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80% 복도 소음 피해”…70세 할머니 “아이들 다 클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베트남 아파트 단지에서 복도를 놀이터 삼아 뛰어노는 아이들 때문에 주민들이 극심한 소음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Vnexpress지가 보도했다.
하노이 호앙마이구(Hoang Mai)에 사는 호앙주옌(Hoang Duyen) 씨는 “매일 밤 9시면 이웃집 아이들 둘이 복도에 나와 축구를 하고 소리를 지른다”며 “때로는 부모들까지 함께 나와서 논다”고 하소연했다.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주옌 씨는 “같은 층 수십 명의 아이들이 복도를 놀이터로 만들어버렸다”며 “롤러스케이트 소리와 보행기 소음이 몇 시간씩 계속돼 도저히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항의했지만 “복도는 공용공간이라 아이들이 놀 권리가 있다”는 반박만 돌아왔다. 관리사무소가 나서 주의를 줘도 며칠 조용하다가 다시 원상복구됐다. 결국 주옌 씨는 집을 팔고 아이들이 적은 아래층으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다.
VnExpress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 이상이 복도에서 노는 아이들의 소음으로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동안구(Dong Anh)에 사는 응우옌티찐(Nguyen Thi Trinh·70) 할머니는 작년 옆집이 어린이집으로 임대되면서 악몽이 시작됐다고 토로했다. “낮에는 아이들 울음소리와 달래는 소리, 밤에는 수십 명의 아이들이 복도에서 뛰어다니며 문을 두드린다”며 “너무 지쳐서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와 동사무소에까지 진정서를 냈지만 소용없었다.
호찌민시 국립대학교 사회과학인문대학교(University of Social Sciences and Humanities, VNU-HCMC) 도시학과의 보쫑응이아(Vo Trong Nghia) 건축사는 “로비와 복도는 교통이나 접대, 단기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됐지 오락이나 커뮤니티 활동 장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아파트가 2014년 주택법 규정에 따른 놀이터를 제대로 배치하지 않거나, 있어도 형식적으로 너무 작고 안전하지 않다”며 “이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아동권리보호협회(Association for the Protection of Children’s Rights)의 홍흐엉(Hong Huong) 씨는 “아이들이 복도에서 노는 것은 편의성 때문이기도 하다”며 “부모들이 요리나 청소로 바쁠 때 아이들이 문 앞으로 나가 친구들과 놀기 쉽다”고 설명했다.
세 아이를 키우는 호티한(Ho Thi Hanh·32) 씨는 “아이들 소음이 이웃에게 피해를 줘서 미안하지만 건물 주민 10집 중 9집이 아이가 있어 모두 통제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현행법상 기준치를 초과하는 소음공해는 100만~1억6000만 동(약 4만~64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당국은 측정과 분석이 천연자원환경부(Ministry of Natural Resources and Environment) 인증 독립기관에서 이뤄져야 하고, 배경소음을 제외해야 하는 등 현실적 어려움을 인정하고 있다.
보쫑응이아 건축사는 근본적 해결책으로 “방음처리된 별도의 공용 생활공간이나 야외 놀이터 배치, 로비 설계 시 소음 저감 소재 사용, 대기구역·놀이구역·교통구역의 명확한 구분” 등을 제시했다.
세계적으로는 방음 놀이방(Playroom), 1층이나 옥상의 소형 놀이터(Pocket playgrounds), 로비의 다목적 공간 구획(Multi-purpose space zoning) 등 3가지 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응우옌티찐 할머니는 “아이들이 다 자라서 학교에 바빠져 복도에서 놀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그때까지 내가 살아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체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Vnexpress 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