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관광을 통해 50주년 소회 밝히는 양국의 참전용사
“내가 있을 때는 전쟁터였는데…”
베트남전 참전 미군 폴 헤이즐턴(Paul Hazelton) 씨는 80세를 앞두고 호찌민시 전쟁유물박물관을 찾아 감회에 젖었다. 반세기 전 ‘사이공’이라 불렸던 그곳에 서서, 그는 자신이 복무했던 후에(Hue)와 다낭(Da Nang) 등 옛 전장을 다시 방문한 소감을 전했다.
“전쟁 당시 군대가 점령한 땅이었는데, 지금은 활기찬 도시로 변했어요. 베트남과 우호 관계를 맺게 돼 기쁩니다.”

올해는 베트남 통일 50주년이자 미-베트남 수교 30주년이다. 이를 맞아 양국 참전 용사들과 관광객들이 전쟁 유적지를 찾는 발길이 급증하고 있다고 Vnexpress지가 보도했다.
베트남 전쟁은 1955년부터 1975년까지 이어져 5만8000명의 미군과 그보다 몇 배 많은 베트남인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은 꾸찌(Cu Chi) 터널, 전쟁유물박물관 같은 전쟁 유적이 주요 관광지로 변모했다.
호찌민시 전쟁유물박물관은 연간 50만 명이 찾는데, 이 중 3분의 2가 외국인이다. 또 다른 유명 관광지인 꾸찌 터널은 베트콩 게릴라들이 미군을 피해 숨었던 지하 통로로, 매년 150만 명이 방문한다.
전 북베트남군 포병 루우반둑(Luu Van Duc·78) 씨는 옛 전우들과 함께 꾸찌 터널을 찾아 감격했다.
“마지막 소원은 전우들과 고통스럽지만 영광스러웠던 시절을 다시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유적은 다음 세대가 강한 적을 이긴 역사를 배울 수 있게 보존해야 합니다.”
베트남 중부 쿠앙찌(Quang Tri)성의 비무장지대(DMZ)도 인기 관광지다. 여기서는 빈목(Vinh Moc) 터널이나 케사인(Khe Sanh) 전투 기지 같은 격전지를 둘러볼 수 있다.
베트남은 코로나 이후 관광산업이 급속히 회복돼 2024년 175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맞았다. 이는 팬데믹 이전 기록인 2019년 1800만 명에 근접한 수치다.
뉴욕에서 온 올리비아 윌슨(Olivia Wilson·28) 씨는 미군 포로들이 ‘하노이 힐튼’이라 부르던 호아로(Hoa Lo) 감옥을 방문한 후 “섬뜩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전쟁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Vnexpress 2025.04.18