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여파 이틀간 최대 510mm 폭우…82곳 침수·항공편 90편 차질
“하노이 전체가 물에 잠겼다. 끔찍했다.”
태풍 ‘부아로이(Bualoi)’ 여파로 사흘째 물바다가 된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시민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10km를 가는 데 6시간이 걸리고, 출근길은 아수라장, 학생 230만명이 집에 갇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Vnexpress지가 보도했다.
1일 오후 4시15분 동다(Dong Da)구 사무실을 나선 한 직장인은 10km 떨어진 집까지 가는 데 무려 6시간이 걸렸다. “랑(Lang), 응우옌짜이(Nguyen Trai), 떠이선(Tay Son) 등 주요 도로가 운하로 변했다. 오토바이는 물 한가운데서 시동이 꺼지고, 승용차들은 비상등을 켜고 멈춰 섰다”고 그는 증언했다.
30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쏟아진 폭우로 하노이는 순식간에 마비됐다. 하노이배수공사 자료에 따르면 오쪼즈어(O Cho Dua)동에 320mm, 빈탄(Vinh Thanh) 310mm, 하이바쯩(Hai Ba Trung) 200mm의 비가 쏟아졌다. 이틀간 누적 강우량은 최대 510mm에 달했다.
마이딘(My Dinh) 경기장 앞 레득토(Le Duc Tho) 거리는 50~60cm 깊이로 물에 잠겨 군 특수차량이 투입됐다. 군인들이 주민들을 업고 물을 건너는 모습이 포착됐다. 탕롱(Thang Long) 대로를 지나던 승용차는 물결에 휩쓸렸고, 마이딘 경기장 앞에서는 남성이 스로틀을 꽉 움켜쥔 채 물바다를 건너려 애썼다.
남안카인(Nam An Khanh) 도시 지역 주민들은 고무보트를 타고 이동했다. 시동이 꺼진 차량을 구조하는 데 5만 동(1.9달러)을 내야 했다.
30일 오전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휴교 발표가 없자 학부모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빈뚜이(Vinh Tuy)에 사는 응오바륵(Ngo Ba Luc) 씨는 “소셜미디어와 언론이 며칠 전부터 경고했는데 교육청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의 맏아들은 30일 오전 11시 하교했지만 버스가 오지 않아 아버지가 오후 1시30분에 픽업을 나섰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6시30분. “물에 잠긴 구간을 지나느라 아이를 업고 오토바이는 멀리 세워뒀다”고 그는 토로했다.
35세 홍호아(Hong Hoa) 씨는 “2km밖에 안 되는 학교까지 아이와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 도착하니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왜 아침 일찍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느냐”고 항의했다.
교육청은 30일 저녁에야 10월 1일 학생 230만명 휴교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비가 그친 뒤였다.
노이바이(Noi Bai) 공항도 큰 혼란을 겪었다. 30일 오후 12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폭우와 번개로 가시거리가 3~4km로 떨어지고 활주로 침수가 발생하면서 53편이 지연되고 37편이 하이퐁(Hai Phong) 깟비(Cat Bi) 공항, 탄호아(Thanh Hoa) 토쑤안(Tho Xuan), 꽝짜(Quang Tri) 동호이(Dong Hoi), 후에(Hue) 푸바이(Phu Bai), 다낭(Da Nang) 등으로 회항했다.
호찌민시에서 온 응우옌투짱(Nguyen Thu Trang) 씨는 가족과 사파(Sa Pa) 여행을 갔다가 산사태 때문에 일찍 돌아오려 했지만 “4시간을 기다렸는데 언제 탈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다낭 출신 27세 푸엉(Phuong) 씨의 비행기는 원래 오후 2시5분 출발 예정이었지만 5차례 연기된 끝에 오후 8시5분으로 조정됐다.
가장 큰 비판은 반복되는 침수에도 근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하노이배수공사는 배수시설 낙후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현재 비교적 완전한 배수 시스템을 갖춘 곳은 호안끼엠(Hoan Kiem), 바딘(Ba Dinh), 동다(Dong Da), 하이바쯩 등 구 핵심 4개 군뿐이다. 하지만 이곳도 이틀간 310mm 비만 처리할 수 있다.
까우지아이(Cau Giay), 탄쑤언(Thanh Xuan), 호앙마이(Hoang Mai) 등을 포함한 느에(Nhue)강 유역은 급속한 도시화에도 조절 호수가 부족하고 옌응이아(Yen Nghia) 같은 핵심 펌프장도 계획 용량에 미치지 못한다.
한 시민은 “수십억 달러 배수 프로젝트, ‘영원히 홍수 통제’ 같은 거창한 약속을 들어왔다. 그런데 여기 우리는 매번 구름만 터지면 베니스가 된다. 곤돌라도 시도 없이”라며 “날씨는 길들일 수 없지만 도시는 대처하도록 만들 수 있다. 하노이는 자원은 있지만 긴박함이 없다”고 비판했다.
기상수문기후변화연구소 쯔엉바끼엔(Truong Ba Kien) 부센터장은 세 가지 원인을 제시했다.
첫째, 태풍 라가사(Ragasa)와 부아로이의 잔존 순환으로 하노이를 포함한 홍강 델타가 매우 습하고 불안정해졌다. 둘째, 아열대 고기압 확장으로 통킹만에서 육지로 습기를 운반하는 동풍·남동풍이 형성됐다. 셋째, 고도 5000m에서 남서풍과 동풍이 합쳐져 훙옌(Hung Yen)-하노이-타이응우옌(Thai Nguyen)-까오방(Cao Bang)까지 폭 200~300km의 수렴대가 형성됐다.
“이번에 우연히도 이 두 요인이 하노이에서 동시에 수렴돼 하루 종일 비가 멈추지 않았다”고 끼엔 부센터장은 설명했다.
1일 현재 하노이 도심에는 여전히 20곳 이상이 침수돼 있다. 배수공사는 옌소(Yen So) 등 주요 펌프장을 100% 가동해 도심 물을 홍강으로 밀어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오늘 밤 이후 수렴대가 재형성될 가능성이 낮아 내일은 간헐적인 비만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Vnexpress 202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