는 사건과 모험을 철학적 형태로 그려낸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소설이라 문학계는 극찬했다. 외설적 표현으로 금서禁書가 되기도 했던 이 소설은 실은 ‘오디세이아’의 플롯을 빌려온 것이었다. 책의 제목 또한 같아서 율리시즈는 오디세우스(Odyssus)의 로마식 표기다. 소설 율리시즈의 열여섯 번째 에피소드에는 이런 대화가 나온다. 블 룸 : 자네는 왜 아버지의 집을 떠나왔나? 스티븐 : 불행을 찾아서지요. 불행은 인간의 숙명이다. 불행은 떠나지 않는 자에겐 찾아 오지 않지만 불행을 겪지 않은 인간은 어엿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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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호메로스

  ‘일리아스’는 전쟁 이야기다. 정확하게는 기원전 1,300년 전 발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트로이 전쟁에 관한 서사시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3,300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다. 상상할 수 없는 오래 전 이야기가 이제껏 구전되고 활자화 되어 이어져 온 이유 중 하나로 많은 학자들은 ‘전쟁’에 방점을 찍는다. 일리아스는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이야기이자 가장 오래 된 전쟁 이야기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 하고 종족의 멸화를 면하기 위해 상대를 살육해야 하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삶을 규정한다. 먼데 갈 것 없이 지금의 나 그리고 우리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한국전쟁은 빼놓을 수 없다. 그 난리에 살고 죽는 것은 중요했고 여전히 그 중요함이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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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o Sprach Zarathustra’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고전(古典)이란 ‘누구나 들어서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읽어 본 적 없는 책’이라 들었던 적이 있다. 맞장구를 쳤다. 다독가(多讀家)를 자처하거나 학문에 뜻이 있지 않고서야 두꺼운 고전을 무릎을 쳐가며 처음부터 끝까지 읽진 않는다. 지적 허영에 멋으로 허리춤에 끼고 다니거나 낮잠에 베개용으로 쓸 때 가치가 발하는 책들이 고전이다. 이번 호에 소개할 책은 누군가의 허리춤에 그리고 달콤한 낮잠의 책상 베개로 가장 많이 사용됐던 책이 아닐까 한다.   격주로 고전을 골라 서평을 쓰기로 한 다음부터 하루 하루 고전(苦戰)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인의 기준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고 무용한 것 같은 고전에서 인위적인 유용함을 뽑아내려 애썼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기로 한다. 우리는 주어진 삶을 살면 되고 자기 몫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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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熱河日記)

    “바다에는 배 간 자리 찾을 길 없고 산에서는 학 난 자취 볼 수 없어라” 열하일기 ‘남주 이야기’에 나오는 시구(詩句)다. 연암은 꼭 이렇게 살다 갔다. 노론 명문가 출신의 양반가에서 태어났지만 관직에 오르지 않았다. 살림이 넉넉하지 못해 남의 집에 세들어 살며 거처를 전전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이 황해도 금천의 연암골이었다. 박지원의 호는 여기서 유래했다. 연암은 1780년 청나라 건륭제 칠순연의 축하 사절단으로 팔촌 형님 박명원을 수행하는 자격으로 참가하게 된다. 당시 건륭제의 별궁이 열하 (오늘날 중국 허베이성 청더, 河北省 承德)에 있었다. ‘다른 사람은 북경까지 갔다가 돌아왔는데, 자기만은 북경 위쪽 승덕의 열하까지 다녀왔다는 자랑을 책 이름 속에 담았다.’ 연암 박지원(1737~1805)은 18세기를 온전히 살았다. 서양에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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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쓰기의 괴로움

  감히 서평, 책에 관한 글을 쓰기로 했다. 깊지 않은 베트남 생활을 글줄로 엮어 내기엔 살아 낸 웅덩이가 작다. 퍼 낼 물이 없는 우물과 같다. 이와 같음을 알고 책에 관한 글을 쓰게 된 건 흔쾌히 용기를 준 ‘몽 선생님’의 선의의 부추김에 힘 입은 바가 크다. 나름 독서법이 있어 그 방법대로 읽어 내리고 메모해 둔 기록이 있었다. 기록이 묻히고 사라지기 전에 활자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기던 터였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읽은 이 없다는 싱거운 고전의 정의를 부수어 보고자 절치부심한 때의 흔적이다. 겁 없이 스스로 공부했다는 자동사를 쓰지만 여전히 만족할 수 없다. 아마도 끝까지 그 지혜들을 실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읽은 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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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오늘, 지금의 정신으로

