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의 골프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더욱이 늘 여름나라인 베트남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과는 달리 늘 푸른 잔디 위에 한가롭게 늘어진 야자수 사이에 보이는 정갈한 그린은 사진으로 보면 더없이 멋지지만 사진으로 나타나지 않는 무더위를 보태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골프와 나이
그래도 그나마 하는 운동이 골프 뿐이니 일주일에 한 두 번 잔디를 밟으며 동반자들과 파안대소를 나누지만 나이는 숨길 방법이 없다. 골프가 잘 안되는 99가지 이유가 있는데 98가지는 다 핑계에 불과하고 그중에 한가지 나이만은 정당한 이유라고 한다.
장년의 나이가 되어도 그동안 익힌 골프와 길고 긴 인연을 이어가는 것도 어찌보면 삶의 행운 중에 하나다. 이제 다른 운동은 다 접었다. 하긴 별로 하는 운동도 없었지만 몸을 많이 움직이는 운동은 장년의 나이와 부합하지 않는다. 그나마 걸을 수만 있다면 즐길 수 있는 골프가 장년의 인간에게는 적절한 운동이 될 것이다. 물론 다른 부가적인 조건,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과외로 치고 건강 조건만을 꼽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골퍼에게 가장 중요한 건강 요소는 무릎이다. 걷지 못하면 골프만 못치는게 아니다. 일단 자신의 삶 일부를 남에게 의지하던가, 기계에 넘겨야하니 삶이 너절해진다. 장년의 인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강의 요소중에 하나나가 바로 무릎이다.
주말 라운드의 기다림
이렁저렁 나인홀이 끝나고 그늘집에서 맥주 한 잔에 목도 축이고 땀을 닦고 있는데, 마침 문제의 앞팀 젊은이들이 이제 막 그늘집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며 나갈 준비를 한다. 그중에 리더 격인 한 친구가 웃으며 다가와, ” 죄송합니다 좀 늦게 갑니다. 워낙 비기너들이라 그렇습니다.” 하며 양해를 구한다.
그래도 자신들이 늦는 것은 알고 있구나 싶어서 기특하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오늘 라운딩은 더욱 힘들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일단 양해를 구했으니 그들은 더욱 느긋할 터이고 우리는 불평조차 못할 입장이 된 것이다. 그래, 오늘은 긴긴 날이 될꺼야.
지친 몸과의 싸움
앞팀이 늦게 가겠으니 양해하라는 말을 들은 동반자가 하는 말, “아니, 늦어서 죄송합니다 하고 빨리 가도록 하겠습니다 가 맞지, 늦게 가겠다는 게 맞는 이야기인가” 하며 은근한 불평을 뱉어낸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일단 양해를 구했으니 그저 묵묵히 따라 갈 수 밖에. 건강하고 잘 생긴 젊은 사람들인데 캐디는 좋겠다. 하며 농담으로 기분을 풀며 각오를 다진다. 오늘은 망했다…
그렇게 매홀 기다리다 보니 다리가 다 풀려서 매샷이 새로운 시작이다.
이럴 때 나이먹은 티가 난다. 잠시 필드 곳곳에 있는 움막 그늘집에 앉아서 앞팀이 시야에 사라지면 그제야 일어서서 게임을 시작하니 점점 기력이 쇄잔해진다. 채가 무거워지고 몸은 움직임을 거부한다.
그렇다고 채를 접을 수도 없고 아직 많이 남은 홀은 돌기는 해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채가 무거워지는 데 스윙이 될리가 없다. 공이 제멋대로 다닌다.
중력을 이용한 스윙
몸이 지치고, 회전이나 체중이동이 안될 때는 중력의 힘을 빌리는 것이 최고다. 동력은 오직 팔에만 주고, 몸은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헤드를 느끼며 가속하는 스윙을 해보는 거다. 남이 보면, 몸은 하나도 안쓰고 그저 팔로만 들었다 놓는 듯한 성의없는 스윙이지만 정작 비거리는 양보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오늘의 스윙이다.
자족하는 삶의 지혜
자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것이려니 하며 오늘도 중력에 의존하는 스윙으로 한발씩 그린으로 무소의 뿔처럼 다가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