시인 김수영은 자신의 수필에서 열 개의 아름다운 우리 말을 꼽은 적이 있다. 마수걸이, 에누리, 색주가, 은근짜, 군것질, 총채, 글방, 서산대, 벼룻돌, 부싯돌. 김수영이 꼽은 우리 말에는 컴퓨터 화면에 단어를 쓰면 빨간 밑줄이 그이는 말도 있다. 이미 표준어 밖으로 벗어난 옛말이라는 뜻일 텐데 한번에 그 뜻을 알아채지 못하는 말들이 많고 대량의 언어학 규범이 내장된 PC조차도 알아먹을 수 없는 말들이 있다는 얘기다. 시인 김수영과 우리 사이에, 엄밀히 말하자면 그가 살던 시대와 내가 사는 시대 사이를 흐르는 언어 조류가 눈에 띄게 빠르다는 말이겠다. 이 거센 조류에 우리의 언어, 나 자신의 단어를 꼽아 죽방멸치처럼 가두고 싶다는 생각이 느닷없이 일었다. 오늘, 우리말 아름다운 나만의 단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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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양말같이 숨기고 싶은 월급쟁이의 남루한 일상

긴 연휴가 끝났다. 아쉽게도 연휴를 끝내고 돌아가야 할 곳은 자유와 기쁨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숨기고 싶은 너저분한 일상이다. 여기 월급쟁이에게 들려주는 싱거운 얘기가 하나 있다. 런던의 어느 달동네에서 두 사람의 재단사가 서로 마주 보고 일하고 있었다. 그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늘 그렇게 서로 마주 보며 일해 왔다. 어느 날 한 재단사가 다른 재단사에게 물었다. 금년에 휴가 갈 건가? 아니. 잠시 침묵이 흘렀다. 두 번째 재단사가 불쑥 말을 꺼냈다. 1964년에 휴가를 갔었지. 그래? 어디로 갔었나? 첫 번째 재단사는 무척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친구가 자리를 비운 적이 없었다. 호기심 가득 찬 그는 그때 휴가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졸랐다. 난 그때 벵갈로 호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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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표정의 사내

” 일생 동안 일만 하고 지내다가 피할 수 없는 것이면 무엇이나 달게 받았지만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손상되기를 거부했던 강인하고 씁쓸한 표정의 한 사내 “알베르 까뮈, ‘ 최초의 인간 ‘ 중에서 누구나 한번은 들리지만 두 번은 가지 않는다는 통일궁엘 들렀다. 발랄하게 그러나 느린 걸음으로 차근차근 둘러 본 뒤 내쳐 인접한 전쟁기념관까지 들린다. 실로 오랜만에 여행자 모드가 되어 신이 났으나 그곳이 어디 신나게 갈 수 있는 곳인가. 이내 무거운 마음이 되어 걸음이 한 없이 느려지고 침묵은 길어졌다. 한 사내가 있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 땅을 밟았던 사내가 있었다. 월급쟁이 정글을 들쑤시고 다니며 살아 있는가를 지겹도록 물어대는 나처럼, 그 사내는 무참한 타국의 정글에서 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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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을 사이공에 두고왔어

  철없이 열매가 열렸다. 무르익은 열매가 떨어지면 그 자리에 다시 열렸다. 어느 날 마당에 떨어진 푸른 과일을 베어 물었더니 엽록소의 싱싱함이 미뢰에 가득 번진다. 구아바였다. 마트에서나 보던 망고가 마당의 큰 나무에서 익어 떨어졌다. 마당구석 바나나 나무에서는 바나나가 열리고 또 열렸다. 야자나무 흔들거리는 꼭대기까지 타고 올라가 머리통만한 코코넛을 땄다. 부엌칼로 몇 번을 내리쳐 딱딱한 껍질 속에 있는 청량한 과즙을 야수같이 들이켰다. 한 낮에 맑은 하늘이 갑자기 쏟아지는 비로 바뀌면 누군가 팬티바람으로 마당에 나가 하염없이 쏟아지는 맑은 비를 맞았다. 누가 뭐랄 새도 없이 모두 팬티만 걸치고 굵은 비를 얼굴로 맞고 뛰어다닌다. 뛰다 지치면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주저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누웠다. 누워서, 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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